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결과 놓고 야권 반응 제각각…한국당도 내부서 온도차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홍준표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기자실에서 열린 남북회담 관련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홍준표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기자실에서 열린 남북회담 관련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정치권 평가가 일부 엇갈리고는 있지만 대체로 호의적인 여론을 의식해 야권조차 수위조절에 들어간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심지어 남북정상회담에 회의적 시선을 드러냈던 보수정당 내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서 일부 야권 분열의 조짐까지 비쳐지고 있는데, 이번 회담이 몰고 온 후폭풍에 정국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한국당, 회담 결과 ‘혹평 발언’에 오히려 역풍 맞나

이른바 드루킹 특검 등을 앞장서서 주장하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당을 거세게 몰아붙여왔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돌연 수세에 몰리는 처지로 몰려 갑작스러운 정국 전환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나경원 한국당 의원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처구니가 없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과거의 핵과 현재의 핵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고,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선언한 지난 4월20일 북한 노동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의 발표를 기정사실화해준 셈”이라며 “진보적인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판문점 선언에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부족했다고 평했다”고 혹평을 쏟아냈다.

한 발 더 나아가 나 의원은 “어렵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무너뜨리고 이제 맘대로 퍼주겠다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는데, 이런 반응에 대해 누리꾼들의 비난 글이 빗발치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등의 일부 내용을 스스로 수정한 데 이어 28일엔 “이런 때일수록 냉철한 시각과 객관적 상황 판단이 반드시 필요함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여론은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비판적이기보다는 대체로 호의적인 분위기인데, 실제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의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와 관련해 CBS로부터 조사 의뢰를 받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남북정상회담 당일인 지난 2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만73명에게 물어 최종 답변한 5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결과(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응답률 5.0%)에 따르면 ‘회담 전에는 신뢰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신뢰하게 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52.1%에 달했을 만큼 긍정적 평가가 상당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정상회담 이전에는 ‘불신’이 78.3%에 이를 정도로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던 데 반해 회담 이후엔 ‘신뢰’가 64.7%로 완전히 반전을 이뤄냈다는 것이며 한국당 지지층에서조차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의지에 대해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이 회담 이전(8.3%)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은 22.8%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의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와 관련해 CBS로부터 조사 의뢰를 받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남북정상회담 당일인 지난 2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만73명에게 물어 최종 답변한 5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결과(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응답률 5.0%)에 따르면 ‘회담 전에는 신뢰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신뢰하게 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52.1%에 달했다. ⓒ리얼미터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의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와 관련해 CBS로부터 조사 의뢰를 받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남북정상회담 당일인 지난 2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만73명에게 물어 최종 답변한 5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결과(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응답률 5.0%)에 따르면 ‘회담 전에는 신뢰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신뢰하게 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52.1%에 달했다. ⓒ리얼미터

그래선지 한국당 내부에서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던 이전과 달리 처음으로 일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기류 변화 조짐을 보였는데, 김성태 원내대표는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남북관계의 진전과 새로운 전개가 된 정상회담이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며 “민족화해, 평화번영을 위한 항구적 평화 구축을 지향하는 회담이었다는 것에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뿐 아니라 북핵폐기특별위원장인 김무성 의원 역시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면서 북핵 위기 종식과 한반도 평화 정착 통일에 대한 기대감과 열망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라며 “완전한 북핵 폐기와 평화 정착은 모든 국민의 소망인 만큼 여야를 떠나 정치권이 모두 한 마음으로 기원하고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 홍준표 ‘마이웨이’에 선거 우려한 당내 반발 목소리도

하지만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경 일변도로 비난 일색인 목소리도 있었는데, 일찌감치 남북정상회담을 ‘위장 평화쇼’라고 정의해왔던 홍준표 대표는 30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아예 기자회견까지 열고 “다른 정당들처럼 적당히 환영하고 실천을 촉구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면 지방선거에 더 유리할지 모르지만 저는 결코 그럴 수 없다”며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는 우리 안보의 자발적 무장 해제”라며 “추상적인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을 제외하면 어디에도 북한의 핵 포기 약속이 담겨 있지 않다. 또 다시 북한 정권에 달러를 퍼주겠다는 건가”라고 지적한 데 이어 “완전한 북핵 폐기와 대남적화통일을 규정한 북한의 제도적 장치가 제거되지 않는 한,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전환에 동의할 수 없다”고 확실하게 각을 세웠다.

이미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여론조사, 가짜들이 판치는 괴벨스 공화국이 되었다”며 “그래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 선거 한 번 해 민심도 가짜인지 확인해보자”고 격앙된 반응을 내놨던 홍 대표였기에 이날 원고지 46매 분량에 달한 그의 작심 발언은 당내 기류가 어떻든 배수진을 치겠다는 선전포고이기도 했다.

문제는 홍 대표의 이 같은 강경 대응이 당장 두 달도 안 남은 지방선거에 나서는 출마 후보들에 있어선 그다지 달갑게 여겨지고 있지 않다는 건데, 당장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님! 수고하셨습니다. 국민과 함께 ‘해피엔딩’이 되도록 박수 치고 응원할 것”이라고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표한 바 있고, 김태호 경남지사조차 29일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도부에 당부하기도 했다.

심지어 유정복 인천시장의 경우엔 30일 입장문을 통해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남북정상회담 관련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당 지도부를 맹렬히 질타하기에 이르렀고, 지방선거 출마자는 아니지만 같은 당 김태흠 의원도 29일 “판문점 선언을 비판할 때도 아니다”라고 입장을 표하는 등 일부 내분 조짐까지 비쳐지고 있다.

◆ 야권, 남북정상회담 대응 놓고 대여공조 분열, 與에 호재 되나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당이 내부에서조차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혼란을 거듭하자 그간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를 노려오던 다른 야당들은 틈을 보인 한국당에 맹공을 퍼부으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는데,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몽니도 시샘도 아니고 그렇다고 건전한 대안을 내놓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한국당은 이해하기 어려운 정당”이라며 “이게 과연 제1야당으로서 취할 태도가 맞는가”라고 남북정상회담을 혹평한 한국당을 비판했다.

뒤이어 같은 당 하태경 최고위원도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평화의 적”이라며 “어렵사리 피운 한반도 평화의 싹을 위해 남북 정부가 힘을 합치고 있고 심지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정부도 모두 힘을 합치고 있다. 그런데 유일하게 홍 대표만 갓 피어난 싹까지 짓밟으려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하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지방선거가 끝나면 물러날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그 시기를) 조금 더 당겨야 한다”며 “홍 대표의 정계 퇴출을 위해 정치권이 힘을 모을 것을 제안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평화당에서도 같은 날 충북 청주시 S컨벤션에서 열린 ‘제5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에 나선 조배숙 대표가 “제1야당이 민족적 대경사에 이렇게 재를 뿌려도 되는 것인지 매우 실망스럽고 한국당의 상황인식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당이 아니라 한심당”이라며 비난을 쏟아냈고, 박지원 평화당 의원 역시 이날 BBS라디오에 나와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으면, 그 스탠스를 지켜줘야 한다”고 한국당을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에도 유일하게 공식 반대 의사를 표하며 계속 ‘마이웨이’를 강행하고 있어 모처럼 ‘드루킹 사건’으로 대정부여당 공세에 박자를 맞췄던 야권이 이번 정상회담 사안을 계기로 다시 분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야권이 분열되었다고 해서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이 여당에 꼭 협조적일지는 여전히 미지수인데, 바른미래당만 해도 지난 28일 권성주 대변인 논평에서 “남북정상 간 합의문이 국회 비준을 통해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지만, 30일 유승민 공동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 국회 비준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논점을 흐리고 너무 앞서가는 얘기”라고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어 향후 상황의 변화에 따라 여당에 유리해진 현재 국면이 얼마든지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중소 야당들은 사실상 당의 사활이 오는 6·13지방선거에 걸려 있는 만큼 어떻게 되든 대여투쟁이 불가피하기에 비록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현재의 ‘정상회담’ 국면에선 일시적으로 협조적이더라도 결국 드루킹 특검 문제 등 다른 사안에 있어선 이와 별개로 공세를 지속할 것이라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뒀는지 현재 문 대통령은 여야 4당 대표에게 판문점 선언의 성과를 설명하는 청와대 회동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포스트 남북회담’ 국면에서 과연 최후에 누가 웃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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