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급금 대납, 퇴직금으로 상계…목표 달성못하면 계약해지"
현대중공업, 대리점 통폐합해 직거래?…기존 대리점 흡수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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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중공업의 대리점에 대한 갑질 사례가 3일 국회 정론관에서 소개됐다. 대리점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행태가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중소상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의 불공정행위에 따른 대리점법 개정을 촉구했다. 관련 내용은 지난 4월 25일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접수된 상태다.

공정위 제소 피신고인은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중공업 두 곳이다. 현대건설기계는 작년 4월 분할이전 현대중공업이 전신이다. 신고인은 5명의 점주들이며, 분할 전 현대중공업의 기계 장비를 납품받는 대리점은 총 39개였지만, 현재 타점포를 흡수한 1곳과 남은 3곳이 전부다.

◆ "미지급금 대납, 퇴직금으로 상계…못하면 계약해지 구실"

대리점주들은 모두 현대중공업 영업사원이었다. 신고인은 “2003년 이후 현대중공업은 이들에게 대리점을 개업하고 부하직원들 고용도 승계하라고 강요했다”며 “이미 해고를 결정한 상태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원치않는 대리점주로 계약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영업사원을 통한 직판 정책에서 대리점 운영체계로 판매정책을 바꾸던 시기였다.

그는 “이후 대납이 시작됐다. 현대중공업은 영업사원들에게 변제 책임이 없는 고객들의 미지급금을 이들의 퇴직금과 상계했다. 퇴직금이 부족하자 어음을 발행할 정도로 대리점에 대한 납부 강제는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대리점주들이 고객의 계약 전 계약금을 납입해야만 세금계산서 발급 및 장비 양도증명서를 고객에게 발급해 준다. 고객이 5000만원~3억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일시에 납입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대리점주들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만약 고객이 대금을 미납한 경우엔 대리점이 현대중공업이 고객의 미납금을 부담해야 했고, 이는 받아야 할 수수료에서 상계처리됐다. ‘신고인들의 고객 장비 대금 대납 현황’자료에 따르면 대리점주들은 장비대금을 대납함으로써 총 150억7100만원의 경제상 불이익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외에 제품을 판매한 뒤 A/S수수료도 총 1억5360만원이 미지급됐다. 판매 후 A/S수수료는 계약 후 다음달 초에 지급하던 것을 12개월로 나눠지급했는데, 대리점들이 계약해지나 폐업에 몰리자 본사가 잔여수수료를 챙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 현대중공업 측이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고객 무상보증기간을 연장한 경우도 있었는데, 해당기간에 대한 수수료 부담은 대리점주들의 몫이었다. 

◆ 현대건설기계, 직거래 법인 만들려…기존 대리점 흡수?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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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기계로 분할되면서 대리점 영업정책이 바뀌었다. 현대건설기계는 새로운 판매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투자할 법인 파트너로 광주대리점을 선정했다. 현대기계는 이 곳에 타대리점에 비해 2% 유리한 조건으로 판매수수료를 지급했다. 계약해지된 점포를 광주대리점으로 편입시키면서 신규 추가수수료(2%)를 더한 것이다.

광주대리점 관할 지역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갔고, 근처 대리점들은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 신고인은 "현대기계는 대리점이 광주대리점에서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중장비를 공급받도록 유도했고, 이를 거부하는 대리점과는 계약을 종료했다"며 "결과적으로 50% 가량의 대리점들이 폐점 혹은 광주대리점에 양도됐다"고 말했다.

한 점주는 “현대기계는 지난해 4월 M/S가 26%수준이었음에도 대리점에게 50~70%의 판매목표를 설정함으로써 미달성시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빠듯한 목표를 세워 압박했고, 이는 대리점이 (통폐합 점포) 폐·흡수되는 구실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건설기계가 “기존의 ‘현대기계-대리점’ 관계를 ‘현대기계-신고 외 광주대리점-일반대리점’ 관계로 만들어, 현대기계나 특수관계인이 신고 외 광주대리점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투자하여 새로운 판매법인을 설립할 계획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기계와 광주대리점은 2018년 3월경 이미 신설 판매법인 합작과 관련해 설립 조건을 합의한 상태”라며 “합의 조건은 피신고인 현대기계나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친족 중 하나가 신설되는 판매법인의 지분 51%를 차지하고 광주대리점이 자신의 영업지역으로 편입된 지역 사업권과 12개 지역 대리점과 체결한 계속적 물품공급 계약권을 가지고 49%의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작년 8월 기준 광주대리점은 총 29개 전국지점을 흡수했고, 현대기계와 직접 거래하고 있는 기존 지점은 신고인들이 운영하는 3곳만 남았다.

신고인인 대리점주들은 “현대중공업과 현대기계의 무리한 지배구조 변경 등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대리점 계약을 무기삼아 퇴직금을 빼앗고, 고객들의 장비 미납 대금을 대신 지불하도록 했으며, A/S서비스마저 전가시켰다”며 “모두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현대의 노동자이자 대리점주였던 이들을 일반적으로 희생시켰다”고 조사를 촉구했다.

◆ 현대건설기계, '고객서비스 위한 대리점 광역화'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최근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3S’ 판매, A/S, 부품판매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대리점광역화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능력있는 영업사원을 선별하고 일정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조건 등을 제시하면서 나온 기존 대리점주들의 반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퇴직금 대납과 관련해 “사실과 무관하다”며 “지난 2015년 2심에서 반환소송에서 현대가 승소한바 있는데, 재판부는 영업사원이 인센티브 등 무리한 영업실적을 올리려다 벌인 과실로 인한 손실금을 회사에서 가진 퇴직금으로 처리했다고 판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가 영업사원체계에서 대리점 체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퇴직한 영업사원으로부터 벌어진 사례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A/S수수료를 월별로 나누게 된 것은 폐업하거나 계약해지되는 점포가 생길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라며, "미리 선지급하면 본사에서 손해를 보기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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