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경영권, 미 코카콜라 시가총액보다도 적어

삼성그룹 전체를 인수하는데 고작 45조원밖에 들지 않는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손꼽히는 한국 굴지의 대기업들도 '금액적'으로 환산하면 무척이나 빈약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5월 11일 현재 금융기관을 제외한 552개 상장사 모두를 절대 지분인 '보통주 50%+1주'씩 시가로 인수한다고 가정할 때 드는 비용은 총 135조7734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23일에 비해 24조8873억원, 15.49% 할인된 것. 참고로 이번 조사는 금융기관, 부동산투자회사, 관리종목 우선주 등을 제외하고 진행됐다. 한국 대표기업들 경영권, '바겐세일' 중 충격적인 것은 국내 상장사 경영권을 모두 인수하는 비용이 미국 코카콜라의 시가총액보다도 작다는 점이다. 현재 코카콜라의 시가총액은 144조8900억원(1219억달러)보다 상장사 경영권 인수비용보다 9조원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 상장사 인수비용은 미국의 시가총액 1위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 시가총액 367조1630억원의 37%, 씨티그룹 시가총액 280조8190억원의 48%에 불과한 수준이다. 특히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10대 재벌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비용은 79조3752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달 23일의 97조831억원에 비해 무려 17조7079억원, 18.24% 할인된 값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의 경영권이 '바겐세일' 중인 셈. 재벌별로 보면 삼성그룹을 인수하는데 드는 비용이 45조1264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SK그룹이 11조1334억원, 현대차그룹 9조5095억원, LG그룹은 9조4371억원, 한진그룹 1조2284억원, 현대중공업 1조1759억원 등의 순이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166억원으로 인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증권가 큰손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경영권 인수가 가능할 정도다. 한편 개별 상장사 가운데 경영권 인수비용이 가장 큰 기업은 삼성전자로 37조3639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SK텔레콤이 8조631억원, 한국전력 6조1031억원, 포스코 5조8717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영권 인수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기업은 SNG21로 13억원에 불과했다. 이어 극동제혁이 16억원, 국보 18억원, 유화 19억원, 삼영모방공업 19억원 등의 순이었다. 또한 인수비용별 상장사 수를 보면, 100억~500억원 미만이 211개사로 가장 많았다. 50억~100억원으로 인수 가능한 기업은 182개사에 달했으며, 인수비용이 50억원이 안되는 기업도 71개사로 조사됐다. 이밖에 500억~1000억원 미만 53개사, 1000억~5000억원 미만 69개사, 5000억원 이상 37개사 등이었다. 증권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 기반이 약해 기업들의 시장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국내 증시는 투기거래가 활발하면서 아직도 변동성이 크다"며,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해 주고 장기적인 글로벌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장기업들은 다른 기업에 대한 출자 크게 줄여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올 들어 상장기업이 내실 경영에 주력하면서 다른 기업에 대한 출자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거래소는 올 들어 5월 12일까지 타법인 출자를 공시한 기업은 45개, 출자 금액은 6천86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5월 13일 밝혔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회사 수는 18.2%, 출자 규모는 75.1%가 각각 감소한 것. 1사당 출자 금액은 152억6천만원으로 69.6%가 줄었다. 전체 출자 규모가 급감한 가운데 투자회사(기업구조조정회사 등)와 정보통신업체에 대한 출자는 각각 1천598억원, 380억원으로 1천113%, 3천547%가 급증했다. 타법인 출자 금액은 CJ가 1천34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금강고려화학(777억원), 국민은행(694억원), 현대모비스(674억원), STX조선(335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중 CJ는 신동방 지분 인수를 위한 출자금이, 금강고려화학은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사모펀드 출자금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국민은행은 현대건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출자금이었다. 한편 조사 기간에 다른 기업에 출자한 지분을 처분했다고 공시한 기업은 44개로 18.9%가 증가했으나 처분 금액은 9천697억원으로 32.2%가 감소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KT 주식 등 2천171억원어치의 타법인 보유 지분을 판 LG전자의 처분 금액이 가장 컸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경기가 불확실 하자 기업들이 외형 확장을 위한 타법인 출자를 줄이고 대신 내실 경영에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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