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31일 삼성전자 0.43% 1.3조 매각
김기식 전 금감원장 보험업법 개정안, 7.43% 청산필요
유배당계약자들 배당금, '모두 삼성 것'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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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삼성생명이 논란이었던 삼성전자 지분 0.43%을 1조3000억원에 매각했다. 삼성이 금산분리와 보험업법 개정안을 피해 왔던 대표적 ‘적폐’하나를 생색내기로 끝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추진했던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전자지분을 3%이상인 7.43%, 약 26.5조원어치를 매각해야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과거 보험업법 ‘특혜’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논평을 통해 수차례 강조했다.

31일 경실련도 “삼성생명이 하려는 블록딜은 당장의 법 규정을 벗어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 삼성전자 지분 0.43%를 팔면 현재 금산법 규정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삼성생명에 대한 특혜법(보험업법)의 문제가 남는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전일 삼성생명은 계열사 삼성전자 주식 2298만3552주를 오는 31일 장 시작 전에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처분한다고 공시했고, 이날 장전에 성사됐다.

@ 하나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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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23%, 삼성화재는 1.44%를 보유하고 있어 총 9.67%가 계열사 출자분이다. 올해 예정된 삼성전자 자사주 100% 소각시 삼성생명은 8.88%(0.65%↑), 삼성화재 1.55%(0.11%↑), 합산 10.43%(0.76%↑)으로 보유지분이 증가한다. 현재 금산법 24조는 금융회사가 다른 기업 지분 10% 이상을 소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삼성생명은 이를 해결하려면 10%를 초과한 0.43%(1조3000억원)만 매각한 것이다.

하지만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 이내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생명은 시가평가로 초과지분인 20조원 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보유금액을 취득시점에서는 5629억원에 불과하지만, 시가를 기준으로 하면 29조원에 달한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김기식 전 금감원장을 중심으로 이종걸 전 의원, 심상정 의원 등 19대 국회부터 발의됐고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다. 2015년 이후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반대와 당시 여당에 부딪쳐 통과되지 못했지만, 이번 정부 들어 '적폐청산'이라는 기조에 따라 삼성과 관련해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것이 정권 초기 중론이었다.

한편, 삼성전자의 전자지분 매각이 논란이 됐던 것은 삼성전자를 사들인 유배당 계약자들의 권리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배당 계약자의 보험료 덕이었다. 당시 판매 상품이 모두 유배당상품만 팔았다. 지분 매각을 하면 삼성생명은 유배당 고객들에게 약 4조원 가량의 배당금을 돌려줘야 한다. 금리인상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유배당고객들에게 돌아가는 액수는 적어지기 때문에 과거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소장을 역임했던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생명에 빠른 지분 처분을 요구한 바 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 뉴시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 뉴시스

안타깝게도 이번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쥐꼬리’매각에 따라 유배당계약자들의 몫은 한 푼도 없다. 하나투자증권은 지난 4월 “삼성생명이 현행 금산법에 맞춰 10%를 초과한 0.43%만 매각하면(4월 6일 기준 삼성전자 주가 246만원) 매각금액 1.24조원, 취득원가 제외 1.21조원, 배당지분율 30%로 계약자에게 돌아가는 차익은 3635억원이 나온다. 곧 역마진 5000억원 규모를 고려시 계약자 배당액이 산정되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보험업법 개정안을 제출한 이유는 바로 금산분리법 전반을 깨고 있는 ‘삼성만을 위한 특혜’가 현행법에 남았던 적폐였기 때문이다. 은행, 증권 등 금융사는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할 때 공정가액(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하고, 한도를 초과해 보유한 회사는 5년 안에 이를 매각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속한 보험업계만 지분가격을 취득원가로 계산하고 있다. 계열사 주식·채권의 과다보유는 곧 보험 계약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어쨌튼 현행법은 계열사 주식 보유량이 많은 삼성을 위한 특혜라는 비판의 도마 위에 남아있다.

경실련은 이날 "삼성은 금산법을 지키기 위해, 지분을 처분한다고 하는 것은 보험업 감독규정이 개정될 것을 저지하기 위해 정부에 협조하는 모양을 보이는 임시방편이자, 기만술책에 불과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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