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총수 일가 갑질에 이미지 추락
노블리스 오블리제 몸소 실천한 故 구본무 회장

포토라인에서 선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사진, 좌)과 지난 22일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 우)[사진 / 시사포커스 DB]
포토라인에서 선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사진, 좌)과 지난 22일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 우)[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총수 일가의 일탈 때문인지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오너리스크’로 인한 애로를 호소하는 기업들이 많다. 오너리스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총수 일탈은 수없이 많았지만 최근 정국을 달구고 있는 총수 일가는 당연 조양호 한진家이다. 반면 오너리스크와 무관한 정도경영으로 칭송받는 총수도 있다. 재계의 ‘큰 별’인 지난 22일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다.

두 총수가 연일 거론되는 곳은 한쪽은 갑질 파문과 탈세 혐의로 대대적인 조사를 받는 반면 한쪽은 살아생전 정도경영과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표본으로 입가에 오르내리고 있어서다.

갑질의 총집합체를 보여주고 있는 조 회장 일가의 모습을 보고 갑질 문화가 뿌리내린 이 사회에 을의 눈물을 닦아줄 이가 많지 않을 것이란 비관 속에서 故 구본무 회장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행보는 그래서 더욱 회자되고 있고 비교되고 있다.

조 회장 일가의 갑질은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확산되면서 드러났다. 각종 갑질 및 탈세 혐의가 고무마 줄기 캐듯 줄줄이 이어지면서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한공 직원은 대한항공직원연대를 조직하고 매주 금요일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 회장 일가에 대한 내부 제보가 쏟아지면서 조 회장은 갈수록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다.

한진그룹은 해명자료를 배포하며 갑질 및 탈세 의혹에 반박하고 있지만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무엇보다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 의혹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듯 한진그룹은 이를 해명하기에 바쁘다. 조현민 전 전무에 이어 24일 포토라인에 선 조현아 전 부사장. 이명희 이사장 역시 경찰이 오는 28일 소환이 결정되면서 포토라인에 서게 된다.

갑질뿐만 아니라 밀수 의혹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기업을 사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이 작금의 사태를 키웠다. ‘족벌 경영’과 ‘황제경영’의 전형적인 폐해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이 이사장과 조현아·조현민 두 자녀를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기업과 직원들을 살리기 위해선 조 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연일 비난을 받고 있는 것과는 달리 고 구본무 회장은 살아생전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2015년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해 사재 70억원을 털어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에 기부했다. 2016년에는 서울 교대역 인근 묻지마 난동을 막은 시민 5명에게 상금과 표창을 전한 것은 널리 알려진 미담이다. 지난해는 철원에서 총기사고로 숨진 이모 상병 유가족에게 1억원을 전달하는 등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해왔다.

귀감이 되는 의인과 영웅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그 뜻을 기리겠다는 구 회장의 뜻을 반영해 LG복지재단이 2015년 ‘LG의인상’을 만든 것도 이 일환이다.

구본무 회장은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취지로 상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재벌기업의 횡포와 경영자들의 불미스런 일 등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고 구 회장의 정도경영과 모범적인 삶은 총수일가가 본받을 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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