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 특보에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 달라” 당부

평택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 ⓒ 뉴시스
문정인 특보는 “만약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영구 주둔을 정당화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주한미군이 감축되거나 철수하면 한국 보수 세력이 강력히 반대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커다란 정치적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은 평택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가 해외 언론 기고문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한미동맹을 해치는 발언이라며 문 특보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청와대와 여당은 주한미군 철수는 없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문정인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되면 주한미군 영구 주둔 정당화하기 어려워질 것”

문정인 특보는 4월 30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에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한 길’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면서 “분단과 전쟁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12시간 동안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더 이상의 전쟁은 없는, 한반도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주장했다”면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국 측과 자주 만나고 신뢰를 쌓으면 한국전쟁의 공식적 종전이 이뤄지고 불가침 조약(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특보는 “김정은은 이런 조건이 갖춰지면 왜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고통을 받겠느냐고 말했으며, 이것이 김정은이 비핵화와 종전 선언, 평화협정을 연계하기를 바라는 이유”라며 “실용적이고 현실적이었다.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말하지 않았고 한미 동맹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영구 주둔을 정당화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주한미군이 감축되거나 철수하면 한국 보수 세력이 강력히 반대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커다란 정치적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정인 특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어도 이행될 수 있도록 ‘판문점 선언’을 국회에서 비준하기를 기대하지만 보수 세력이 비준을 차단, 이런 노력이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면서 “평화롭고, 핵무기가 없는 한반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랫동안 추구한 목표”라고 덧붙였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까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왜 정체성도 모호하고 이념도 모호한 국민의당과 함께 하려고 하나. 지지고 볶더라도 한국당과 함께 채우고 바꾸며 우리가 꾸던 보수의 꿈을 실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정당 M&A만 하고 다니는 안철수 대표와 함께 하려고 하나”라고 바른정당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문정인 특보의 주한 미군 철수 주장은 청와대와의 긴밀한 교감 속에 선제적 여론 조성 차원에서 진행된 역할 분담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평화협정 체결의 조건이 북한이 주장하는 주한 미군 철수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주한 미군 철수가 청와대의 뜻이 아니라면 문정인 특보를 즉각 파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국당 “문 특보의 주한 미군 철수 주장, 청와대와 교감 속에 진행된 역할 분담”

야당은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문정인 특보에 대한 공격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성과도 깎아 내리려 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는 노벨상은 트럼프가 받으면 된다고 하더니 어제는 UN도 함께 핵실험장 확인. 판문점에서 김정은 만나고 너무 들떠 계신거 아닌가 우려스럽다. 알아서 잘 하시겠지만 혹시라도 오버하지 마시라”고 비꼬았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이런 와중에 문재인 외교안보 특보께서 한반도 평화 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정당화 어렵다 말씀하셨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는 의구심이 든다”며 “완전한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 판문점 선언이 결국 주한미국 철수, 핵우산 철폐인지 분명히 대답해야한다. 북핵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이제 겨우 첫걸음이란 걸 간과 하지 말고, 아직은 들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문정인 특보의 파면을 요구했다. 그는 2일 논평에서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가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속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미국 외교전문지에 기고했다”면서 “그간 문정인 특보가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청와대는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치고 빠졌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전 한미연합훈련 축소, 사드 기지 일반환경영향평가 전환 등 그 ‘개인적 의견’은 대부분 적중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청와대와 교감 없는 개인적 의견이 정부정책으로 정확하게 적중하고 있으니, 일심동체가 아니라면 돗자리를 깔아도 될 수준”이라며 “청와대가 문정인 특보의 풍부한 정치적 상상력을 도움받기 위해 특보로 임명한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문정인 특보의 정치적 상상력은 청와대의 정치적 상상력으로 자리잡았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문정인 특보의 주한 미군 철수 주장은 청와대와의 긴밀한 교감 속에 선제적 여론 조성 차원에서 진행된 역할 분담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평화협정 체결의 조건이 북한이 주장하는 주한 미군 철수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주한 미군 철수가 청와대의 뜻이 아니라면 문정인 특보를 즉각 파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태옥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지난 4월 27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 철수여부에 대해 ‘북한과도 논의할 이슈 중 일부’라고 답했다”면서 문 특보의 기고문에 대해 “와대는 문정인 특보의 발언이 개인 소신이라며 선을 긋고 있는데 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보라는 직위가 그렇게 가벼운 자리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정 대변인은 “가뜩이나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부의 안보태세가 해이해졌다고 우려하는 상황에, 주한미군 주둔 문제까지 거론되니 걱정이 태산”이라며 “판문점 회담의 후속조치로 주한미군 문제가 거론되어서는 안 된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될 경우 정부는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에 대한 근거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계속 추궁했다.

그는 “섣부른 평화협정으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라는 기대에 취해 우리의 안보를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지금 대한민국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안전한 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북의 행동 하나 하나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신중하고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박주선 공동대표<사진/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결국 평화협정이 주한미군 철수로 연결이 된다면 그건 진정한 평화협정이 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문정인 특보에 대한 즉각 해임조치를 거듭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이광철 기자

 

◆바른미래 “문정인 특보 주장이 대통령의 생각과 다르다면 즉각 해임할 것”

바른미래당도 우려를 나타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2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도대체 문정인 특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특보인지 김정은 위원장의 특보인지 묻지 않을 수 없고,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히 문정인 특보 주장이 본인의 생각과 다르고, 앞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입장과 다르다고 한다면 즉각 해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몰아붙였다.

박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며 “이 이야기는 주한미군 철수를 이야기하게 되면 평화협정 체결도 어려워지고 비핵화도 어려워진다는 점을 암시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그 맥락과 문정인 특보와는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오히려 북한에서 주장도 하지 않는 미군 철수를 우리나라 대통령 특보라는 사람이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이번 남·북정상회담, 또 평화협정 체결할 때 주한미군 철수하라고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박주선 대표는 “결국 평화협정이 주한미군 철수로 연결이 된다면 그건 진정한 평화협정이 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문정인 특보에 대한 즉각 해임조치를 거듭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북핵폐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미 간의 굳건한 동맹이 무엇보다 중요한 지금, 이 무슨 초치기인가?”라며 “평화협정이 성공적으로 체결된다고 했을 때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동북아 균형과 평화를 위해서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반복되는 돌출행동으로 한미동맹의 균열을 가져오는 문정인 특보를 즉각 해임해야 한다”며 “청와대는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는 학자의 견해일 뿐이라며 감싸고 있으나, 일개 학자의 견해로 치부할 것이라면 뭐 하러 통일외교안보특보로 임명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상식적인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주한미군의 주둔을 긍정하고 있으며, 한국의 보수진영만이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군에 반대한다는 것은 문정인 특보의 상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2일 논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의제도 아니고 북미정상 회담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대통령 특보가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잘못”이라면서 “주한미군 문제는 이미 남북 정상 간에 확인이 된 사항”이라고 규정했다.

최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도 주한미군 주둔은 평화협정과는 무관한 한미동맹의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며 “지금은 4.27 판문점 선언 합의사항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북미정상 회담의 성공을 위해서 거국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발언으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오전 페이스북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며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이다.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 평화협정과 아무 상관없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6.15 정상선언에서도 양정상간의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고, 주한미군은 국내에 계속 주둔해야 된다는 양정상간의 양해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그 이래로 우리 당의 일관된 입장은 주한미군은 국내에 평화의 지킴이로 계속 주둔한다는 것이다. 이런 평화협정 때도 주한미군의 국내주둔이 필요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이다.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 대변인은 또 임종석 비서실장은 문정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이런 말을 전달한 뒤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문정인 특보의 글을 보면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영구 주둔을 정당화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문장이 있으나 이것이 전체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 같지는 않다. 그는 향후 전개될 여러 상황에 대한 추측과 전망 등을 통해 대비가 필요하다는 논지를 펼쳤다.

하지만, ‘주한미군 철수’라는 민감한 프레임이 보수여당으로부터 만들어짐으로서, 여러번 구설에 오른 문 특보에 대한 해임요구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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