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규제에도 ‘건강’…ING 매각 앞두고 금융지주 '각축'
자본 부족 위기 보험사…KDB생명, MG손보·현대라이프
매각보다 자본확충에 정상화부터…롯데손보와 동양 ABL

ING생명 @ 뉴시스
ING생명 @ 뉴시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KB금융과 신한금융에 이어 하나금융그룹이 '알짜'매물 ING 인수에 뜻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M&A시장에서 중하위권 보험사들의 거취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IFRS17·K-ICS 등 보험사 자본규제가 본격화되면서,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 생보사들은 RBC비율의 적정성 보존의 어려움을 느끼고 지난해부터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보험사 인수 뜻을 내비쳤다. 곽철승 하나금융 CFO(최고재무책임자)는 “경쟁사와 차이가 비은행 부문에서 나타나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인수합병 이슈가 있다면 증권, 보험을 가리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적극 확충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본규제에도 ‘건강’…ING 매각 앞두고 금융지주 격돌

올해 M&A업계의 최대 이슈는 ING생명이다. 신한금융이 ING생명에 대해 강력한 매수의지를 밝혔으나, 최근 인수시기가 늦춰지면서, KB금융에 이어 하나금융의 인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ING생명의 RBC 비율은 455,3%, 자기자본수익률(ROE)는 8.4%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2021년 도입되는 자본규제에도 흔들릴 것이 없어, 지주사가 계열사로 편입할 경우 더없이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장효선 삼성증권 관계자는 “ING생명은 자산듀레이션 확대를 위해 많은 운용수익률을 희생해야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이미 운용자산 중 채권이 85.6%를 차지해 K-ICS 도입시 이의 일부를 대체투자 등으로 다변화시키며 운용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다”며 “타사대비 운용수익률이 60bp낮은데, 향후 듀레이션 매칭 작업 완료 후에는 듀레이션 갭이 기업의 내재가치 측면에서 유리한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NG생명 운용자산 포트폴리오 중 채권비율은 85.6%로 삼성(49.5%), 미래에셋(46.0%), 동양생명(41.7%), 한화(39.%)보다 월등히 높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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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생명의 매각주관사 MBK파트너스는 최근 매각가로 2조5000억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MKB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 59.15%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한 금액이다. 하지만 금융지주사법상 완전자회사할 것을 가정하면, 향후 공개매수를 거친 100%의 지분 매입을 위해서는 4조원의 금액이 예상되는 상황으로 금융지주사 입장에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ING측은 매각이 연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당분간 영업조직을 키우며 몸값 키우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까지 MBK파트너스는 매각 관련 결정된 바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한지주는 미래가치 등에 대한 실사를 아직 마치지 못한 상태다.

◆ 자본 부족 위기 보험사…KDB생명, MG손보·현대라이프 생명

M&A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ING생명과는 달리 현재 자본 부족으로 인해 매각 기로에 선 중소형 생보사들이 적지 않다. MG손해보험, KDB생명, 중국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ABL생명 등이다. 이중 MG손보와 KDB생명은 제작년부터 시장에 매물로 나왔으나. 반복되는 적자늪에 빠져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두 회사의 RBC비율도 지난해 업계 최저수준으로 KDB생명은 108.48%, MG손보는 110.99%다. KDB생명의 당기순이익은 -760억원, MG손보는 50억원(건물매각, 부실자산 처리 때문)이었다.

@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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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는 지난 1월말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KDB생명은 일단 자본비율부터 끌어올린 뒤 IFRS17시행 전인 2020년 정도 매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KDB생명 등 중소형사들 일부는 매물로 출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MG손보는 IFRS17기준에 따란 RBC 150%를 맞춰 유상증자 800억원을 필요로 하는데. 대주주 농협은행, 증권금융, 새마을금고중앙회 투자금을 합쳐 1700억원 수준에서 시장에 내놓은 상태다. PEF 자베즈제2호유한회사가 가진 후순위채권 680억원을 옵션을 내놓았다. 금융지주사 중 신한금융과 BNK금융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 규제와 관련해 유동성이라는 문제에서 상황이 가장 좋지 못한 곳은 현대라이프생명이다.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2021년을 대비하기 위해 수차례 유상증자와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등 출범 이우 7000억원 이상의 자금확충이 이뤄졌으며, 작년 9월부터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전체 직원수(450명)의 절반 이상인 250명을 감원해 오프라인 개인영업 채널을 75개에서 11개로 통폐합하는 데 이르렀다. 현재까지 퇴직 직원들의 미지급 수수료와 강제 퇴출 등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최대주주였던 현대자동차가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대만 푸본생명(62.45%)이 주인이 됐다.

한편으로 K-ICS 대비 자산의 듀레이션 확대라는 관점에서 보험사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후순위채 발행 역시 현재 금리 상황에서 조달비용이 크게 상승할 것이고, 이미 수년간의 대규모 발행에 따라 추가 발행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 중소보험업계가 가진 어려움이다. 더구나 중소형보험사의 경우 저축성 보험만으로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하며, 언더라이팅 격차, M/S확대 및 유지에 요구자본량 규모 확대, 방카슈랑스 및 GA 등도 보험사의 불완전판매 리스크를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본 규제 강화 영향은 손보업보다는 요구자본량의 민감도가 높은 생보에 직접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며 “매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하위사들은 후순위채 발행 등 임시방편을 통해 가까스로 재무적정성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매각보다 자본확충 부터…롯데손보와 동양ㆍABL

@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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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안방보험이 대주주로 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보험 매각설도 시장에서 돌고 있다. 최근 중국보험기금이 안방보험에 지난 4월 초에 약 10조23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중국 현지인인 대표이사와 상무가 4월 17일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사실상 자본확충을 통한 경영안정화를 꾀할 것이라는 업계의 판단이다. 중장기적인 시나리오가 나오면서 근시일 내 매각 이슈는 희석됐다는 평가다. 아직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IFRS17을 앞두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금감원은 작년 12월 ABL생명에 저축성상품 과다 판매로 경영유의·개선사항을 통보해 보장성 계약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으며, 동양생명은 육류담보대출로 인한 부정적인 인식을 깨끗이 지우지 못했다는 것이 시장의 해석이다.

롯데그룹의 금융사인 롯데손보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 746억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RBC비율이 170.12%에 그치고 있어 역시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롯데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지주사체제 완성이후 4년안에 금산분리에 따라 롯데손보 지분을 해결해야 한다. 업계는 금융당국의 규제와 자본부담에 따라 4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매각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 "자본규제가 가져올 긍정적 효과는"

삼성증권은 지난 10일 자본규제 강화는 유럽보험사들의 사례를 비춰보면, IFRS17은 장기적으로 보험업계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유럽보험사에 도입됐던 자본기준(SolvencyⅡ비율)의 사례에서도 하위 보험사들의 자본 적립부담에 대한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

단순히 ‘RBC비율=자본적정성’이라는 개념에서 ROE(순자본이익률)이 절대적인 평가지표가 됐고, 자본사용량이 적은 상품 비중이 확대되고, 무엇보다 자본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사업이 포트폴리오에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됐다.

유럽 금융사들은 자본규제에 따른 전략 다변화를 시도했다. 사업매각, 분리, 해외사업 철수 등 보험사간 다양한 M&A가 발생했다. 독일 알리안츠의 사례로 ROE 10%미만을 목표로 미달하는 해외사업을 정리하면서 2014년 기준 ROE 한국(-2.2%)와 대만(-0.5%) 생보사업을 매각했고, 그 결과 ROE가 2014년 10.1%에서 2018년 13.0%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AXA는 버뮤다 재보험사 XL Group을 153달러에 인수했고, 푸르덴셜 생명은 UK 및 유럽사업부문과 아시아 사업부를 분리, UK연금사업을 Rothesay생명에 매각했다. AIG 생명은 버뮤다 Validus재보험사를 55.6억달러에 인수했다.

이 밖에 보험업계에서는 문재인케어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보험사들이 문제인케어로 향후 5년간 연간 7600억원의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했다. 금리인상도 생보사들이 바라던 호재라 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이차역마진 개선, 변액보증준비금 적립금 감소·환입, 최저보증이율 부담 완화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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