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후보 단일화 불지피기

17대 국회 한나라호를 이끌어 갈 원내대표 경선이 김덕룡(DR, 5선) 김문수(3선) 안택수(3선) 의원 등이 지난 13일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3파전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후보군이 압축됨에 따라 17대 국회 첫 원내총무 경선전은 `경륜론'(5선)과 `세대교체론'(3선)이 맞서면서 치열한 각축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세대교체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은 지난 11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5선의 이해찬 의원을 3선의 천정배 의원이 눌렀다는 점을 감안한 주장이다. 세대교체론과 맞물려 '3선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와관련 `3선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면서 김문수, 안택수 의원을 접촉하고 있는 임인배(3선) 의원은 출마 여부를 놓고 막판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당내 일각의 김덕룡 의원 추대 움직임에 대해 3선 후보들이 후보단일화를 위한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어 경선 판도에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누구를 중심으로 한 단일화냐에 있다. 모두 단일화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자신을 중심으로 한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어 의견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문수 의원은 "후보등록 이전 단일화도 좋지만 이후에도 단일화를 할 수 있는 것이므로 얼마든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안택수 의원은 "3선 후보들간의 단일화는 새로운 시도이지만 잘 되겠느냐"며 "각자에게 스스로 양식 있는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의원은 "열린우리당에서 천정배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 것은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점이 있다"며 "천 의원과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보이겠느냐"고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안택수 의원도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나라안정경제회생 총무론'을 주장하면서 `4전5기' 의지를 다졌다. 그는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와 개혁을 안정감 있게 추진하고, 현재 최대 현안인 경제난 문제를 해결하는데 원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재경위원과 재경위원장을 역임한 본인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덕룡 의원은 "천정배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 것으로 봐서는 저쪽이 자칫 수나 힘으로 하겠다는 유혹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며 "이것을 힘이나 입씨름으로 막겠느냐. 오로지 정치력과 경륜으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의원은 "원내 사령탑은 특정인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을 상대하는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논란이 가열될 조짐이다. 김덕룡 '경험·경륜론' 주장 5선의 김덕룡 의원은 `경험.경륜 원내대표론'을 주장한다. 김 의원은 지난 13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7대 국회를 정치의 중심으로 만들고 한나라당이 주도해 나가기 위해 경선에 나서기로 했다"며 "17대 국회 초기 1-2년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당에서 가장 많은 경험과 경륜을 가진 사람이 맡아야 한다"며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의 자세로 국회를 운영해 나가겠다"며 "특히 여대야소를 빌미로 한 대통령으로부터의 어떠한 정치적 지배나 간섭도 단호히 배격할 것이며,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과 독선을 견제하는데 원내전략의 최우선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천정배 원내대표를 비교해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김 의원은 "그 사람들이 그렇다고 우리가 따라가면 늘 2등을 한다"며 "특히 천 의원 취임으로 여당이 힘과 수로 밀어붙이겠다는 유혹을 받기 쉬운 만큼 경륜과 정치력으로 돌파하고 단합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의 이라크 추가파병 재검토론과 관련,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이 결정해서 국회가 동의한 것인 만큼 여권이 이를 번복하겠다면 노 대통령이 국회에 요청해야 한다"며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파병결정은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우리의 안보에 직결된 한미관계를 고려한 것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김 의원은 ▲미 의회 조사국이나 의회예산처 같은 정책기구 신설 ▲국회 감사청구제도 확대 ▲크로스 보팅 활성화(중대문제 당론준수) ▲경제.민생 적극 협력 ▲대미관계.남북문제 실용주의 노선 견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앞서 김 의원은 "앞으로 1-2년이 국회가 정치의 중심으로 바로잡히게 되고 정책정당화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라며 "안정적인 개혁과 국회운영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의원대표 출마 방침을 밝혔다. 또한 그는 "주변의 성화에 못 이기기도 했지만 그동안 원내정당화를 처음 주장하고 정치개혁에 앞장선 만큼 지금이 당을 위해 기여할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세대교체론' 주장 김문수 의원은 "새 시대는 새 인물을 부르고 있다"며 `세대교체론'을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도 지난 13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은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지만, 바른 변화가 아니라면 우리는 절망과 맞닥뜨릴 것"이라며 "절망의 질곡을 벗어나 미래를 여는 길은 모험주의적 개혁이 아니라 세계적 흐름과 시대정신을 꿰뚫는 바른 개혁"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개혁을 선택했지만 저는 저들이 말하는 개혁이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 어디로 가는 개혁인지 두렵다"며 "한나라당은 야당으로서 당당하게 바른 개혁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대표의 `변화에 대한 신념'과 저의 `개혁에 대한 실천'이 우리를 당당하고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게 해 모험주의적 개혁을 견제하고 바른 개혁을 주도해 절망의 현재에서 희망의 미래로 조국을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그는 "저는 박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 정권시절 모진 고문을 받았지만 과거 역사의 일부분이었다"며 "산업화의 주역의 한사람인 박 대표와 민주화 주역의 한사람이 천막당사에 같이 있는 것도 역사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탄핵 기각 또는 각하시 당의 사과문제와 관련, "대표 이하 당을 이끄는 분들이 용기있고 솔직하게 국민의 뜻과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입장표명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며 "개인적으로는 제가 정당했다고 해도 국민이 그렇지 않다고 본다면 국민에게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본다"고 사과 쪽에 무게를 실었다. 김 의원은 ▲일하는 국회 건설 ▲원칙과 공정성에 입각한 원내운영 ▲정당성 없는 당론으로 인한 국회의원 자유의사 억압 배제 등을 약속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금 시대정신은 변화를 선택하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의 모험적 개혁노선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의원대표 경선에 출마할 것"을 말했다. 그는 또 "열린우리당이 천정배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하면서 모험적 개혁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며 "한나라당도 개혁에 밀리지 않으면서 불안한 민심과 기업의 도피의식을 해결하고 민생챙기기에 주력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지금의 시대정신은 변화와 개혁을 통한 선진화 구현"이라며 "민생안정속에 개혁을 하고, 개혁속에 경제성장을 하고, 경제성장을 통한 선진화 구현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택수 `경제 원내대표론' 주장 안택수 의원은 `경제총무론'`합리적 개혁론'을 주장한다. 안 의원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추락하는 경제와 민생불안 속에 나라의 정체성마저 크게 흔들리는 암담한 국가적 현실 앞에서 야당 원내총무를 맡아 민생을 살리고 정권교체의 초석을 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17대 국회는 경제살리기를 통한 민생안정과, 안정과 화합 속에 합리적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6년간 국회 재경위원을 역임한 경제통으로서 경제를 살리고, 확고부동한 안정과 신보수 노선을 바탕으로 화합과 변화를 함께 추구하는 합리적 개혁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이끌되 여당이 국가 존립기반을 위태롭게 하고 야당의 존재와 위상을 파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밀어붙이기를 할 경우 총무직은 물론 의원직을 걸고서라도 막아낼 것"이라며 `협상.투쟁 병행론'을 제기했다. 특히 안 의원은 잠재적 경쟁자인 김덕룡(5선) 김문수(3선) 의원에 대해 "지금이 늦봄인데 한나라당은 또다시 `3김시대의 낡은 겨울외투'를 입을 수 없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소매 없는 여름 옷'을 지금 입고 다닐 수도 없다"고 각각 비판했다. 안 의원은 ▲대통령의 반기별 국회 국정설명 ▲대통령과 여야 원내총무 회동 정례화 ▲남북국회회담과 초당적 대북기구 구성 ▲일반 주요의안에 대한 자유투표(cross voting) 활성화 ▲예결위 상설화 및 국회 예.결산 심의 강화 등을 5대 공약으로 제시했다. 앞서 안 의원은 "오늘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의원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고 밝히고 "경제를 살려야겠다는 생각과 말로만 하는 개혁이 아니라 올바르고 참된 개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의원대표 경선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무성 정의화 의원이 일찌감치 출마의사를 접고 김 의원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힌데 이어 맹형규 의원도 DR과 오찬회동을 가진 뒤 "국민이 원하는, 대화와 화합을 통한 생산적 민생국회, 상생국회를 만드는 데는 김 의원이 적임자"라고 DR 지지에 가세했다. 총무 선출시 `청문회' 도입 또한 한나라당은 원내대표 후보 검증 차원에서 후보 선출에 앞서 의원총회에서 인사청문회 성격의 후보 합동토론회를 실시키로 했다. 또 당헌.당규개정분과위(위원장 이윤성)는 전체회의를 열고 그동안 논란이 돼온 원내사령탑의 명칭을 현행 `원내총무'에서 `원내대표'로 바꾸기로 했다. 또 `원내대표'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됨에 따라 기존 `당대표' 명칭을 그대로 사용할 지, 바꿀 지 여부에 대해 계속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당초 당헌.당규분과위원회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던 의원대표 불신임제도와 원내총무-수석부총무 러닝메이트제는 채택되지 못했다. 또한 한나라당은 또 당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현행 당대표-원내총무-정책위의장 등 `3두 분권형 지도체제'를 손질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4명 안팎의 당부대표를 직접 선출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되 원내정당화를 위해 국회 운영은 원내총무에게 권한을 대폭 부여해야 한다는 데 대체적인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나라당이 17대 총선 당선자 및 낙선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과거 구태정치와의 단절을 위해 당명을 바꾸자는 주장이 80%를 차지, 당명을 개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다고 이윤성 당헌.당규분과위원장은 밝혔다. 이 위원장은 "당론 개정 방침이 정해지면 당명은 국민공모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당내에선 선진한국당, 선진개혁당, 21세기선진당, 선진당, 미래당 등의 이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오는 19일 당선자총회를 다시 열어 오전에 후임 원내대표를, 오후에는 정책위의장을 선출키로 했다. 취재 김상미 기자 사진 임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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