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의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확산된 총수 일가 비리 의혹
도덕성 실추로 3세 경영 승계 걸림돌 조현민·조현아 복귀 어려워
故 조중훈 회장 경영철학과 창업정신 3세들의 갑질 논란으로 빛바래

조현민 물벼락 갑질 논란이 확산되면서 급기야 한진그룹 조양회 회장 일가의 비리 의혹까지 번지는 등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조현민 물벼락 갑질 논란이 확산되면서 급기야 한진그룹 조양회 회장 일가의 비리 의혹까지 번지는 등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밀수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진家가 휘청거리고 있다. 3세 경영의 닻을 올린지도 잠시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 등 3남매의 도덕성 논란도 들불처럼 번지면서 경영에서 손 떼야 하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그야말로 집안이 풍비박산 지경에 이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이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탈세 밀수 의혹까지 번진 것에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갑질 논란이 불거진 당시 신속하게 사과에 나섰다면 지금의 사태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일각에선 경찰이 밀수 의혹에 대한 조사까지 나서면서 한진家가 포토라인에 서야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나돌고 있다. 이에 한진그룹을 일군 창업주 故 조중훈 회장의 창업정신을 잊지 않았다면 조양호 회장 일가의 작금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한진家의 잔인한 4~5월은 현재 진행형이다.

◆조현아·조현민의 ‘갑질’ 한진그룹을 흔들다

‘사람이 먼저다’는 정권 교체를 이룬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기조다. 정치와 국정의 중심에 사람의 가치를 두겠다는 것이다. 이런 기조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면서 지지를 받고 있다. 비단 ‘사람이 먼저다’는 국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전반에 걸쳐 사람이 중심이 될 때 그 사회는 성숙한 의식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슈에 중심에 서 있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행태를 보면 ‘사람이 먼저다’는 말과는 괴리감이 느껴진다. ‘갑’과 ‘을’ 전형적인 모습의 축소판을 보여줬다. ‘갑질’ 정도가 도를 넘은 상황으로 내부에서 갑질 폭로가 이어지며 급기야 직원들과 노조는 각각 5월4일(금)과 5월10일(목)에 촛불집회를 열고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론을 외친다. 조 회장 일가가 이 지경까지 이른데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행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갑질 논란을 불렀던 조 전 부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항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이 확정됐다. 자숙의 시간을 보낸 조 전 부사장은 올해 3월 슬그머니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으나 최근 동생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경영에서 다시 손을 떼게 됐다.

조 전 전무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물벼락 갑질’로 경찰 소환 조사 당시 조 전 전무는 6번이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지만 국민들은 그의 사과에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15시간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귀가 당시 포토라인에서 혐의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쓴 웃음을 짓는 태도에 또 여론의 비난을 샀다.

대한항공 내부에선 전면적인 경영쇄신과 총수 일가의 전횡에도 반대하지 못하는 기업문화를 손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대한항공 내부에선 전면적인 경영쇄신과 총수 일가의 전횡에도 반대하지 못하는 기업문화를 손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거수기 전락한 대한항공 이사회…촛불 든 직원들

조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작금의 사태를 보면 조기 진화가 얼마든지 가능했었는데 대한항공에서 총수 일가의 눈치만 보다 현 사태까지 이르게 됐다는 진단이다.

실제 갑질 논란이 불거졌을 때 대한항공이 대책회의를 통해 신속하게 사과하고 조 전무 퇴진 수습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조 전 전무의 언니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 논란 확산으로 퇴진해 봤는데 무슨 소용이 있었느냐며, 사과 대신 변호사를 통해 사안 대응을 주도하라는 방향으로 틀면서 대국민 사과는 없던 일로 돼버렸다. 사태가 악화되자 ‘물벼락 갑질’ 논란 10일 만에 조양호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에서 “자식을 잘못 키웠다”며 갑질 논란의 주인공인 조현민 전무와 함께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었던 조현아의 사퇴를 통보했지만 악화된 여론을 막지는 못했다. 그 사이 갑질 논란은 또 다른 조 회장 일가의 탈세, 의전, 황제경영 논란으로 번졌다.

대한한공이 총수 일가 눈치만 보다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이면에는 거수기로 전락한 대한항공 이사회와 감사기능의 마비, 사내 견제세력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됐더라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조 회장의 딸의 복귀에 제동을 걸었을 것이다. 또 갑질 논란이 불거졌을 때 단호하게 이사회 결정으로 조 전 전무의 퇴진이 가능했다. 대한항공은 9명의 이사 중 5명이 사외이사다. 외견상으로는 독립적이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 관계자는 “대주주가 어떤 결정을 하면 반대할 사람이 없다. 전형적인 재벌기업의 구조다. 외부에서 영입된 교수나 변호사 출신의 사외이사들은 주요의사결정에 대해 별 역할을 못하고 사주가 한 마디하면 꼼짝 못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대한항공은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그룹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는 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항공 내부에선 전면적인 경영쇄신과 총수 일가의 전횡에도 반대하지 못하는 기업문화를 손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 반감도 갈수록 극에 달하면서 대한항공 불매운동과 자사를 상대로 직원들이 촛불까지 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진그룹 창업주 故 조중훈 회장의 모습.ⓒ한진그룹
한진그룹 창업주 故 조중훈 회장의 모습.ⓒ한진그룹

◆故 조중훈 회장의 창업정신 한진家가 새겨들어야

조양호 회장 두 딸의 4년 전과 최근의 갑질 논란 행태를 보면 대한한공의 창업주이자 조 회장의 아버지인 高 조중훈 회장이 조명되고 있다. ‘종신지계막여수인(終身之計莫如樹人)으로, 한평생 살면서 사람을 심는 일만 한 것이 없다’는 중국 고서 관자에 있는 말로 조중훈 회장이 경영철학으로 삼는 좌우명이다. 또 조중훈 회장은 창업 이념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을 토대로, 임직원들이 하나로 똘똘 뭉친 인화경영으로 한민족의 전진을 뜻하는 지금의 ‘한진(韓進)’ 그룹을 만들었다.

그런데 조양호 회장 두 딸의 모습을 보면 할아버지의 경영철학과는 정 반대 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07년 9월호 ‘월간조선’에 실린 조양호 회장은 인터뷰에서 선친 조중훈 회장이 물려준 가장 중요한 유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고객에 대한 신뢰, ‘지고 이겨라’는 겸손을 가르쳐 주신 것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조현아·원태·현민 3남매의 교육방식을 묻는 말에는 절약과 겸손을 언급했다. 그런데 지금 두 딸의 모습에는 이같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한진그룹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은 불투명하다. 조현아, 현민 자매가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한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 일선에 남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역시 막말, 뺑소니, 노인 폭행 등 과거 부적절한 행동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들어 그룹 총수에 대한 도덕성이 끊임없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진 3남매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터라 상당 기간 경영권 승계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