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남북 고위급 회담 연기, ‘평화 분위기’에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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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北 태도에 정치권 촉각…보수야당엔 반전 계기 될 수도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16일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 회담이 갑작스러운 북한의 일방적 취소로 잠정 연기돼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들어 남북 대화에 적극 임해왔던 북한이 돌연 회담 중지라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면서 정치권 역시 이에 발 빠르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인데, 북한의 이번 조치가 내달 12일 있을 북미정상회담과 연계된 대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하루 뒤의 6·13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는 것 아닌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당혹한 정부, 北의 ‘회담 중단’ 통보에 “유감”

북한이 16일 새벽 0시30분경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당일 있을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회담 연기 이유와 관련해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3시경 “11일부터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 함께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공중 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2018 맥스선더’ 연합공중전투훈련을 벌려놓고 있다.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라며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중앙통신은 지난 14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국회에서 저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진 점도 꼬집어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놓고 있다”며 “판문점 선언은 그 어느 일방의 노력으로써는 이행될 수 없으며 쌍방이 그를 위한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힘 모아 조성해나갈 때 비로소 좋은 결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단 이 같은 보도와 관련해 통일부는 같은 날 백태현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조선중앙통신 보도문에는 ‘회담 중지’로 되어 있고 우리(에게 보내온 북측의) 통지문에는 연기를 통보했다고 그렇게 되어 있다”면서도 “연례적인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이유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은 4월27일 양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근본정신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북한에 유감을 표했다.

특히 북한이 ‘회담 중지’ 명분으로 우선 내세웠던 ‘맥스 썬더’ 훈련의 경우 이미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데다 백 대변인도 ‘남북 고위급 회담 준비 과정에서 맥스 썬더 훈련에 대해 북한이 불만을 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동맹국들과 수십 년간 해온 것으로 도발적이지 않다”고 답변해 회담을 연기시킨 근본적 이유로는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안을 가벼이 볼 수 없는 만큼 북한의 통보를 받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였는데, 청와대는 외교부와 국방부, 통일부 관계자들과 심야 협의를 통해 북한의 의도파악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으며 국가안보실도 미국 백악관과 사실을 공유하면서 적극 한미 공조에 나섰다.

무엇보다 ‘맥스 썬더’ 훈련이 표면상 이유로라도 거론된 만큼 이날 예정된 일정을 취소한 송영무 국방장관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오전 중 긴급 회동을 가졌는데, 연례 한미연합훈련이다 보니 훈련 자체는 당초 계획된 25일까지 진행하기로 하면서도 이번 훈련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던 미 전략자산인 B-52 폭격기는 전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北 ‘회담 연기’ 이유 놓고 정치권 해석 ‘분분’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미국의 전략자산인 F-22 스텔스 전투기가 이번 ‘맥스 썬더’ 훈련에 참여한 점을 들어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세 명을 풀어줬는데, 풀어준 상대에게 한 방 먹으라고 스텔스까지 보내는 건 안 맞다. 적절하게 대화의 파트너로서 대접해야 된다”란 입장을 내놨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미국의 전략자산인 F-22 스텔스 전투기가 이번 ‘맥스 썬더’ 훈련에 참여한 점을 들어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세 명을 풀어줬는데, 풀어준 상대에게 한 방 먹으라고 스텔스까지 보내는 건 안 맞다. 적절하게 대화의 파트너로서 대접해야 된다”란 입장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급박한 기류 변화 조짐에 놀란 정치권에서도 북한의 회담 연기 통보에 대해 저마다 해석을 쏟아냈는데,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1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인 F-22 스텔스 전투기가 이번 ‘맥스 썬더’ 훈련에 참여한 점을 들어 “회담까지 예정되어 있는 직전에 일종의 시위를 한 거다. (북한이) 가만히 있으면 바보”라며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세 명을 풀어줬는데, 풀어준 상대에게 한 방 먹으라고 스텔스까지 보내는 건 안 맞다. 적절하게 대화의 파트너로서 대접해야 된다”고 입장을 내놨다.

반면 바른미래당의 하태경 의원은 북한의 회담 연기 통보에 대해 같은 날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이게 남북관계라기보다 북미관계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막판 힘겨루기 하는 그런 느낌”이라며 협상전략의 일환이란 시각을 드러냈다.

또 하 의원은 북한이 사실상 태영호 전 공사까지 문제 삼은 데 대해서도 “미국을 핑계로 남측과의 협상을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측 내에서도 핑계거리를 찾을 이유가 있어 태영호를 끄집어들인 건데, 그건 좀 부차적인 것”이라며 “회담을 연기할 정도의 결정적 사유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맥스 썬더 훈련’도 이유로 든 것과 관련해선 “이번 맥스 썬더 훈련 같은 경우 이걸 양해 해달라든지 북한하고 사전조율을 안 했다. 표면적으로는 청와대 책임”이라며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안보실에서 한 거 아니냐.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면 북한이 문제를 못 삼았기에 청와대 책임론이 생길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하 의원은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또 판문점 회담이 안 된 이유도 확인된 것 같다. 이번에 판문점 회담이 되려면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그림이 미리 다 짜여야 하는데 그게 합의가 안 된 거라서 싱가포르로 해주도 지금 계속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선 남북 고위급 회담도 일단 북미회담 이후로 좀 미뤄두려고 하는 것 같다. (비핵화) 사후검증 약속이 안 되면 미국과는 조금 어려운 회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뿐 아니라 민주평화당의 박지원 의원 역시 같은 날 남북 고위급회담이 북한에 의해 일방적으로 연기된 이유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이미 진행 중이며 이달 말 끝난다. 최근 미국조야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나친 허들 높이기와 압박에 대한 반발이 원인”이라며 사실상 미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조치라는 시각을 견지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미국을 향해 “동양은 체면을 중시하고 서양은 실리를 중시한다. 미국은 비핵화가 진정한 목표라면 불필요한 자극으로 북한의 체면을 구기면 안 된다”며 “북미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도 서로 인내하고 배려가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같은 분석은 일견 적중한 듯한 모양새인데, 남북 고위급회담이 일방적으로 연기된 이날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조선중앙통신과의 담화에서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금 미국에서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는 것은 극히 온당치 못한 처사”라며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런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북미회담 재고 가능성까지 내비쳐 미국을 당혹케 만들었다.

◆ 野, ‘北 회담 취소’에 정부의 대북 기조 비판 목소리 재개

[시사포커스 / 이광철 기자]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공동대표는 “북한은 남북 고위급 회담을 중지한다고 통보했다. 판문점 선언 하나로 마치 핵도, 북한 도발도 사라지고 벌써 평화가 다 온 것 같이 우리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라고 당장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시사포커스 / 이광철 기자]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공동대표는 “북한은 남북 고위급 회담을 중지한다고 통보했다. 판문점 선언 하나로 마치 핵도, 북한 도발도 사라지고 벌써 평화가 다 온 것 같이 우리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라고 당장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북미 간 신경전 속에서 일어난 결과란 측면과 별개로 보수야당에게는 이번 사건이 그간 대북 관계와 관련해 줄곧 정부여당에 밀려왔던 국면을 만회할 만한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공동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은 남북 고위급 회담을 중지한다고 통보했다. 판문점 선언 하나로 마치 핵도, 북한 도발도 사라지고 벌써 평화가 다 온 것 같이 우리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라고 당장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뒤이어 같은 당 박주선 공동대표마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 “남북이 직통전화를 개설해 김정은과 금방 통화할 것 같이 얘기하더니 아직 통화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과연 판문점 선언이 제대로 이행되겠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먹구름이 되지 않을까”라고 쓴 소리를 쏟아냈다.

여기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도 같은 날 전희경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회담 제안한 지 15시간도 되지 않아 돌연 취소하며 약속을 뒤엎는 북한의 태도는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변화무쌍하고 예측 불가한 상대와 마주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정부에 가장 필요한 것은 대북문제에 있어서의 굳건한 원칙 고수”라며 “국내 여론을 의식하는 끌려다니기식 미봉으로는 앞으로도 거듭될 북한의 전략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라고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 대변인은 “한국당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우리만의 선제적인 안보, 경제 조치들은 북한의 오판을 불러일으키고 대북문제를 두고 국제공조에서 대한민국만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며 “북한의 속내를 면밀히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야권의 이 같은 공세에 직면한 더불어민주당에선 같은 날 추미애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정확한 상황이 알려지기까지 오해와 억측은 자제해 주길 바란다”며 “한미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입장 차를 좁히고 양국 신뢰를 심어 북미정상회담 성공에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오히려 추 대표는 “다가올 한 달은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국회도 판문점선언 지지결의안과 비준안을 한시바삐 통과시켜서 한반도 평화의 거대한 물결에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야권에 협조를 촉구했는데, 북한이 북미회담 재검토까지 언급한 상황에서 과연 보수야당이 여당의 요구에 순순히 응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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