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에 반대 의견 제시
현대차그룹 “ISS ‘반대’ 결정 심각한 오류로 시장 호도”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자 현대차그룹은 "시장을 호도하고 있다"며 심히 유감을 표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자 현대차그룹은 "시장을 호도하고 있다"며 심히 유감을 표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오는 29일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분할·합병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대차그룹은 16일 ‘ISS 권고에 대한 현대차그룹 입장’을 내고 ISS의 ‘반대’ 결정이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시장을 호도하고 있어 심히 유감을 표했다.

현대차그룹이 발 빠르게 ISS 입장에 대해 유감을 표한 것은 오는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표 단속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현대모비스 주주이자 자신의 회원사들에게 오는 29일 열리는 주총에서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지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ISS는 “분할·합병을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현대모비스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리고 분할·합병에 대한 전략적 이유 역시 불투명하다”고 밝혔다.세계 2위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도 “이사회가 수익성 있는 사업부문들과 상당량의 현금을 관련성이 적어 보이는 물류업과 합병하려고 분할한다면서 설득력 없는 근거만 내놓고 있다”며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외국계 투자자들이 안건 찬반 여부에 통상 ISS 의견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현대차가 ISS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합병에 찬성하는 우호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들이 ISS 권고대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22일 KEB하나금융지주 주총에서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던 김정태 회장의 연임이 ISS의 찬성권고에 힘입어 무려 84.6%의 지지로 통과된 것만 보더라도 ISS 권고는 표 대결에서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입장을 나타낸 의결권 자문사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다가 ISS의 ‘반대’ 권고가 나오자 현대차가가 바로 입장문을 내놓은 것도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가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앞둔 현대차그룹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은 48%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의 우호 지분은 30.17%(기아차 16.88%, 정몽구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이다. 지배구조 개편안이 순조롭게 진행하려면 19.83%의 찬성표를 얻어야 하는데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 향방이 결정된다. 국민연금은 9.82%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이 ISS 권고를 무시하고 현대차의 손을 들어주면 현대차로선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지만 반대로 반대할 경우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이 무산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다른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의사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현대차는 국민연금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치다. 분할·합병이 성사되려면 의결권 있는 주식을 든 주주가 3분의 1 이상 주총에 참석하고, 참석 지분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만약 외국인 지분 48%가 모두 주총에 참석하고, 이들이 전부 반대표를 던진다면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은 부결된다.

이 점 때문에 현대차가 사전 차단에 나서는 동시에 표 규합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는 “ISS가 이번 개편안이 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했지만 정반대로 이번 개편안으로 모비스 주주는 이익이 될 것이 확실시 된다”며 “분할합병으로 모비스는 미래 경쟁력 및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분할합병 비율은 엄격한 자본시장법 등 국내 법적 근거에 따라 공정하게 산출됐으며, 모비스 주주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며 “전 세계 장기 투자자 및 당 그룹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투자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고 주주총회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했다.

현대모비스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공시를 통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기술변화와 시장변화에 능동적·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사업구조 재편 및 순환출자 해소를 통한 지배구조의 투명성 증대를 위해 추진되는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에 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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