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요구사항 핵심은 지주사 전환…전환 시 M&A 어려워져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 의사를 드러내면 본격적인 공격에 나섰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 의사를 드러내면 본격적인 공격에 나섰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 의사를 드러내면 본격적인 공격에 나섰다. 엘리엇이 지난 4일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환영을 내비친 것과는 정반대 모습으로 자신이 보유한 주가 가치 극대화를 위한 속셈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엘리엇은 23일 현대차그룹에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 △자사주 소각 △배당률 40~50%로 상향 조정 △다국적 회사 경험이 풍부한 사외이사(3명) 추가를 요구했다.

엘리엇은 “개편안에 대한 합리적인 경영상 이유와 소액주주에 돌아갈 이익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것만으로 기업경영구조가 개선되었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4가지 요구사항을 현대차그룹이 다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엘리엇이 요구사항 중 하나인 배당률 40~50% 상향 조정은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배당성향을 높여가고 있다. 5년 전 배당성향이 5%에 그쳤다면 2016년 20.0%, 작년에는 26.8%로 높아졌다. 기아차와 모비스 작년 배당성향은 각각 33.1%, 26.8%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를 개편하며 주주친화적 배당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던 만큼 배당성향을 높이는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엘리엇이 요구하고 있는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 △자사주 소각 △다국적 회사 경험이 풍부한 사외이사(3명) 추가 요구를 현대차가 받아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핵심인 지주사 전환은 현대차그룹이 받아들이기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체제를 갖추게 되면 자회사가 공동 출자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게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이 엘리엇 요구대로 지주사로 전환하면 그룹 차원에서 인수·합병(M&A)전략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이 단행되면 현대모비스 `알짜 사업`인 모듈·AS부문이 현대글로비스로 넘어가면서 현대모비스의 수익구조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현대모비스 주주는 현대모비스 주식 0.7주와 현대글로비스 주식 0.6주를 갖게 된다. 엘리엇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보통주 10억달러(약 1조56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엘리엇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진행 중인 현대모비스의 분할 및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증권업계는 엘리엇의 지주사 전환 요구에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는 반응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지웅 연구원은 “현재 엘리엇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지분은 총 10억달러 내외이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율을 각각 최소 1.5%을 보유한 것으로 공개됐는데, 따라서 엘리엇 단독으로는 영향력이 높지 못해 현재 모비스의 분할, 글로비스 합병안의 무산에 대해서는 무게를 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엘리엇이 4가지를 요구했지만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지분율이 최소 1.5%로 낮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