혼혈 여자농구선수 마리아 브라운

▲ 마리아 브라운(구리 금호생명 레드윙스)
삼성생명배 2007 여자프로농구리그(WKBL) 겨울리그가 오는 5일 개막한다. 올 시즌 전망은 ‘디펜딩 챔피언’ 용인 삼성생명 비추미와 하은주를 영입한 안산 신한은행 에스버드의 ‘2강’과 나머지 구단의 ‘4중’으로 요약된다.

그 4중 가운데 눈에 띄는 구단이 바로 구리 금호생명 레드윙스. 구리 금호생명은 덩크슛이 가능한 외국인선수 미셸 스노와 골밑 플레이에 강한 신정자를 영입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WKBL이 ‘외국국적을 가진 자로서 부모 또는 조부모 가운데 최소 1명이 현재 한국국적을 갖고 있거나 과거 한국국적을 가진 적이 있는 경우 한국선수로 등록할 수 있다’는 규정을 채택하면서 브라운은 구리 금호생명에 입단했다.

‘半한국인’ 브라운은 어머니가 한국인이었다. 친아버지는 백인이었고 계부는 흑인. “백인 친구들은 동양인의 피가 섞였다고 무시했고, 동양인 친구들은 백인 피가 섞였다고 멀리했다.” 친구들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미움을 받았던 브라운은 대신 농구에 빠졌다. “농구를 할 때면 피부색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때 같이 농구를 하던 친구들 중 브라운만 프로선수가 됐다.

혼혈 때문에 겪은 성장통

브라운은 혼혈이기 때문에 주위의 박해를 받았지만, 스스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강하게 자랐다. 자기보다 훨씬 키 큰 상대와 맞서면서 성장기를 보낸 브라운은 그 경쟁 속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길렀다. 미 페이스대 시절에는 2005/06 대학리그 29경기에 모두 나와 경기당 평균 27.6분을 뛰며 9.7득점 5.3리바운드 2.9어시스트를 올렸다. 그 직후 지난해 3월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구리 금호생명의 입단 제의를 받았다.

브라운이 강해진 데는 어머니의 공도 컸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상인 브라운의 어머니는, 아이스크림 가게, 편의점, 홈스테이 등 남들보다 서너 배씩 일하며 돈을 모았다. 그 바람에 한국어에 서툰 것이 좀 섭섭할 정도다.

구리 금호생명의 통역 이영화씨는 브라운이 다른 한국인 못지않게 한국적인 정서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른 외국인 선수와는 확실히 다르다. 선수단 회식이 있을 때 분위기에 쉽게 녹아들거나, 지하철에서 웃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외국인 선수는 브라운이 처음이었다.” 브라운 역시 한국인 어머니에게 엄격하게 한국문화에 대해 배웠다고 대답했다.

브라운은 혼혈이라는 태생뿐 아니라 미모로도 화제가 됐다. 가수 유진을 닮았다는 평판을 들으며, 지난해 창간한 농구 월간지 ‘바스켓퀸’의 표지모델까지 했다. “미국에서는 한 번도 예쁘다는 말을 못 들었다.” 그러나 기존선수 김경희, 영입선수 신정자를 위시해 그렇지 않아도 ‘실력이 아니라 얼굴 보고 선수를 뽑는다’는 농담을 들었던 구리 금호생명의 인기는 더 오를 듯하다.

미모는 인정받았으니 남은 것은 실력. 미국 대학경기에서는 수준급의 성적을 보였지만, 반년 넘게 경기에서 뛰지 못했고, 한국농구는 미국대학농구와는 또 다른 면이 있기 때문에 아직 실력을 검증받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특히나 이번 시즌 숙명의 탈꼴찌를 노리는 구리 금호생명은 붙박이 포인트가드 김지윤을 천안 국민은행 세이버스로 보냈다. 따라서 김지윤의 빈자리를 온전히 브라운이 혼자 떠맡아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여자농구의 하인스 워드

서대성 구리 금호생명 감독은 마리아 브라운에 대해 “운동을 쉬다가 다시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정상 컨디션이 아닌 점이 걱정”이라면서도 “초반 출장은 가능하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브라운은 스스로 “감독님께서 경기당 15점 정도를 주문한다. 가능하면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자농구의 하인스 워드를 꿈꾸는 브라운. 그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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