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 이어 공천 반발까지…구설에도 ‘소신’ 꺾지 않는 洪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창원에서 열린 지방선거 경남 필승결의대회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자신이 남북정상회담을 비판하는 데 항의하는 내용의 피켓을 든 시위자들을 보고 “창원에 빨갱이들이 많다”는 반응을 내놔 도마에 올랐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창원에서 열린 지방선거 경남 필승결의대회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자신이 남북정상회담을 비판하는 데 항의하는 내용의 피켓을 든 시위자들을 보고 “창원에 빨갱이들이 많다”는 반응을 내놔 도마에 올랐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또 다시 구설에 오르고 있어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둔 당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홍준표 ‘빨갱이 발언’에 與野 한 목소리 성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그간의 한반도 긴장 국면이 급격히 완화된 이후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재개한 가운데 제1야당인 한국당의 홍 대표는 이에 대응하고자 다시금 ‘색깔론’을 카드로 꺼내들면서 최근 당 안팎에서조차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이란 결과물이 나왔던 지난달 27일 “김정은과 문재인 정권이 합작한 남북 위장평화쇼”라고 평가 절하한 이래 연일 비판 기조를 이어왔던 홍 대표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정치권과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꿋꿋하게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을 향한 비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날이 갈수록 한층 원색적인 색깔론 공세로 맞불을 놓기 시작했는데, 지난 2일 오후 ‘한국당 6·13지방선거 경남 필승대회’에 참석한 홍 대표는 “어느 SNS 글을 보면 ‘홍준표를 총살하고 싶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돌고 있고 김정은의 신뢰도가 77%에 달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며 “다음 대통령은 아마 김정은이 될지 모르겠다”고 비아냥했다.

심지어 홍 대표는 창원에서 열린 이 필승결의대회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자신이 남북정상회담을 비판하는 데 항의하는 내용의 피켓을 든 시위자들을 보고 “창원에 빨갱이들이 많다”는 반응을 내놔 한층 논란을 부채질했는데, 이 발언이 문제되자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원외당협위원장 만찬에 참석한 그는 해명 차원에서 “경상도에선 반대만 하는 사람을 두고 우리끼리 농담으로 ‘빨갱이 같다’고 한다”고 주장했다가 더 거센 역풍을 맞았다.

당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3일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홍 대표를 겨냥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창원에서 빨갱이 운운하며 색깔론 타령을 했다. 홍 대표 눈에는 지역 빨갱이만 보이고 지역경제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보이지 않나”라며 “홍 대표의 막말 개인전 때문에 한국당 지지율이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홍 대표만 깨닫지 못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김현 민주당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홍 대표의 막말은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와의 ‘막말 배틀’ 수준이다. 광란의 색깔론 공세를 가했다”며 “홍 대표의 막말에 한국당 후보들조차 한숨을 내쉰다고 한다. 대한애국당과의 막말연대, 더 나아가 기왕이면 통합을 권한다”고 홍 대표에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범계 민주당 의원까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점점 홍준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홍 대표에겐 자기 견해에 반대하면 빨갱이”라며 “남경필, 유정복, 김태호 등 한국당 후보들이 홍 대표의 위장쇼 주장에 반대하고 있는데 그러면 이분들도 빨(갱이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3일 의원총회에서 “한국당은 더 이상 북풍을 이용하지 않겠다, 빨갱이 장사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선언해야 한다. 홍 대표가 목소리를 높일수록 그건 빨갱이 장사하는 보수의 마지막 단말마일 뿐”이라고 홍 대표를 직격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3일 의원총회에서 “한국당은 더 이상 북풍을 이용하지 않겠다, 빨갱이 장사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선언해야 한다. 홍 대표가 목소리를 높일수록 그건 빨갱이 장사하는 보수의 마지막 단말마일 뿐”이라고 홍 대표를 직격했다.

이 뿐 아니라 야당인 바른미래당에서도 이날 하태경 최고위원이 의원총회에서 “한국당은 더 이상 북풍을 이용하지 않겠다, 빨갱이 장사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선언해야 한다. 홍 대표가 목소리를 높일수록 그건 빨갱이 장사하는 보수의 마지막 단말마일 뿐”이라며 “홍 대표가 빨갱이 장사를 더 하려다가 코너에 몰리니까 빨갱이의 개념을 바꿔 ‘반대만 하는 사람’이라 했는데 저는 이걸 홍갱이라고 정의하겠다. 국민들도 빨갱이 장사하는 홍갱이 척결하기 위해 일어서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 홍준표의 색깔론에 당내서도 점차 ‘선 긋기’ 나서

급기야 지방선거에 출마한 자당 후보들은 물론 지도부 인사들까지 점차 거리를 두기 시작했는데, 지난 2일 경남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홍 대표가 ‘경남지사 선거 압승 카드’라고 한껏 치켜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마디도 홍 대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홍 대표가 경남지사 시절 예산 지원을 일부 중단시키기도 했던 ‘무상급식’을 도리어 경남 내 초중고교에 전면 확대 시행하겠다고 공약하는 등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서도 이미 김 전 지사는 지난 1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아주 훌륭하다”고 극찬한 반면 홍 대표에 대해선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소 너무 나가셨다”고 지적했을 정도로 상반된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비단 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건 김 전 지사 뿐 아니라 남경필 경기지사도 마찬가지였으며 아예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30일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관련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가고 있다”며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맹렬히 질타했다.

여기에 공천 파열음까지 겹쳐져 그동안 울주군수 후보를 한동영 예비후보로 전략공천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지도부가 끝내 경선으로 결정한 데 반발한 강길부 의원이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당 광역단체장 후보 중엔 공천 과정에서 당 대표의 막말로 인해 상처받은 후보가 있다. 당 대표의 품격 없는 말에 공당이 널뛰듯 요동치는 ‘괴벨스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달라. 이번 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탈당 등) 중대결심 하겠다”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또 지방선거 출마자는 아니지만 같은 당 김영우 의원 역시 3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홍 대표의 언급 스타일이 상당히 직설적이고 그래서 국민 정서와는 다소 좀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란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선거를 떠나서 보수의 단합이라든지 품격 있는 정치를 위해선 수정할 점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기류를 의식했는지 같은 날 김성태 원내대표마저 충남 천안에서 열린 지방선거 공천자 연수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의 발언은 확고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소신”이라면서도 “표현 방식에 일부 문제가 있었던 건 인정한다. 앞으로 홍 대표 이미지 개선을 가져가겠다”고 공언해 전날 ‘홍 대표에 대한 지나친 인신공격은 자제해 달라’고 비호하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마저 충남 천안에서 열린 지방선거 공천자 연수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표현 방식에 일부 문제가 있었던 건 인정한다. 앞으로 홍 대표 이미지 개선을 가져가겠다”며 사실상 홍 대표 발언과 거리를 뒀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마저 충남 천안에서 열린 지방선거 공천자 연수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표현 방식에 일부 문제가 있었던 건 인정한다. 앞으로 홍 대표 이미지 개선을 가져가겠다”며 사실상 홍 대표 발언과 거리를 뒀다.

아울러 김 원내대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제각각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는 당내 상황과 관련해서도 “한국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공식입장을 가진 적이 없다.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후속입장과 한국당이 할 일을 국민들에게 발표하겠다”며 “선거에 출마한 단체장들과 후보들의 뜻을 담아 국민정서와 동떨어지지 않은 진정한 남북평화와 핵폐기를 위한 한국당의 입장을 새롭게 정리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 洪, 일부 지지 속에 ‘소신 발언’ 여전…무려 역공까지

다만 당내에서 모두 홍 대표에 돌아선 것만은 아니었는데,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진단과 평가, 남은 과제는?’이란 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의 연설 과정 등 여러 가지를 보면 이 분은 김일성 사상을 굉장히 존경하는 분”이라며 “김정은이 문재인·노무현·김대중 정부 등 좌파 정부에 상당히 우호적인데 그 점은 오히려 남북관계 개선의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굉장히 위험한 기회”라고 홍 대표와 동일한 시각을 드러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의 경우 3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공약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홍 대표는 제1야당으로서 판문점 선언의 성공을 위해 해야 할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 판문점 선언만으로 한반도 핵 위기가 해소되고 평화가 다 온 것처럼 한 것을 경계한 야당 대표로서의 발언”이라며 “이번 판문점 선언에선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는 것을 넣기는 했는데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특별한 합의를 이뤄낸 게 없다. 북한이 핵을 다 포기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지켜봐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홍 대표를 옹호하고 나섰다.

그래선지 홍 대표도 정치권의 성토에 개의치 않고 아직 요지부동인 모양새인데, 3일 한국일보 주최로 열린 ‘한국포럼 2018’ 축사에서 홍 대표는 “남북이 합작해서 (한국당을) 냉전대결 세력의 상징인양 몰아가고 있다. E.T(외계인)가 된 것 같은 느낌”이라며 “좌파 정권의 폭주가 우려스럽다.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는 한국당의 열정과 노력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그는 더 이상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듯 적극 반격에도 나섰는데, 이번 주 안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나라고 홍 대표에게 최후 통첩한 같은 당 강길부 의원을 향해선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밀었던 군수가 공천되지 않았다고 탈당하겠다고 협박하던 분이 그 명분으론 옹색하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뜬금없이 남북관계를 명분으로 내걸고 탈당하겠다고 한다. 탈당과 복당을 지금 몇 번째 하는 거냐”라며 “엉뚱한 명분 내걸지 말고 조용히 나가라”고 경고했다.

이렇듯 홍 대표가 ‘마이 웨이’를 고수하는 가운데, 이와는 점점 선을 긋기 시작한 당내 일부와 향후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여당도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서 과연 통일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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