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드루킹 특검 문제로 올스톱…협상시한에 서로 배수진 치고 ‘벼랑 끝 대치’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회가 ‘드루킹 특검’ 문제로 지난달부터 여전히 공전 중인 가운데 여야가 한 달 가까이 그 어떤 타협점도 찾지 못한 채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어 5월 국회를 과연 열 수나 있을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민주당, ‘특검 수용’ 타협안 제시했지만 野 일제히 거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영향으로 국회 파행 사태가 장기화되자 그간 추가경정예산 등의 현안 처리 협조를 야권에 촉구해온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지난 7일 ‘드루킹 특검법’에 대한 조건부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특검 명칭 변경과 야당의 특검 추천에 대한 여당의 거부권 행사는 물론 특검과 추경안을 24일 동시 처리하고 다른 민생 법안 처리도 연계한다면 이른바 야권의 ‘드루킹 특검’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야권은 사실상 거부하겠다는 뜻과 다를 게 없는 거라며 한 목소리로 비난했는데,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타협안을 듣자마자 당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드루킹 게이트 핵심 인물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마저도 특검법에서 이름을 빼자고 한다. 특검 시기도 임명 등 내용도 핵심 인사를 빼 버리면서 민주당 뜻대로, 입맛대로 가져가겠다고 한다”면서 “정말 실망했다. 유명무실한 특검, 꼼수 부리는 안”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8일 오후 2시까지 민주당의 성의 있는 답변이 없으면 21일째를 맞는 천막농성과 노숙단식 투쟁까지 모든 것을 접고 이대로 5월 국회 종료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배수진을 쳤는데, 의총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제안에 대해 전격 수용할 의사가 있다. 정 의장이 제시한 데드라인이자 전반기 국회 마지막 (협상 시한)은 내일(8일)”이라며 “민주당이 끝까지 특검을 거부하고 국회 정상화를 걷어차 버리면 당으로선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정 의장과 분리해 여당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였다.

여기에 같은 당 장제원 수석대변인 역시 하루 뒤인 8일 오전 논평을 통해 “우 원내대표의 조건부 특검 수용론은 특검 수용이 아니라 특검 물타기이고 특검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통제 아래 두겠다는 발상”이라고 정부여당에 적극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장 대변인은 “민주당은 처음엔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을 조건으로 내걸더니 나중엔 추경과 남북 정상회담지지 결의안 처리를 요구했다. 여기에 더해 물관리 일원화법, 대도시광역교통법, 권익위법, 행정심판법, 국민투표법 등 총 17개 조건을 내걸었다”며 “구질구질한 조건들과 찌질한 단서가 너무 많다. 차라리 특검수용하기 싫으면 싫다고 하는 것이 깔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對與 장외투쟁, 바른미래당도 가세?…평화당은 ‘선 긋기’

[시사포커스 / 이광철 기자] 박주선 공동대표는 “민주당이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하면서 4월에 이어 5월 민생국회까지 완전히 망가뜨리고 있다”며 “드루킹 사건에 대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떳떳하다면 특검을 거부할 명분과 이유가 전혀 없다. 여당의 특검 동의 없이는 국회 정상화가 어렵다”고 민주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시사포커스 / 이광철 기자] 박주선 공동대표는 “민주당이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하면서 4월에 이어 5월 민생국회까지 완전히 망가뜨리고 있다”며 “드루킹 사건에 대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떳떳하다면 특검을 거부할 명분과 이유가 전혀 없다. 여당의 특검 동의 없이는 국회 정상화가 어렵다”고 민주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에서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통해 국회 파행에 대한 ‘여당 책임론’을 역설했는데, 박주선 공동대표는 “민주당이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하면서 4월에 이어 5월 민생국회까지 완전히 망가뜨리고 있다”며 “드루킹 사건에 대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떳떳하다면 특검을 거부할 명분과 이유가 전혀 없다. 여당의 특검 동의 없이는 국회 정상화가 어렵다”고 민주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또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까지 8일 우 원내대표를 향해 “도저히 야당이 수용할 수 없는 것을 말하나. 그야말로 개선장군처럼 (협상안을) 들이밀었다. 바른미래당을 포함해 (야권에) 항복선언을 요구한 것”이라며 “결국 이렇게 단정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드루킹 사건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으로 규정하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끝내 특검과 국회 정상화를 거부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서 의원총회에 따라 결연한 의지를 나타낼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 말할 것”이라며 장외투쟁 가능성까지 열어뒀는데, 실제로 당 관계자는 이날 오전 비공개 의총 내용과 관련해 “회의 중 구체적인 농성 날짜에 대한 논의가 오고 갔다”며 “특검 수용이 불발될 경우 실력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심지어 같은 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조차 이날 오전 CPBC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제 청와대에서도 특검하자고 했고, 김경수 의원도 특검이 아니라 그 이상도 좋다고 했다. 특검을 하는 것이 순리”라며 “오히려 드루킹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자는데 이 진상을 은폐하려고 국회를 열자는 것이야말로 집권여당이 할 일이 아니다. 현재 검찰이라든지 경찰에서 수사하는 것은 부작용만 더 심해질 것”이라고 민주당에 경고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민주평화당에서도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장병완 원내대표가 “여당이 특검을 수용하려면 조건을 붙여선 안 된다. 권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중립적인 수사를 위해 특검을 도입하자는 것이 그 취지인데, 여당이 비토권을 가지겠다고 하는 것은 특검 도입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여기에 특검과 추경안 동시 처리를 제안했는데 이는 전혀 성격이 다른 사항이다. 동시처리란 것은 정부안 그대로 통과시켜달라는 것을 의미하기에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여당을 질타했다.

다만 장 원내대표는 장외투쟁 가능성엔 분명히 선을 그었는데, “본인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해서 국회를 나가 농성을 하는 것은 국정에 또 다른 책임을 지고 있는 야당의 본분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강경 투쟁을 되풀이하고 있는 야당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의당의 경우 ‘드루킹 특검’ 사안과 관련해 야당 중 유일하게 여당과 궤를 같이 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데, 정의당과 평화당의 공동 교섭단체 원내대표 자격으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했던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 “한국당의 조건 없는 특검 수용 요구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고 ‘한국당 책임론’을 주장했고, 8일엔 같은 당 이정미 대표마저 “한국당이 조건 없는 드루킹 특검 수용을 주장하면서 또 협상을 깼다”고 한국당을 성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바른미래당까지 겨냥해 “바른미래당의 부화뇌동은 그야말로 한국당과 ‘동조심리단식’ 상태”라며 “어제는 특수본, 오늘은 대선기획을 운운하며 드루킹 특검 이외에 모든 논의를 박차고 나와, 결국 초록은 동색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 ‘마지노선’이라 맞불 놓는 與…또 다시 협상 결렬되나

이렇듯 사태는 점점 꼬여만 가며 해결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데, 전날 타협안에 대해 “오늘 제안한 게 마지노선”이라고 일찌감치 못을 박았던 우 원내대표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도 “저희의 통 큰 양보에 대해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 수용하는 게 지금 순리”라며 ‘당장 오늘 특검 처리하자’는 야권 주장에 대해선 “야당이 내놓은 특검법은 지방선거용, 문서용 특검이고 대선과 억지로 연결시키는 대선 불복용 특검이 있다. 충분히 심의해야 되는데 그걸 하루 만에 처리하자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수석부의장인 홍익표 의원은 “이번 주에도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하면 국민들이 국회해산을 위해 다시 촛불을 들고 나서야 할 것 같다”며 “현 국회의원 전원 불출마 전제로 해서 국회해산과 조기총선을 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수석부의장인 홍익표 의원은 “이번 주에도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하면 국민들이 국회해산을 위해 다시 촛불을 들고 나서야 할 것 같다”며 “현 국회의원 전원 불출마 전제로 해서 국회해산과 조기총선을 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아예 민주당 일각에선 급기야 ‘국회 해산’이란 초강경 표현까지 거론되기도 했는데, 당 정책위수석부의장인 홍익표 의원은 7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 주에도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하면 국민들이 국회해산을 위해 다시 촛불을 들고 나서야 할 것 같다”며 “현 국회의원 전원 불출마 전제로 해서 국회해산과 조기총선을 했으면 한다”고 주장했고, 같은 당 전재수 의원까지 “일 안 하고 놀고먹는 지금과 같은 국회는 해산하고 조기총선해야 한다”면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런 기류 때문인지 우 원내대표조차 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국회 파행하고 새로운 국회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라며 꽉 막힌 정국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국회 해산’이란 원색적 표현으로 절절이 토로했다.

이처럼 비장한 분위기를 의식한 건지 이날을 ‘데드라인’으로 정했던 정세균 국회의장도 이날 오전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오늘은 5월 국회 뿐 아니라 20대 국회 전반기를 정상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며 “이날 여야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저부터 책임지는 자세로 4월 세비를 반납하고 국회가 정상화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문제는 사실상 마지막 협상으로 점쳐졌던 정 의장이 주재하는 오전 회동에서도 고성만 오간 채 여야 모두 결론을 내지 못해 이날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5월 국회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데, 무엇보다 민주당의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11일 치러질 예정이어서 그간 여당 측 협상 대표였던 우 원내대표의 임기가 불과 3일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단 이 문제 외에도 후반기 국회 원 구성과 6·13 지방선거 등 향후 정치 일정을 고려하더라도 더 이상 미루기엔 무리란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일례로 오는 14일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김경수, 박남춘, 양승조 의원과 한국당 이철우 의원의 국회의원 사퇴 처리 시한이어서 국회 공전이 장기화돼 끝내 이 시한을 넘겨버리면 이들 4개 지역구의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내년 4월로 연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날 “국회 상황이 매우 혼란스럽지만, 민생 추경 같은 비정치적 사안을 정치 사안과 연계해 상정조차 하지 않고 논의를 미루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직접 추경 처리 필요성을 국회에 촉구한 문재인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아직도 양측의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은 채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어 이번 달 역시 전처럼 대치 국면만 계속되는 게 아닌지 정치권을 향한 걱정 어린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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