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함박웃음’-野 ‘침울’, 희비 엇갈려…사실상 ‘野 심판론’ 작용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13일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론의 여지없이 여당의 압승과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중앙정치권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대선이나 총선과 달리 상대적으로 지방선거는 자기 지역 일꾼을 선출하는 데에 방점을 두다 보니 ‘당보다 인물’이란 특성이 보다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다른 선거에 비해 유권자들의 관심도 낮은 편이었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는 당분간 별 다른 선거가 없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에 대한 중간 평가적 성격의 선거로 작용한 모양새다.

그래선지 1995년 첫 민선 지방선거를 제외하면 역대 가장 높은 60.2%의 투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유권자들이 관심을 보였고, 결과에 있어서도 집권여당 소속 후보들이 강세를 띤 데 반해 야권 후보들은 거의 힘을 쓰지 못했으며 마치 총선 때와 유사하게 지역주의 특성까지 일부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듯 극명할 정도로 여야 간 희비가 엇갈린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벌써부터 야권 내부에선 지도부 사퇴 등 속속 후속조치가 나오는 가운데 저마다 선거 승패 요인에 대한 분석도 쏟아내고 있어 먼저 이를 통해 향후 정국 동향을 전망해본다.

◆ ‘목표 상회’ 민주당, 기대 이상 성적에 환호작약

광역단체장 17명 중 14명, 기초단체장 226명 중 151명, 광역의원 824명 중 647명, 기초의원 2927명 중 1625명(지역구 1386명, 비례 239명), 국회의원 재보선 12명 중 11명 등 어느 하나 빠짐없이 과반을 이뤄낸 이 결과가 바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받은 성적표다.

4년 전인 2014년 6차 지방선거 때보다도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크게 약진한 결과인데, 당시엔 17개 광역단체장 중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보다 겨우 1곳 더 많은 9곳에서 승리하고 기초단체장에선 117명을 당선시킨 새누리당에 비해 80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데 그친 반면 이번에는 광역과 기초는 물론 국회의원 재보선까지 완벽하게 야권을 압도하며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해 당초 기초단체 100명 당선 등의 목표를 잡았던 여당에도 충격을 줬다.

또 민선 1기부터 줄곧 한국당 후보들만 당선되어온 부산시장과 울산시장에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고 서울 내 보수의 아성인 강남3구에서도 민주당 소속 강남구청장과 송파구청장이 배출되는 등 이변이 속출했으며 심지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시장에 올라 이전과는 크게 달라진 민심을 보여줬다.

특히 선거 직전까지 여배우 스캔들 의혹이란 구설에 올랐던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나 드루킹 사건으로 논란에 휩싸여온 민주당의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 역시 해당 이슈가 일으킨 파장에 비해 선거 판세를 뒤흔들 만한 영향은 미치지 못했단 점에서 사실상 이번 선거가 거꾸로 ‘야권 심판’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시각을 드러내듯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14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마지막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정 발목 잡은 세력에게 확실한 회초리를 들어줬다”며 “지역주의 색깔론, 냉전의 시대와 과감히 결별했다”고 선거 결과를 자평했다.

무엇보다 추 대표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유권자의 새로운 선택은 한국 정치사를 새롭게 규정하는 전환기적 선택”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할 든든한 동반자를 만들어줬다. 민주당은 더욱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받들 것”이라고 전국정당이 되기 위한 민주당의 ‘동진 성공’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 ‘6 플러스 알파’ 외치던 한국당, 4년 전보다 후퇴…TK 수성엔 안도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 한다고 밝히고 머리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 한다고 밝히고 머리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이에 반해 그동안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다면서 “선거 한 번 해보자”고 호언해온 홍준표 대표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선 6곳 플러스 알파, 재보궐 선거는 최소 4곳에서 1~2곳 더 가능하다는 내부분석이 무색할 정도로 참패한 선거 결과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원내 의석은 100석이 넘는 제1야당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고작 광역단체장 2명, 기초단체장 53명, 광역의원 116명, 기초의원 995명(지역구 862명, 비례 133명), 국회의원 재보선 1명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4년 전에 비하면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경남지역까지 잃고 본거지인 대구·경북만 겨우 지켜낸 형국인데, 이미 선거 지원유세 중 막말로 수차례 도마에 오르며 도리어 자당 후보자들로부터도 기피당한 ‘홍준표 체제’의 리더십 문제부터 일부 인사들이 선거 직전 탈당을 불사할 만큼 불신을 드러낸 ‘공천 논란’, 끝내 성사되지 못한 야권 후보 단일화 등 다양한 원인이 우선적인 패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여당 주요 후보에 대한 몇몇 의혹 추궁, 샤이 보수에 대한 기대, 현 정부의 경제 정책 문제점 지적,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비판 등을 중심으로 한 선거 전략 측면에 있어서도 이 같은 요소들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네거티브 공세에 크게 의존하고 낙관론에 빠졌던 게 오히려 패착으로 작용했다는 목소리 역시 나오고 있다.

그나마 위안 삼는 부분은 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 지역의 민심이 다행히 이탈하지 않고 굳건한 지지를 보내주었다는 것인데,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는 물론 대구·경북 기초단체장 역시 구미지역 외엔 어느 한 곳도 최소한 민주당에는 내주지 않고 거의 석권하다시피 해 어둠 속 한줄기 희망이 되었다.

다만 이들 지역 당선자들도 달라진 민심을 의식했는지 중앙당을 향한 쓴 소리는 누구 하나 빼놓지 않았는데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은 13일 당선 소감에서 “한국당이 참패한 것은 한국당의 잘못에 대해 실망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라고 입장을 내놨고, 이철우 경북지사 당선인도 14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나와 “우파 전체가 새로운 체제로 바뀌어야 되고 젊은 기수들 앞장세우는 대대적 개편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을 많이 느낀다”고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당선인은 “인위적으로 이 당 저 당 합쳐갖고 하는 그런 개편은 안 되고 재창당 수준으로 가야 된다”며 “보수시민단체, 지금 제(諸) 정당 전혀 관계하지 않았던 분들,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 보수 중도 이런 분들이 모두 합쳐서 당을 새롭게 만든다는 재창당 각오로 임해야 된다”고 강조해 향후 정계개편 구상까지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이번 결과에 대해 당 지도부가 먼저 책임져야 한다는 데에는 별 다른 이의가 없어 이런 기류 속에 홍 대표도 14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오늘부로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부디 한마음으로 단합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길 부탁드린다”고 대표직 사퇴를 공식 선언했다.

◆ ‘설 자리 없는’ 바른미래당, 침통한 분위기 속 향방 고심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대표직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대표직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바른미래당

한편 바른미래당은 한국당보다도 한층 더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는데, 제1야당의 고전 속에 대안야당으로서의 입지를 분명히 확보하고자 한 의도와 달리 이번 지방선거에선 정작 스스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도 못하는 민주평화당보다 못한 참담한 수준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호남에 당력을 집중했던 평화당은 여당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광역단체장 5곳이라도 건졌지만 바른미래당은 당력을 쏟아 부었던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조차 20%에도 못 미치는 득표율을 얻으며 3위에 머무른 데다 광역단체장,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어느 쪽에서도 당선자를 내놓지 못했다.

이 뿐 아니라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선 원내 6석인 정의당에 비해서도 적은 당선자를 배출해 원내 제3당으로서 체면을 크게 구겼는데, 한국당을 대체하는 개혁보수가 되겠다고 외쳤던 유승민 공동대표는 기대한 바와 달리 대부분 2위 자리조차 넘보지 못한 현실을 직시한 듯 “국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사퇴한다”며 홍 대표와 마찬가지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와 더불어 유 대표와 함께 바른미래당의 창당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도 14일 종로의 선거캠프 해단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 후보자 부족한 탓”이라며 “성찰의 시간을 당분간 가지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 소속이었지만 고심 끝에 탈당했던 원희룡 제주지사는 보수 성향 인사임에도 민주당 강세로 점쳐지던 이번 선거에 처음 무소속으로 나서는 승부수를 던져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차라리 이런 국면에선 기존 야당에 소속되는 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광역단체장은 한 석도 못 건진 바른미래당에겐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실제로 이날 오전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원 지사가 ‘한국당 당적이었다면 결과가 어땠을 것인가’란 진행자의 질문에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아마 확실히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답한 발언은 소속정당 여부에 따라 당락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는 이번 선거 구도를 한 마디로 축약해주고 있는데, 향후 야권이 이런 세간의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어느 정도 수준으로 환골탈태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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