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리 재보험시장 70%점유, 국내서 매년 8%대 성장
공정위, 독점적 지위 남용 혐의 조사 계류
금융당국, 손보사 지원 및 2재보험사 적극 인가

 

금융당국이 코리안리가 국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기울어진 재보험시장에 손을 댈 예정이다. 화재보험 등 기업보험을 중심으로 손해보험사들의 재보험 역량을 키우도록 해, 시장을 분산하고 제2의 재보험사 인가기준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 뉴시스
금융당국이 코리안리가 국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기울어진 재보험시장에 손을 댈 예정이다. 화재보험 등 기업보험을 중심으로 손해보험사들의 재보험 역량을 키우도록 해, 시장을 분산하고 제2의 재보험사 인가기준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 뉴시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금융당국이 코리안리가 국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기울어진 재보험시장에 손을 댈 예정이다. 화재보험 등 기업보험을 중심으로 손해보험사들의 재보험 역량을 키우도록 해, 시장을 분산하고 제2의 재보험사 인가기준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코리안리 등 재보험 관련업계가 이제껏 담합 등 의혹에도 움직이지 않았던 바 규제가 아닌 자율경쟁을 유도하려는 방안인 것으로 해석된다.

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손해보험사들이 기업보험 보장 등에 대해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고, 재보험사에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보고 ‘손해보험산업 혁신 발전방안' 을 밝혔다. 4차 산업 발전에 따른 기업의 리스크를 파악해 보험서비스 질을 높이기보다 저축성보험 계약 유지만 치중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이전달 2일 금융위는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의 일환으로 재보험사 등 특화보험사 신설을 활성화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번 정책의 이면에는 재보험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계속 유지해 오고 있는 코리안리에 대한 견제가 담겨있다는 것이 중평이다. 코리안리의 보험요율 산정에 대한 투명성이 제고되고, 손보사들의 자체적인 보장능력 강화, 제 2의 신규 재보험사 진입규제 완화 등의 효과가 따른다. 

현재 손보업계에서 기업관련 보장성 보험의 80%가량이 코리안리 등 재보험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고 있다. 작년 기준 국내 재보험은 코리안리가 70.1%를 차지했고, 손보사(10.6%), 해외 재보험사(16.7%)가 시장을 나눴다. 코리안리 경과보험료는 2017년 4조9840억원(전년대비 7%↑), 2016년 4조6580억원(9.5%), 2015년 4조2550억원(8.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금융감독원, SK증권
@ 금융감독원, SK증권

코리안리가 재보험사로서 독점적 위치에 있음으로써 파생가능한 보험료 산정상 부당 혐의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가 몇차례 있었다. 특히 항공보험과 같은 손보사에 사고 경험 통계가 거의 없는 보장성 보험의 경우 코리안리가 산정한 요율이 그대로 반영될 수 밖에 없어, 지난해 10월과 2016년 8월 공정위는 손보사 11개사를 대상으로 헬기보험 보험요율 산정과 관련해 전면조사에 나선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동부화재가 해양경찰청의 헬기보험을 수주하면서 해외 재보험사인 로이즈의 요율에 비해 삼성화재 등 손보사 11곳이 사용한 코리안리의 요율이 10% 높은 사실이 적발되면서 공정위원회가 나섰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손보사와 코리안리에 대한 조사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고 보강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당국은 코리안리의 지나치게 높은 시장 점유율을 조정키 위해 제2의 재보험사에 대한 적극 인가에 나선다. 이제껏 규모와 재보험시장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아 사업성을 낮게보는 시각이 다분해 재보험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코리안리가 주도하던 재보험 요율 산정 기준의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해 보험개발원 산정 기준과 국제 권고기준 등을 적극 확대·반영하도록 한다. 산출 범위도 2배이상 넓혀 산정이 어려운 분야에 대해 손보사들과 신규 진입을 준비하는 재보험사 등이 요율산정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코리안리의 재보험 시장 독식구조를 깨려고 제 2의 재보험사 설립을 수차례 추진한 바 있다. 3년전에는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인 김기홍 JB자산운용 대표를 ‘팬아시아리’라는 재보험사 인사를 추진했지만, 김 대표가 KB금융지주 회장직을 노리다가 사퇴해 무산됐다. 무엇보다 IB업계 투자자들의 관심 냉랭했기 때문에 자금조달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이유가 컸다.

한편, 이번 손해보험 혁신 방안에 따르면 기업보험 중 10%는 손보사에서 직접 보유해 관리역량을 강화하도록 한다. 보험료·보험컨설팅 경쟁 촉진을 위해 보험사가 공동인수하는 보험위험 범위를 축소할 예정이다. 재보험사는 재보험료에 대해 알려주고, 보험사가 가져가는 사업비는 직접 정하도록해 경쟁을 유도한다. 내년부터는 금감원이 보험사의 위험평가와 관리수준을 평가하고 경영실태평가(RAAS)에 반영토록 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보험사나 보험개발원에서 제공받은 보험료를 보험회사별로 차별을 두어 기업 등 보험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며 “기업들이 자체 사고 예방 등의 노력여하에 따라 추가 할인도 가능해, 더 싸고 질 높은 기업 보장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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