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발 TK까지 위기감 고조…후보 단일화도 안 풀리는데 내홍까지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홍준표 체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우외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체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우외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6·13지방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내우외환에 직면한 모양새여서 이 국면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한국당, ‘텃밭’ 대구·경북조차 이상 신호 감지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까지 불과 하루 남은 상황에서 그간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여겨져 온 대구·경북 지역에서조차 이전과 달리 심상치 않은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 한국당이 잔뜩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먼저 한국당의 아성처럼 여겨져 왔던 대구광역시만 해도 대구CBS와 영남일보의 의뢰를 받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21일 이 지역 거주 남녀 유권자 807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ARS 방식을 통해 대구시장 후보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P, 응답률 3.5%,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한국당의 권영진 후보는 41.8%, 더불어민주당의 임대윤 후보는 33.9%를 얻어 지지율 격차가 이젠 약 8%포인트 정도로 좁혀진 것으로 밝혀졌다.

비단 이 기관 뿐 아니라 MBC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대구 거주 유권자 804명에게 지난 19~21일 간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대구시장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 21.8%,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권 후보는 31.4%, 임 후보는 23.2%를 기록해 리얼미터 조사 때와 비슷한 정도의 격차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나 한국당을 한층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은 지난 3월 19일 TBC와 매일신문의 의뢰를 받은 리서치앤리서치가 17~18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권 후보(31.9%)가 임 후보(10.7%)를 20%포인트 이상 앞섰던 점에 비추어 볼 때 가히 격세지감이 느껴질 만한데, 심지어 대구지역 기초단체장의 경우에도 일부 지역에선 아예 한국당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내주는 곳도 있어 위기의식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대구 동구의 경우 지난 24~25일 영남일보와 리얼미터가 지역 유권자 501명에게 자동응답방식을 통해 공동 실시한 동구청장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한국당 배기철 후보는 29.3%에 그친 반면 민주당 서재헌 후보는 31.3%를 얻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동 조사기관이 27~28일 유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통해 대구 북구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북구청장 후보 지지율 조사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민주당 이헌태 후보가 38%를 기록해 1위인 한국당 배광식 후보를 1.4%포인트 차이로 바짝 뒤쫓고 있어 이곳마저 안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대구 외에 경북지역으로까지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인데, 영남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와 지난 25~26일 안동에 거주하는 만19세 이상 남녀 502명에게 안동시장 후보 지지도를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무소속 권영세 후보가 37.4%를 얻어 8.3%포인트 차로 한국당의 권기창 후보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젠 경북지사 판세까지도 요동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한때 압도적으로 높았던 이철우 한국당 후보의 지지율 역시 점차 떨어져 리얼미터가 영남일보·대구CBS 의뢰를 받아 지난 21일~22일 실시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선 2위인 오중기 민주당 후보와의 격차가 끝내 10% 이내로 좁혀지기에 이르렀다.

또 동 조사를 통해 밝혀진 이 지역 정당지지율까지 민주당 29.2%, 한국당 37.2%로 후보자 간 격차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어 이철우 후보도 지난 29일 열린 경북도당 선거대책위 발대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젊은 층은 한국당 후보라면 손도 안 잡으려 한다”며 현 상황에 대한 긴장감을 내비쳤다.

◆ 위기 속에 보수후보 단일화도 시도하나 이마저 난항

이렇듯 선거 걱정에 휩싸여서 그런지 한국당에선 몇몇 지역을 중심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순탄치 않아 날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례로 제천·단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한국당의 엄태영 후보와 바른미래당의 이찬구 후보는 지난 21일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 합의했었는데, 이를 의식했는지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23일 충북 제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후보들끼리의 개인적 단일화는 할 수 있다”며 한껏 힘을 실어줬으나 여론조사 기관 선정을 놓고 양 후보 간 불협화음이 계속된 끝에 결국 27일 단일화 협상이 무산됐다.

여기에 창원시장 선거에 있어서도 한국당에서 현직 시장이던 자신을 낙천시킨 데 반발해 안상수 후보가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면서 보수가 분열돼 여당에 어부지리인 상황이 계속되자 다급해진 한국당 지도부는 자당의 조진래 후보와 무소속 안 후보 간 단일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지난 25일 김성태 원내대표가 직접 두 후보와 연쇄 접촉하기도 했으나 정작 후보자 양측 모두 단일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 역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한국당의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한국당의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일찌감치 주목 받아왔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역시 이와 비슷한 상황인데, 홍문표 한국당 사무총장은 30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투표용지가 진행되기 전 (단일화) 되면 좋겠지만 양 후보가 서로 합의가 된다면 투표 며칠 전에도 가능하지 않겠나”라며 “선거일 2~3일 남겨놓고도 단일화는 있을 수 있다”고 군불을 떼고 있지만 당사자인 김문수 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간 견해차가 여전해 사전투표가 시작되기 전인 내달 7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안 후보가 지난 29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인위적인 단일화는 있을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한 후보에게 많은 지지자가 모이면 다른 후보가 깨끗이 양보하는 방식으로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사실상 ‘김 후보 자진사퇴’ 형태의 우회적 단일화 방식을 끝까지 고수하자 이에 불쾌감을 느낀 김 후보 역시 3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를 끝낸다고 말씀드렸다”고 단호히 가능성을 일축했기 때문이다.

사실 단일화에 대해선 앞서 지난 17일 김 후보가 국회에서 가진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정치적 소신과 신념이 확실하다면 동지로서 생각하고 같이 하겠다”며 먼저 안 후보에 러브콜을 보냈으나 결국 11일 만인 28일 관훈토론회에선 “단일화라는 게 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안 후보도 맞장구 쳐줘야 하는 건데, 저쪽에서 제가 들어가려 한다고 말하니 오해가 생겨 더 이상 생각하거나 말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다.

◆ 정우택 필두로 ‘홍준표 체제’ 비판 확산에 지도부 골머리

이처럼 선거 승부수로 띄우려던 단일화마저 곳곳에서 불투명해지는 와중에 한국당 내부적으로도 선거 전인 벌써부터 ‘지도부 책임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와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데, 그 첫 포문은 지난 29일 4선 의원이자 전직 원내대표인 정우택 의원이 열었다.

정우택 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 전에 홍준표 대표가 백의종군하라고 요구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정우택 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 전에 홍준표 대표가 백의종군하라고 요구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은 자가당착에 빠진 모습과 정국 오판으로 국민에게 외면 받고 있다. 이대로 가면 6.13지방선거에서 ‘보수 궤멸’이 현실”이라며 “지금의 한국당은 안타깝게도 그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는 데 실패했다. 당 지도부는 끝없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당지지율과 선거전략 부재의 책임을 지고 환골탈태하여 ‘백의종군’의 자세로 헌신할 것을 호소한다”고 홍 대표의 2선 후퇴를 촉구했다.

그러자 홍 대표도 같은 날 오후 강원 원주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의원을 겨냥 “그 사람은 충북에서 유일하게 자기 지역 도의원 공천도 못한 사람”이라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갈 것”이라고 즉각 맞받아쳤다.

이에 그치지 않고 친홍 인사인 홍문표 사무총장도 30일 오전 CPBC라디오에 출연해 정 의원의 발언을 꼬집어 “한 때 원내대표까지 했던 사람이 할 얘기는 아니다. 선거가 지금 진행 중인데 ‘누구를 나가라. 뭐를 자중해라’ 도대체 이게 단합을 위해 하는 소리인지, 개인의 이름을 한번 신문지상에 알리려고 하는 일인가”라며 “참 어떻게 보면 철부지 같은 행동”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대전시장에 출마한 같은 당의 박성효 후보는 오히려 2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충청도를 대표하는 중진인 정 의원의 진정어린 충정을 개소리로 치부하는 대표님의 참을 수 없는 입의 가벼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홍 대표는 백의를 입고 종군해야 한다”고 정 의원 주장에 손을 들어주면서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특히 페이스북을 통해 시작된 이번 설전은 30일엔 당 수석대변인인 장제원 의원까지 뛰어들어 보다 격렬해지고 있는데 “철없는 당권 욕심이 당원과 현장에서 죽기 살기로 뛰는 후보를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있는지 알기 바란다”며 “지방선거 망하면 지도부만 물러간다고 해결될 것 같나. 당 중진들은 전혀 책임이 없는 건가”라고 당내 중진의원들과 홍 대표 측 사이의 해묵은 갈등까지 직격하면서 선거가 치러지기도 전에 당 내홍이 재발되는 게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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