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성료…고민 깊어진 野, 제각각 다른 대응 ‘눈길’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서명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서명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북미정상회담이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내 카펠라 호텔에서 개최된 가운데 채 하루도 안 된 기간 동안 이뤄진 양 정상 간 논의 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포괄적 내용을 담은 공동합의문에 서명하고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과정이 빠른 시일 내에 시작될 것이며 김 위원장과 앞으로 더 자주 만날 거란 입장을 내놓은 데다 미국 대통령궁인 백악관에도 꼭 초청하겠다고 밝혀 비록 짧은 회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급격히 가까워졌다는 긍정적 신호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이를 증명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문 내용에 대해 “양국 모두가 만족하고 있다. 저희의 (상호간) 호의와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으며 김 위원장 역시 “오늘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지난 과거를 딛고 새 출발을 하겠다. 전 세계는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고 오늘 이런 자리를 위해 노력해준 트럼프 대통령에 사의를 표한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일찌감치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왔던 ‘세기의 회담’이 이렇듯 불협화음 없이 마무리 된 만큼 이날 진행된 북미정상회담은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우리 정치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이미 일각에선 회담 전부터 북미회담 분위기에 선거가 덮여버린 ‘깜깜이 선거가 됐다’는 탄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靑·與, 북미정상회담에 ‘반색’…선거 ‘호재’란 기대감?

일단 그동안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기까지 공을 들여온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여당 측에선 지방선거 하루 전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한 목소리로 긍정적 반응을 내놓으며 미리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내놨는데, 먼저 문재인 대통령부터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전 회의 참석자들과 북미정상회담 시작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보는 등 지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 12분쯤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 북미 정상회담이 시작됐다. 우리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싱가포르에 가 있지 않을까”라며 “저도 어제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우리에게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남북미 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는 성공적인 회담이 되길 국민들과 함께 간절히 바란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6회 국무회의에 앞서 이날 생중계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시청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6회 국무회의에 앞서 이날 생중계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시청하고 있다. ⓒ청와대

여당인 민주당 역시 추미애 대표가 직접 나서서 같은 날 오전 부산 부산진구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된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앞서 북미정상 간 싱가포르 회동을 TV로 시청한 뒤 “70년간 이어온 냉전과 분란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세계적 변화가 시작됐다”며 “북미정상회담은 불가역적 세계평화의 시작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호평을 쏟아냈다.

한 발 더 나아가 추 대표는 “이 과정 속에 북미 대화를 바로잡으며 회담장으로 이끌어 낸 문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회담 하루 전인 어제도 트럼프 대통령과 40여분간 통화를 하며 회담 성공을 위한 논의를 이어갔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또다시 냉전세력, 국정을 발목 잡는 세력에게 지방의 살림을 맡길 수 없다. 국민들의 단호하고 분명한 선택을 호소한다”며 선거를 하루 앞둔 가운데 사실상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 견제구까지 던졌다.

그러면서 추 대표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한반도의 운전대를 꼭 붙잡고 종전선언, 평화협정,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에 앞장서겠다”며 “이제 시작이란 마음가짐으로 차분하고 신중하게 한반도의 평화를 완성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기류 속에 문 대통령은 이날 마무리된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오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싱가포르 현지에 파견되어 있는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역시 정부 공식 입장을 브리핑할 것으로 알려진데다 14일에는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직접 문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선거기간 내내 북미 회담 이슈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북미 회담 바라보는 한국당, 저마다 미묘한 입장차

이처럼 지방선거 직전 열린 북미회담으로 선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까 누구보다 근심하고 있는 곳은 야권인데, 그 중에서도 대북 제제와 압박을 줄곧 주장해왔던 한국당은 북한과 미국이 완전히 대화 국면으로 들어선 데 대해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그래선지 당내에선 저마다 조금씩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입장이 나오고 있는데, 지난 7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에 의한 북한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미정상회담 파기가 옳은 일”이라고 외치던 홍준표 대표는 11일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선 “이미 북풍은 국민들 관심에 반영됐다”며 말을 아꼈고, 12일 선거 전 마지막 중앙선대위 회의에선 “미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폐기가 이뤄질 수 있는 회담이 되길 기원한다”고 발언수위를 크게 낮췄다.

아예 같은 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경우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늦었지만 발목을 잡았던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에 왔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은 상당히 의미 있었다”고 긍정적 반응을 내놓은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북미 정삼회담이 잘 치러지길 바란다”고 회담 성공까지 기원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목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자칫 북미 회담에 묻혀버릴까 우려한 듯 “남북, 미북 정상회담 다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서민들 먹고 사는 문제도 시급하고 중요하다”며 “이번 지방선거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치적 편향을 극복하고 우리 정치가 처해 있는 기형적 구조를 넘어 정치적 건강성을 회복하는 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정치적 과제다. 현명한 우리 국민들이 간절히 균형과 견제를 이뤄주실 것을 믿는다”고 호소했다.

마찬가지로 같은 당 홍문표 사무총장도 앞서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점을 걱정했는데 “지금 우리 국내 정치, 경제보다 모든 게 북미 회담으로 쏠려서 내일 선거 치러야 하는 데 국내 분위기는 지금 선거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이런 정도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정부가 북미, 북풍에만 올인하다 보니까 지금 선거가 뒷전으로 밀렸다, 이런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홍 총장은 “(우리나라의) 미래, 내일을 위해선 선거가 중요하잖나. 이번 선거는 너무나도 북풍에 휩싸여서 깜깜이 선거가 돼서 저희들은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판세는 우리가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그런대로 평년작은 걷을 수가 있었다고 생각을 갖는데, 선거에서는 이 국민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투표가 돼야 하는데 북미 회담에 또 북풍에 휩싸이다 보니까 지금 사람의 선택과 정책의 선택을 알고 들어가는 국민이 별로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바꾸자 서울, 대국민호소' 기자회견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바꾸자 서울, 대국민호소' 기자회견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미 대화 분위기에 끌려가는 선거판을 뒤집어보겠다는 듯 일부 후보는 역발상적 주장까지 펼치기도 했는데, 김문수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잘생긴 것도, 경제가 대단한 것도 아닌 김정은이 어떻게 몸값이 높아졌나. 핵 때문”이라며 “핵 가진 미국과 북한은 둘이 앉아있고 핵이 없는 우리는 소외됐다. 우리가 애초에 빠진 이유는 국방력이 부족했기 때문이고 국방력의 핵심은 핵”이라고 핵보유론을 꺼내들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워온 문재인 정부에 맞불을 놓는 성격의 발언인데, 김 후보는 “이런 말하면 핵무장론자, 핵미치광이, 전쟁광이란 소리를 들을 것”이라면서도 “김정은의 핵 보유 대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을 가슴 아프지만 인정치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국력을 갖고도 눈치 봐야 하나? (핵 개발에) 관심 가진 정치 지도자들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바른미래당, 북미회담에 선거 덮이자 벌써 ‘포스트 선거’ 구상

한편 북미 회담이 선거판에 미칠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또 다른 야당인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로 복잡한 속내를 반영한 듯한 입장을 내놓고 있는데,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12일 선대위 회의에서 북미회담 관련,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결코 타협할 수 없다”면서도 “바른미래당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번영을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조건부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에선 북미 정상회담 결과와 관계없이 향후 정세 변화를 고려해 연정을 제안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하태경 최고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정상회담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한반도 대외정세는 급변할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이 끝나면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한반도의 완전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여야는 ‘외교ㆍ안보 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여야 간 연정을 주장한 하 최고위원이 정작 제1야당인 한국당에 대해선 “여전히 빨갱이 장사하는 수구보수를 이번 선거 국면에서 완전 끝내야 한다”고 분명히 각을 세운 점에 비춰 볼 때 이미 여당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지방선거는 차치하고 ‘선거 이후’ 정국에 있어 여당과의 연정을 통해 사실상 야권 대표로 한국당을 제치고 바른미래당이 앞장서보겠다는 복안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어 이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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