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당 해체’ 선언에 당내 계파 갈등 재점화?…중진까지 설전 가담하며 ‘진통’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과 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15일 오후 서울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상의원총회를 갖고 6.13 지방선거의 결과를 통해 보여준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에 사죄의 무릎을 꿇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과 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15일 오후 서울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상의원총회를 갖고 6.13 지방선거의 결과를 통해 보여준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에 사죄의 무릎을 꿇었다. ⓒ자유한국당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방선거 참패로 인한 당 쇄신 차원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전격적으로 ‘당 해체’를 선언함에 따라 이를 놓고 벌써 당내에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 초·재선, 김성태의 ‘중앙당 해체’ 일방 선언에 ‘자격·절차’ 들어 반발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수습 대책으로 김 대표 권한대행이 18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늘부로 한국당은 중앙당 해체를 선언하고 이 순간부터 곧바로 중앙당 해체 작업에 돌입하겠다”며 “제가 직접 중앙당 청산 위원장을 맡아 중앙당 해체 작업을 진두지휘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김 권한대행은 “혁신비대위 구성을 위한 위원회와 구태청산 TF를 동시에 가동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중앙당 청산 위원장과 구태청산 TF 모두 자신이 맡을 거라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중앙당 해체에는 당직자 구조조정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는데, 다만 한국당 113명 의원들의 전권은 혁신 비대위에 모두 맡기겠다면서 인적 청산은 이들이 주도하고 자신은 거기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하지만 김 권한대행의 발표가 나온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당내에선 이를 놓고 재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점차 분열 징조가 일기 시작했는데, 18일 오전 박덕흠 한국당 의원의 주재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선의원 간담회에서는 김한표 의원과 박인숙 의원이 “당 해체까지 가야 한다”며 ‘당 해체 선언’에 지지를 보낸 반면 김명연, 홍철호 의원은 견해차를 드러냈다.

특히 김명연 의원은 “당을 해체할 각오면 은퇴하겠다는 정도로까지 덤비지 않으면 어설플 것”이라며 “당의 진로, 개개인 진로까지도 외부에 맡겨야 한다. 선거에 참패하고 나서 우리가 살길을 찾고자 방향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의 경우 “보여주기식, 이벤트식 퍼포먼스 그만해야 한다. 자기 마음대로 건드리려 하고, 퍼포먼스 하는 것도 독단으로 정하지 말고 같이 모여 함께 정해야 한다”며 “일정 부분 사퇴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가 월권을 하고 있다”고 김 권한대행을 직격하기도 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보여주기식, 이벤트식 퍼포먼스 그만해야 한다. 자기 마음대로 건드리려 하고, 퍼포먼스 하는 것도 독단으로 정하지 말고 같이 모여 함께 정해야 한다”며 “일정 부분 사퇴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가 월권을 하고 있다”고 김성태 권한대행을 비판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보여주기식, 이벤트식 퍼포먼스 그만해야 한다. 자기 마음대로 건드리려 하고, 퍼포먼스 하는 것도 독단으로 정하지 말고 같이 모여 함께 정해야 한다”며 “일정 부분 사퇴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가 월권을 하고 있다”고 김성태 권한대행을 비판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같은 분위기의 영향인지 회의 직후 박덕흠 의원은 기자들에게 “김 원내대표가 말한 당 해체 부분에 대해 재선 의원들이 의총 소집을 요구했다. 원내대표가 상의 없이 한 부분에 대해 소집하기로 한 것”이라며 “변화와 혁신은 1인이 하며 독주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참여해 변화와 혁신을 꾀하는 것”이라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

여기에 지난 15일 보수 실패에 책임이 있는 당 중진 의원들의 정계 은퇴를 촉구했던 김순례·김성태(비례)·성일종·정종섭 등은 물론 곽대훈·곽상도·김규환·김석기·김성원·김승희·김정재·김현아·민경욱·박완수·송석준·신보라·송희경·문진국·박성중·이양수·윤상직·윤종필·이만희·임이자·엄용수·정유섭·전희경·조훈현·최교일·추경호·최연혜에 이르기까지 한국당 초선 41명 중 32명의 의원들 역시 19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초선의원 모임을 갖고 김 권한대행의 전날 중앙당 해체 선언에 대해 성토하면서 재선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의총 소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회의 참석 직후 김성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중앙당 슬림화와 정책 정당, 경제 정당 방향에는 공감했지만 대부분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지 않은 상태에 대해 상당히 유감을 표했다”며 결과를 전했다.

심지어 김 권한대행의 ‘당 해체’ 발표에 대해 초재선 뿐 아니라 당협위원장들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는데, 한국당 전·현직 당협위원장들이 모인 ‘한국당재건비상행동’은 지난 18일 ‘김 원내대표의 즉각 퇴진과 당내 정풍운동을 선언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선거 참패에 책임이 있는 대상자가 수습방안을 내놓는 게 어불성설”이라며 “중앙당 해체와 원내정당화라는 미명 하에 새로운 당 지도체제 출범을 무산시키고 원내대표 직위를 이용해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당을 수습할 방안과 비상체제는 의총이나 중진-원로 연석회의 등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순리”라며 홍준표 체제 당권농단에 공동 책임이 있는 인사, 대통령 탄핵 사태 전후로 보수분열에 주도적 책임 있는 인사, 친박 권력에 기댄 당내 전횡으로 민심 이반에 책임이 있는 인사, 박근혜 정부실패에 공동 책임이 있는 인사 등을 겨냥 “이들 의원은 국회의원직 사퇴, 차기 총선 불출마 등 자신의 거취를 밝히며 용퇴해 마지막 예를 갖추길 기대한다. 금주 내 진퇴 표명이 없으면 주말께 대상자의 실명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압박했다.

◆ 한국당 중진들 반응도 제각각 엇갈려…친·비박 내홍 전조?

이처럼 당 아래에서부터 초재선은 물론 당협위원장들에 이르기까지 제각기 ‘역할론’을 내세워 나날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3선 이상 중진의원들 역시 조심스럽게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저마다 각각 다른 태도를 보여 다시금 ‘분열된’ 당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다.

먼저 초선인 성일종 의원이 지난 15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중진의 의미는 3선 이상을 의미하고 당직 등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지난 10년 동안 보수정치 실패에 책임 있는 인사들”이라며 “이들은 모두 정계 은퇴해야 한다. 정계 은퇴는 다음 총선 불출마를 뜻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같은 날 비박계 거물급 중진인 김무성 전 대표가 의총에서 처음으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한국당은 새로운 가치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몰락했다. 누구를 탓하기보다 각자가 자기 성찰부터 하는 반성이 돼야 한다”면서도 “분열된 보수 통합을 위해, 새로운 보수당 재건을 위해 바닥에서 헌신하도록 하겠다”고 천명한 뒤 18일엔 부산 중구·영도구 당협위원장직에서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하지만 친박계 출신인 같은 당 정우택 전 원내대표는 비박계 김 전 대표의 이 같은 모습에 대해 19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선거 때 (총선 불출마를) 이미 언급한 내용인데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을 보고 당권 도전을 위한 다른 생각에서 하는 게 아닌가”라고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중앙당 해체’ 혁신안을 선언했던 김성태 권한대행까지 겨냥 “당헌당규에 규정된 절차나 당원들의 총의를 모으지 않고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한 사안으로 대단히 황당한 행동”이라며 “건강한 리더가 나와서 야당다운 야당으로 재편해나가면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발언에 비추어 일각에선 그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숨죽였던 친박계가 홍준표 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다시 재기를 노리면서 비박계 견제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한때 ‘원조 친박’으로도 불리던 한선교 의원 역시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또다시 한국당에 김성태를 중심으로 한 어떤 세력이 결집해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이 기회에 비주류에서 주류로의 전환 계기가 되지 않겠나. 김성태를 에워싼 분들이 혹시 김 의원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건 아닌지”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비록 한 의원이 “김무성 대표를 제가 거론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며 일단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는 했으나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중앙당 해체와 같은 커다란 플랜을 걸고 나온 걸 봐서 그렇다. 좀 오버한 것”이라고 여전히 의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 비박계 일부서도 ‘중앙당 해체’ 실효성에 회의적 시선 나와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정진석 한국당 전 원내대표(왼쪽)는 지난 20대 총선 참패 직후 상황을 상기시키면서 “2년 전 그대로 해봐야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당 개혁은커녕 말짱 도루묵이었다”며 “어차피 허물어진 정당 몇 달 그대로 놔둔다고 무슨 일 있겠는가. 원 구성 등 최소한 업무는 원내대표가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정진석 한국당 전 원내대표(왼쪽)는 지난 20대 총선 참패 직후 상황을 상기시키면서 “2년 전 그대로 해봐야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당 개혁은커녕 말짱 도루묵이었다”며 “어차피 허물어진 정당 몇 달 그대로 놔둔다고 무슨 일 있겠는가. 원 구성 등 최소한 업무는 원내대표가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런 흐름만으로 단순히 계파 내홍의 재발이라 보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바른정당에 김무성 전 대표가 몸담고 있던 시절에도 그와 가까이 했던 정진석 전 원내대표도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성태 권한대행의 ‘중앙당 해체’ 선언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대 총선 참패 직후 상황을 상기시키면서 “2년 전 그대로 해봐야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당 개혁은커녕 말짱 도루묵이었다”며 “어차피 허물어진 정당 몇 달 그대로 놔둔다고 무슨 일 있겠는가. 원 구성 등 최소한 업무는 원내대표가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비단 정 전 원내대표 외에도 비박계 인사인 홍일표 의원 역시 19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나와 김 권한대행이 선언한 ‘중앙당 해체’식 수습방안에 대해 “과거 19대 총선에 출마하면서 당내 쇄신파로 여러 의원하고 같이 '중앙당 해체 방향'을 내걸기도 했었는데, 나중에 해보니 쉽지 않았다”며 “우리 당만 이렇게 (해체)하는 것이 당원들로부터 공감 받기 어렵고, 전국적 선거가 있을 때는 당의 기능이 앞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편 김 권한대행의 ‘당 해체’ 선언을 놓고 설왕설래가 계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주장을 대안으로 내놓은 중진의원도 있어 눈길을 끌었는데, 비주류 비박계인 조경태 의원은 19일 KBS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범야권이 뜻 있는 인사들이 모여서 어떤 형태로든 이념을 초월해서 정상적인 정당 구조를 만들기 위한 모임 또는 결사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른바 ‘범야권 빅텐트’론을 제안하기도 해 이렇듯 당 향방을 놓고 벌어지는 백가쟁명 설전 끝에 한국당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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