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대전까지 野 후보 단일화 놓고 ‘설왕설래’ 계속…남은 시간은 ‘촉박’

여당 강세 기조 속에 지방선거 사전투표일을 목전에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후보들 간 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을 것인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자유한국당의 김문수 후보(좌)와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후보(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여당 강세 기조 속에 지방선거 사전투표일을 목전에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후보들 간 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을 것인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자유한국당의 김문수 후보(좌)와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후보(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6·13지방선거가 여당의 독주로 일찌감치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평가까지 나오는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가 그간 꾸준히 거론돼 왔다.

하지만 야권 단일화는 사전투표일이 목전으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까지도 후보들 간 신경전만 이어지면서 성사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실제로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충북지사 선거, 양보 없는 신경전 끝에 ‘후보 매수’ 논란만 터져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운영 지지율을 바탕으로 이번 선거에서 일찍이 여당의 우세가 점쳐지자 그간 진보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단일화가 이젠 보수진영에서도 꿈틀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개별 후보들 차원에서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는데, 충북지사 선거의 경우 3선에 도전하는 현직 지사인 더불어민주당 이시종 후보가 월등히 앞서는 가운데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야권 후보 단일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실제로 MBC충북과 CJB의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가 지난달 28일 충북의 19세 이상 남녀 1천9명을 대상으로 유선 RDD와 무선가상번호 방식의 전화면접을 통해 실시한 충북지사 출마 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 후보는 54.9%로 과반을 기록한 데 반해 한국당 박경국 후보와 바른미래당 신용한 후보는 각각 12%와 3.8%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쳐 남은 기간 동안 단일화도 없이 여당 후보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박 후보와 신 후보 사이에 이미 후보 단일화 논의가 이뤄져왔는데, 박 후보는 지난달 25일만 해도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에 대한 도민들의 염원을 확인했다. 시간적으로 촉박하지만 지역을 바꿔야 한다는 큰 의지를 갖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면 가능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닷새 뒤인 30일 ‘단일화 결과로 양보한 후보를 일종의 러닝메이트(정무부지사)로 한다‘는 내용의 박 후보 문건을 바른미래당 충북도당에서 폭로한 이후 단일화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이른바 박 후보의 ‘후보 매수 시도설’인데, 해당 문건과 관련해 박 후보는 “신 후보에게 사퇴를 종요한 사실이 없다”면서도 “입장 차이를 확인한 두 사람은 더 이상의 진전을 이룰 수 없었고 (단일화) 논의는 중단됐다”고 강조해 단일화는 물 건너갔음을 분명히 했다.

신용한 바른미래당 대전시장 후보는 한국당의 박성효 후보로부터 후보 매수 제안이 실제로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신용한 바른미래당 대전시장 후보는 한국당의 박성효 후보로부터 후보 매수 제안이 실제로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선거 직전 ‘후보매수설’이란 사안이 불거지자 충북선관위까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급기야 어느 한쪽이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점점 치닫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박 후보의 31일 회견 직후 신 후보도 즉각 “후보 매수 제안은 실제 있었다”며 반박에 나서 이제 양측은 단일화는커녕 진위공방을 벌이는 ‘원수지간’이 되어버렸고, 엉뚱하게도 여당 측만 반사이익을 보게 되는 ‘본의 아닌’ 결과로 흘러가고 있다.

◆ 대전시장 선거, 단일화 방식 놓고 이견…성사 불투명

이 뿐 아니라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단일화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받던 대전시장 후보 단일화 협상 역시 충북지사 선거와 마찬가지로 일단 무산되어버린 상태인데, 한국당의 박성효 후보와 바른미래당의 남충희 후보는 대전시장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지난달 29일까지 논의를 계속했으나 단일화 방식에 대한 견해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그러자 남 후보의 서포터즈로 알려진 240여명 규모의 대전 봉사단체인 ‘함께하는 대전사랑’은 지난 3일 박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아 ‘박 후보 승리를 위한 과정에 적극 동참한다’며 돌연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는데, 이들은 후보 단일화 무산으로 인한 보수 분열과 민주당 허태정 후보의 독주를 막으려는 의도에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서포터즈까지 전격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인지 바른미래당의 남충희 후보는 하루 뒤인 4일 오전 대전시의회 기자실을 찾아 “정치는 예술이다. 대전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는 박 후보의 자세에 달려 있다”며 야권 후보 단일화 추진 의사를 다시 내비쳤다.

다만 그가 여전히 박 후보를 겨냥 “확장성과 한계는 뚜렷하다”며 “무조건적인 단일화는 정치공학적인 야합인 만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시민배심원단을 모은 뒤 후보자 간 일대일 토론을 거쳐 배심원단 투표로 단일 후보를 선정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시간도 촉박한 판국에 현실적으로 단일화가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이처럼 충북지사와 대전시장 선거 모두 야권 후보 단일화 추진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위안이라면 충북교육감 선거에선 투표용지 인쇄 전에 보수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다는 점인데 일각에선 이 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적어도 사전투표 직전인 오는 7일 자정까지 기대를 걸고 있는 부분도 없지 않아 비록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반전이 일어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서울시장 선거, ‘김문수-안철수’ 역시 단일화는 답보 상태

한편 그동안 ‘야권 단일화 필요성’이 수차례 언급되고도 실상 후보 간 제대로 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던 서울시장 선거 역시 선거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국면에 이르렀는데, 후보들이 고작 하루 이틀 단위로 단일화 의사를 번복하면서 신경전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안 후보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냈던 김 후보만 해도 사실상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안 후보 측 반응에 반발해 지난달 28일 관훈토론회에서 앞으로 더 이상 단일화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지난 1일 금천구 유세 중엔 “박 후보를 바꾸자는 생각은 안 후보나 더나 같다. 선거운동을 하다 보면 단일화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다시 운을 띄운 바 있다.

하지만 김 후보는 그로부터 사흘 뒤인 4일 오전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선 다시 “현재로선 어렵다”며 “지금 선거가 벌써 막판에 왔고 또 저희 둘만 아니라 그 밑에 청장, 여러 시의원, 구의원 다 각 당의 후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해버렸다.

비단 김 후보 뿐 아니라 안 후보도 같은 날 오전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물밑 협상이 없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없다. ‘누가 박원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인가’ 또 ‘누가 서울을 미래를 위해서 제대로 바꿀 수 있는 후보인가’ 그걸로 판단하고 그 후보에게 표를 모아주실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이며 계속 김 후보와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 후보인데다 ‘현직 프리미엄’ 효과도 있는 박원순 후보를 상대하려면 어떻게든 야권 후보 단일화는 불가피한 게 현실이란 점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에서 후보 단일화를 내심 바라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심재철 한국당 의원은 박원순 후보를 이기기 위해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심재철 한국당 의원은 박원순 후보를 이기기 위해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래선지 한국당의 홍문표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CPBC라디오 동 프로그램에 출연해 “선거일 2~3일을 남겨놓고도 단일화를 있을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고, 4일 오전 같은 당 심재철 의원도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 단일화가 필요는 하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좀처럼 후보 단일화를 노골적으로 언급하지 않아온 바른미래당에서도 손학규 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단일화를 거부하진 않는다”며 “두 후보 중 한 명이 그만두는 식으로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는데, 이런 두 당 사이의 ‘줄다리기’를 지켜보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4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김문수·안철수 두 후보가 단일화 얘기하는데 저는 단일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보수야당이 살기 위해서 단일화 통합의 길로 간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물론 바른미래당은 ‘보수야당 단일화’란 프레임에 갇힐 것을 우려했는지 박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즉각 대응하고 나섰는데,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의 대전시장 후보는 단일화 하지 않았고, 서울시장 후보 또한 단일화는 없음을 공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태생적으로 중도와 보수의 통합으로 이뤄진 바른미래당으로선 정치공학적인 보수야당 단일화로 비쳐질 경우 중도 성향 유권자의 표심을 붙잡지 못할 여지가 있다 보니 박 후보 견제를 위한 단일화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김 후보와의 직접적인 후보 단일화엔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셈인데, 한국당의 김 후보 역시 이런 한계를 의식했는지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면 안 후보 지지자가 100% 내 편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고 입장을 표했다.

이밖에 서울지역에선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놓고도 한국당 배현진 후보와 바른미래당 박종진 후보 간 단일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서울시장 선거와 똑같이 한국당이 러브콜을 보내는 데 반해 바른미래당이 소위 ‘밀당’을 하고 있어 선거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과연 하나라도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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