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 공관위 방침대로 ‘경선’ 고수…安 “손학규 전략공천” 주장하다 반발 직면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좌측 끝)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우측 끝에서 두번째)가 21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새로 영입된 인사의 소감을 듣고 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좌측 끝)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우측 끝에서 두번째)가 21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새로 영입된 인사의 소감을 듣고 있다. ⓒ바른미래당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지율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바른미래당이 공천 갈등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6·13지방선거를 불과 한 달도 안 남긴 가운데 점점 혼돈 상태로 치닫고 있다.

무엇보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라는 당내 두 중심인물이 여러 면에서 이견을 드러내며 충돌함에 따라 양측 갈등이 자칫 내홍으로까지 비화되는 것 아닌지 우려의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 노원병 다음엔 송파을 놓고 安 ‘전략공천’ - 劉 ‘경선’ 충돌

이미 서울 노원병 공천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던 바른미래당이 송파을 지역 공천 사안을 놓고 유승민 공동대표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또 다시 충돌 양상을 띠면서 좀처럼 공천 잡음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앞서 논란이 일었던 노원병 지역의 경우 안철수계로 분류됐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결국 출마를 포기하고 스스로 예비후보직에서 사퇴함으로써 바른정당 출신의 이준석 지역위원장이 공천 받는 수순으로 정리된 바 있지만 이번 송파을에 있어선 공천 방식부터 이견을 보이면서 유 대표와 안 후보가 연일 신경전을 벌여오고 있다.

특히 안철수계와 유승민계의 충돌이라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노원병 공천 당시엔 그래도 좀처럼 직접적인 충돌을 자제하던 안 후보가 최근 송파을 공천 문제에 있어선 적극적으로 당 지도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이 당내 입지에 있어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양측은 지난 17일 사실상 설전을 주고받았는데,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내놔야 된다는 안 후보 측 주장에 맞서 유 대표가 이날 비공개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런 논리라면 우리가 후보를 낼 수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전략공천은 합의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가 송파을 공천을 경선을 통해 결정했기 때문에 당 최고위가 이를 중단시킬 권한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한 발 더 나아가 유 대표는 손학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송파을 후보로 내세우려는 안 후보 측을 겨냥 “제가 알기로 손 위원장 본인이 출마 의사가 없는 걸로 안다”며 “경선을 하면 1등 한 사람이 정해질 것이고 그 사람에 대한 공천안이 최고위에 올라오면 의결하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같은 날 안 후보도 직접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손 위원장이 선거 생각이 없다는 식으로 차단하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당에서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먼저”라며 “이달 초부터 당에 요청했지만 아직도 공천 문제가 해결 안 되고 있어서 답답하다”고 사실상 유 대표에 맞불을 놨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송파을 선거는 서울시장 선거만큼 상징성이 있고 중요하다. 당에서 가장 무게감 있고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를 내는 것이 송파을 지역 유권자들을 위한 도리”라며 “손 위원장이 출마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 송파을 예비후보들, 탈당 경고·불출마 선언 등 강력 반발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바른미래당 서울 송파을 예비후보 박종진 송파을 지역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송파을 재보선 공천 갈등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바른미래당 서울 송파을 예비후보 박종진 송파을 지역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송파을 재보선 공천 갈등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 후보의 이 같은 노골적 압박에 당초 송파을 경선에 나서려던 다른 후보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는데, 당장 바른정당 출신인 박종진 예비후보는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당 공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가 계속해서 공천을 미루고 밀실공천, 공정하지 못한 공천, 송파구민들과 당원의 뜻을 배제한 공천을 모략한다면 뜻을 함께 하는 당원들과 탈당도 불사할 것”이라며 “오는 23알까지 지켜보며 만약 무공천이나 비민주적인 전략공천이 이뤄질 경우 무소속으로 송파을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엄중 경고했다.

또 박 예비후보는 거듭 안 후보를 겨냥 “당내 경선을 앞두고 전략공천 운운하는 것은 열심히 뛰고 있는 후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바른미래당이 안철수 개인의 사당인가”라며 “안 후보 (주장대로라면 여론조사에서) 자신도 3등 후보이므로 본인 대신 경쟁력이 있는 인물을 찾아 먼저 전략공천 대상이 돼야 할 것”이라고도 일침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박 예비후보는 같은 날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선 아예 “박종진한테 (공천) 주면 안 된다고 하는 그런 어떤 세력들이 있다, 난 그렇게 본다. 국민의당 출신 최고위원들이나 안철수계나 이런 쪽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라며 “지금 이대로 이런 식으로 공천 파행이 계속되면 화합이 이뤄질 수 있겠나. 정당은 선거 승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선거가 다 엉망이 돼버리고 패배한다면 이 정당의 존재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까지 쏟아냈다.

이 같은 반발 기류는 비단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만 불거진 게 아니었는데, 심지어 안 후보의 비서 출신으로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했던 이태우 예비후보조차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어차피 최고위에서 본선 경쟁력을 운운하며 전략 공천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경선 참여도 의미가 없다”며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이 후보는 “안철수계, 유승민계로 나뉘어 선거 승리보다는 계파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실망스럽다. 현 상황은 선거연대 수준보다 못하다”며 “통합을 추진했던 국민의당 최고위원으로서 안철수 당시 대표가 추진하던 통합에 찬성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반성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친안계임에도 불구하고 “새 정치는 죽었다. 안 후보가 5월 초부터 이미 공천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큰 충격”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는지 의문이다. 오직 정계개편에만 관심인 것 같다”고 안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 ‘통합 후회’ 발언까지 나오자 安 수습 나섰지만 ‘미련’은 여전

이처럼 이미 출마한 예비후보들이 격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같은 날 바른정당 출신인 진수희 전 의원까지 송파을 공천 논란과 관련해 불만을 표하는 의미에서 서울시당위원장직까지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져 당내 파문은 한층 커졌는데, 진 전 의원 역시 이날 오전 바른정당 출신 원외지역위원장들이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더 이상 안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어야 할 책임감도 동기도 다 사라져 이런 마음으로 시당위원장직을 유지하는 건 도리가 아니란 사퇴의 변을 밝혔다”며 통합에 후회한다는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진 전 의원은 21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선 송파을 공천 갈등과 관련해 “언론에선 이것을 유승민-안철수 싸움 이렇게 프레임을 짜고 있는데, 이건 유승민, 안철수의 다툼 이런 게 아니고 민주정당에서 경선이란 원칙을 지킬 거냐, 아니면 전략적 판단이란 예외를 적용할 거냐 이 프레임”이라며 앞서 노원병 공천 문제와 연계시키는 데 대해서도 “노원은 노원이고 송파는 송파인데, 그걸 연결시켜 유-안 갈등 프레임 이건 아니지 않나 싶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처럼 진 전 의원이 사퇴 당시보다 한층 신중한 발언을 내놓게 된 데에는 이번 공천 갈등이 절차나 원칙 문제가 아니라 그저 양 계파의 이전투구로 비쳐질 경우 종극엔 어느 쪽이 이기든 과거 새누리당의 친박-비박 간 공천 갈등 때와 마찬가지로 ‘상처뿐인 승리’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럼에도 진 전 의원은 2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선 손 위원장을 내세우려는 안 후보 측을 꼬집어 “손 위원장이 나왔을 때 이길 수 있다는 뭔가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는지 모르겠다. 당선이 거의 확실시된다, 이러면 모르겠는데 불투명한 상황이면 사실 손 위원장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라며 “(선대위원장으로서) 후보 선거에도 계속 지원 나가셔야 되고 전국적으로 다니셔야 되는데 어느 특정 지역에 묶어두면 어렵게 모셔온 손 위원장에 대한 예도 아닌 것”이라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처럼 자신에 대한 비판이 당내에서 계속되자 일단 안 후보도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시민을 만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공천과 관련한 잡음을 끝내고 대통령 특보의 한미동맹파기 발언, 드루킹 옥중서신 같은 국민적 의혹에 단호하게 대처해주기 바란다”라며 몸소 진화에 나섰다.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중앙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해 “경쟁하다 싸울 수도 있다. 그 뒤에 보면 다시 합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민주정당”이라며 당내 공천 갈등 봉합에 나섰다.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중앙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해 “경쟁하다 싸울 수도 있다. 그 뒤에 보면 다시 합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민주정당”이라며 당내 공천 갈등 봉합에 나섰다.

여기에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손 위원장 역시 21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중앙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해 “요즘 바른미래당 선거와 관련해서 안 후보가 열심히 운동한다는 기사는 안 나오고 ‘공천 때문에 내분이 심하다. 유 대표와 안 후보가 싸운다’ 이런 이야기만 나와서 불안할 것”이라면서도 “민주정당은 경쟁을 하게 되어 있고 경쟁하다 싸울 수도 있다. 그 뒤에 보면 다시 합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민주정당”이라고 단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안 후보가 짐짓 사태 수습에 들어간 듯 하면서도 앞서 이날 오전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좋은 결정을 내려줬으면 한다. 나는 서울시장 후보로서 제안의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여전히 미련을 남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어 같은 날 “원칙대로 하는 길 밖에 없다”면서 경선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유 대표와 계속 불협화음을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후보에 대한 공천장 수여식이 있을 오는 23일 최고위를 앞두고 과연 어느 쪽이 최후에 웃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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