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 경영 체제 6인 부회장단 조력자 역할론 부상
구본준 부회장, ‘조언자’역할 뒤 계열분리 독립 나설 듯
구광모 상무, 미래 IT 기술에 성장동력 미래 먹거리 발굴

21일 재계에 따르면 40세 불혹의 나이에 LG그룹 경영을 책임질 위치에 놓인 구광모 상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21일 재계에 따르면 40세 불혹의 나이에 LG그룹 경영을 책임질 위치에 놓인 구광모 상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재계 ‘큰 별’인 구본무 회장이 병환으로 지난 20일 별세하면서 LG그룹이 ‘구본무 시대’에서 ‘구광모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故(고) 구본무 회장 와병 이후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 지휘한 구본준 LG 부회장 역할론과 안정적인 ‘구광모 시대’를 열기 위한 LG그룹 경영 체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40세 불혹의 나이에 LG그룹 경영을 책임질 위치에 놓인 구광모 상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그동안 경영수업을 차곡차곡 쌓아온 터라 경영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기대감이 있는 반면 최근까지 구 상무에 대해 알려진 게 거의 없고 이렇다 할 성과도 보여주지 못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구광모 시대’ 6인 부회장단 역할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다 보니 ‘구광모 시대’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보고 하현회 (주)LG 부회장을 비롯해,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 전자 부회장 등 6인이 구 상무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게 보고 있다. 구 상무는 다음 달 29일 열리는 주총에서 ㈜LG의 등기아사로 선임되며 ㈜LG로 자리를 옮긴 뒤 LG그룹 내 6명의 부회장 등의 전문경영인과 함께 경영 체제 운영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은 구 상무가 40대의 젊은 나이고 그룹 전반에 대한 현장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려되는 공백을 6인의 부회장들이 메꾸는 방식이다. 구 상무는 LG그룹의 주력인 전자와 화학 통신 등 주요 계열사를 경영한 경험이 없다. 구 상무는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한 이후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창원사업장과 LG 경영전략팀 등을 거쳤다. 지난 2015년 LG 상무로 승진한 이후 2018년 정기 인사에서 LG전자 성장사업 한 축인 기업(B2B)사업본부 ID 사업부장에 임명됐다. 아직 현장 경영 능력 면에서 부족한 단점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자리 잡은 ‘6인 부회장단’에게 상당 부분 의존하면서 현장 경영 보폭을 넓혀가며 체제 안정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들이 그룹 총수 역할을 맡게 될 구 상무의 승계를 도울 것이란 게 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이런 과도기 체제는 앞선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을 통해 드러나 있다. 1969년 12월31일 구인회 창업주가 타계하자 첫째 동생인 고(故) 구철회 당시 락희화학 사장이 당시 구자경 금성사 부사장(현 LG그룹 명예회장)을 회장으로 추대한 뒤 경영 퇴진을 선언했고 셋째 동생인 구정회 사장은 그룹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1년 간 조카인 구자경 회장을 보좌하고 경영수업을 받도록 했다. ‘구광모 시대’가 뿌리내리기 위해선 2~3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6인 부회장단 가운데 하현회 부회장의 ‘역할론’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부회장으로 승진한 하 부회장은 2006년 ㈜LG의 시너지팀장(부사장) 재임 시절 구 상무를 휘하에 두면서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무엇보다 지주회사인 ㈜LG의 대표이사로 구 상무가 ㈜LG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측근 보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하 부사장 ‘역할론’이 주목되는 이유다. 또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 등을 두루 거치면서 사업구조 고도화와 각 계열사 실적 개선을 이끈 점도 꼽히는 이유다.

故 구본무 회자의 빈소[사진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故 구본무 회자의 빈소[사진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장자 승계 원칙, 구본준 부회장 계열 분리 독립할 듯

이미 LG그룹은 2003년 일찌감치 지주사 체제를 갖춰 이번 세대교체에 따른 혼란은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또 장자 승계 원칙에 따란 경영권 분쟁에서도 자유롭다. 현재 LG그룹 경영 전반을 총 지휘하고 있는 구본준 LG 부회장의 경우 구 상무가 총수 역할에 대한 ‘조언자’ 역할을 한 뒤 일정기간이 지나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독립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과거 장자가 경영을 승계하고 형제는 퇴진하는 사례로 볼 때 무게가 실린다.

구본무 회장이 부친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1995년에도 LG반도체를 이끌던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유통사업을 담당하던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이 계열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 구본무 회장의 4형제 중 둘째 구본능 회장과 넷째 구본식 부회장은 일찌감치 LCD 모듈 등 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희성그룹을 설립해 독립했다.

앞서 구인회 LG 창업주의 동생인 구철회 명예회장의 자손들은 1999년 LG화재를 만들어 그룹에서 독립시킨 뒤 LIG그룹을 만들었다. 또 여섯 형제 중 넷째인 구태회, 다섯째 구평회, 막내인 구두회 형제는 2003년 계열 분리해 LS그룹을 설립했다.

이 같은 전통에 따라 구본준 부회장은 ㈜LG 지분을 계열사 지분과 맞교환해 계열 분리해 독립할 가능성이 유력시 거론되고 있다. 구 부회장은 ㈜LG의 2대 주주(1332만주, 7.72%)로 지분 가치만 1조 600억원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 LG화학 바이오사업, LG상사가 거론되는 가운데 시가총액 수준으로 LG상사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지분 매각 자금만 들고 독자노선을 걷는 방식도 거론된다. 가족 간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독립 시기나 방법 등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LG 미래먹거리 구광모 시대 경영 능력 시험대

구광모 상무는 구본무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LG 주식 1945만8169주를 물려받게 됨에 따라 주식 상속세를 내야한다. 상속 규모 30억원 이상에 대한 과세율 50%를 적용하고, 고인의 사망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의 평균 가격으로 주식 상속세를 계산한다. 이럴 경우 과세대상 주식 가치는 18일 종가(7만9800원) 기준 1조5530에서 1조8636억원으로 늘어나고 과세율을 적용하면 상속세는 9318억원에 이른다.

구 상무가 경영권을 승계하게 됨에 따라 LG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그룹은 지난해까지 매출 160조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사상 첫 매출 60조원 시대를 연 LG전자는 생활가전 및 TV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LG화학 LG생활건강 역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그룹 매출은 늘고 있지만 현 글로벌 경영상황을 보면 녹록치 않다. 디스플레이 사업이 6년 만에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모바일 사업은 12분기 연속 적자다. 배터리 사업도 경쟁자의 추격에 안심하기 이른 상황이다. 구 상무는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야 할 시점에서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에 성장동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구 상무는 차세대 신사업으로 평소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등 미래 IT 기술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는 점에서 그룹 내 IT 사업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LG전자가 최근 인수한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업체 ZKW나, LG전자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구 상무가 맡았던 정보디스플레이 사업 중 사이니지로 불리는 상업용 광고판 사업도 미래 먹거리 후보군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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