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일 최종 매각 발표, 한미일 연합 인수
도시바 메모리 중화권 업체 넘어간 것 막아

작년 4월 직접 일본을 방문해 도시바메모리 사업 인수전 진두지휘한 최태원 SK그룹 회장.ⓒSK그룹
작년 4월 직접 일본을 방문해 도시바메모리 사업 인수전 진두지휘한 최태원 SK그룹 회장.ⓒSK그룹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중국 정부가 일본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최종 승인함에 따라 도시바 메모리를 6월1일 매각한다고 도시바가 발표하면서 사실상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인수하게 됐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대만, 필리핀, 브라질 등 7개국 정부로부터 매각 승인을 받았지만 중국만 그동안 독점금지법 심사를 미루면서 매각에 난항이 예상됐다. 그러나 17일 중국 상무부가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독점금지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승인이 떨어졌다. 도시바가 중국 승인을 필요로 하는 것은 반도체의 최대 수요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번 중국 상무부의 최종 승인이 갖는 의미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는 점과 웨스턴디지털이나 마이크론, 중화권 기업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막았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하게 되면 업계 2위인 도시바와 협력을 통해 점유율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낸드 업계 점유율은 1위인 삼성전자(40.4%)를 비롯해 도시바(16.2%), 웨스턴디지털(14.8%), SK하이닉스(11.6%), 마이크론(9.9%) 등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4조원 규모의 도시바 메모리 투자 안건을 의결한 바 있어 이번 인수가 최종 마무리 되면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강화로 업계 2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를 잡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낸드플래시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합한 점유율이 1위인 상황에서 이번 승인을 통해 SK하이닉스가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낸드플래시서 경쟁력을 더 높일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지분은 10년간 15% 이하로 제한되는 데다 도시바 메모리 기밀 정보에는 접근하지 못한다는 매각 조건에 따라 인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미일연합이 중화권 업체들의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저지했다는 점도 큰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연간 2천억 달러(약 215조3천억원)에 달하고 있어 도시바 메모리가 중국에 넘어갈 경우 ‘치킨게임’이 재발 돼 한국 반도체 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됐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5%로 끌어올리고, 반도체 수입액을 대폭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5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도시바 메모리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는 것으로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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