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野, ‘댓글 조작’ 특검법 공동 발의…與 “특검? 경찰 수사 미진하면 하자”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야 3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드루킹 사건'과 관련 특검 도입과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에 합의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야 3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드루킹 사건'과 관련 특검 도입과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에 합의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과 관련해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야권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이 같은 야당들의 공동 압박 움직임이 과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드루킹 댓글 논란’을 덮어버릴 정도의 남북정상회담이란 초대형 ‘이슈 블랙홀’이 목전으로 다가오고 있어 여당 입장에선 이로 인한 기류 변화를 기대하며 며칠간 지연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데, 정상회담이 벌어지기 직전까지 최대 분수령이 될 금주 동안 여야 간 길고 긴 힘겨루기의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촉박한 야3당, ‘드루킹 사건’ 특검법 공동 발의로 대응

여야의 계속된 충돌로 4월 국회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그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국제적 사안으로 꼽히는 4·27 남북정상회담까지 다가오면서 그간 장기화된 국회 공전 사태를 매듭짓기 위한 최종 타협안으로 야권은 ‘드루킹 사건’ 특검 수용을 다시금 촉구했다.

특히 각 정당별로 나뉘어 목소리를 내던 이전과 달리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은 23일 오전 당 대표와 원내대표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특검법 공동 발의 및 국정조사요구서 공동 제출 의지를 밝히며 여당에 대한 압박수위를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렸는데, 이들은 공동입장문을 통해 “야3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대선 불법 여론조작 사건의 진상규명, 분권과 협치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진정한 개헌, 산적한 국회 현안 해결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특검법 발의를 강행하는 한편 이를 수용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워 국회 정상화의 공 역시 여당으로 넘긴 셈인데, 회동 직후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오늘 민주당의 결정에 따라서 (정쟁을 그만두는) 시기가 빨라질 수도 있고 늦어질 수도 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116석의 한국당과 30석의 바른미래당, 14석의 민주평화당이 공동으로 추진하게 되면 재적 과반인 160석이어서 본회의에 특검법을 발의하는 자체는 어렵지 않겠지만 이를 통과시키려면 일단 출석 의원 과반 조건은 야권만으로도 가능하다 해도 ‘여당과의 합의’ 역시 필요로 하는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가 최대 관건인데 여전히 부정적 분위기가 우세해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야권은 각 당마다 차별화된 공세 역시 지속했는데, 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특검과 국정조사를) 거부하면 앞으로 야권 공조 하에 대국민 서명운동도 준비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지난 대선 이전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드루킹,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 경인선 모임과 댓글 조작에 대해 사전에 보고를 받았는지, 경인선과 김 여사는 얼마나 많은 접촉을 통해 그들의 활동과 음모에 개입해 같이 동조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청와대까지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 뿐 아니라 김 원내대표는 드루킹과 김경수 의원 간 관계를 ‘쌍방’이 아닌 ‘일방적’ 관계로 표현했다가 나중에 입장을 번복한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겨냥 “고의적으로 의도적으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은폐하고 증거를 인멸하는데 방조했다. 오늘 즉각 경찰청장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은 물론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임을 호소하면서 협조에 나설 것을 요구한 민주당에게는 “국민투표법이 (처리가) 안 되면 개헌이 안 되는 것처럼 호도하는 민주당이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는 것으로밖에 인식되지 않는다”고 즉각 맞받아쳤다.

한 발 더 나아가 바른미래당에서도 같은 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유승민 공동대표가 “김경수 민주당 의원도 특검 수사를 받겠다고 하고, 청와대도 국회가 결정할 일이라고 하니 민주당은 즉각 특검과 국정조사를 수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한 데 이어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저는 경찰에 수사를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너무 분명해져 앞으로 검경 수사권 분리, 공수처 등 이슈에 대해 바른미래당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이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사안으로까지 확대시켰다.

또 평화당 역시 조배숙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부여당이 정상회담 열기에 편승해 어물쩍 넘어가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물론 드루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을 향해서도 “이주민 경찰이 부실수사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미 신뢰를 잃었다. 이 청장은 이제 수사 주체가 아닌 수사대상”이라고 강하게 몰아세웠다.

◆ 민주당, “대선 불복이냐” 특검 수용 거부…대치 국면 지속 전망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 본청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 본청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렇듯 야3당의 전 방위적 공세 속에 특검 요구에 직면한 여당은 이 같은 대응에 반발하며 곧바로 거부 의사를 표명했는데, 우원식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찰이 수사하고 있으므로 경찰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으로 하자”면서 “바른미래당, 평화당이 한국당과 손을 잡고 드루킹 사건을 대선과 연결시키는 대선 불복 대열에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맞불을 놨다.

오히려 우 원내대표는 야권의 압박에 최근 적극 수사에 나서고 있는 경찰을 향해서도 화살을 돌렸는데 앞서 열렸던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경찰이 수사내용을 찔끔찔끔 흘리고 특정 언론을 중심으로 의혹을 증폭하는 방식이 계속돼 매우 유감”이라며 “경찰 일부가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언론을 통해 증폭시키는 형국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은 야권에서 다른 사안과 특검을 연계하는 식으로 타협하려는 데 대해서도 이날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를 통해 “(야당이) 특검으로 정상화를 이야기하는데, 우리로서는 국회 정상화와 특검, 국민투표법은 연계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 이미 야당인 평화당에서도 국민투표법·추경 등의 사안을 특검과 주고받는 식의 ‘빅딜’에 대해선 이용주 의원이 이날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나와 “처리 자체를 담보해달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일축한 바 있어 그나마 여지가 있을 법한 ‘빅딜’ 형태의 타협도 이뤄지기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박 원내수석은 “3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만난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 여야 합의가 없는 특검을 한 사례가 있나, 의장이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특검을 처리할 수 있나”라며 “하나하나가 일방적 정치공세고 쇼에 불과하다”고 특검 요구를 일축해 끝까지 맞서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 與 자신감 배경엔 ‘여론조사’?…野 “부실 여론조사도 특검 수사해야”

이처럼 여당이 강공으로 맞서는 자신감의 배경엔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20일 전국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댓글조작 사건 관련 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응답률 5.2%,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특검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8.1%였던 반면 특검까지 도입할 사안은 아니란 응답은 52.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20일 전국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댓글조작 사건 관련 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응답률 5.2%,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특검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8.1%였던 반면 특검까지 도입할 사안은 아니란 응답은 52.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20일 전국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댓글조작 사건 관련 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응답률 5.2%,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특검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8.1%였던 반면 특검까지 도입할 사안은 아니란 응답은 52.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심지어 동 조사기관이 지난 16~20일 전국 2502명 상대로 실시한 대통령 국정지지도와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응답률 4.8%,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0% 포인트 오른 67.8%로 집계됐고, 민주당 지지율도 2.7%포인트 오른 53.1%를 기록해 정부여당에 타격이 될 수 있는 ‘드루킹 댓글 사건’의 여파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야권에서도 이런 부분을 의식했는지 바른미래당부터 먼저 맹공을 퍼붓고 나섰는데, 권은희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조사 결과를 꼬집어 “이것 역시 매크로 조사결과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우리는 당연하게 하게 된다”고 날을 세웠고, 오신환 원내수석부대표도 “불법댓글 조작사건과 관련해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의혹에 대한 중대성에 대해 (민주당이) 너무나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예 바른미래당의 서울시장 후보인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작된 여론조사로 본 세상은 태평성대다. 드루킹은 문제될 게 아니다”라며 “부실 여론조사 회사는 여론조작의 공범이다. 특검 수사대상에 넣어 같이 수사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야권의 공세는 비단 여론조사 기관에만 집중된 게 아니었는데,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한국갤럽 및 포털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실제 고생한 기자나 언론사들은 이익이 없고 포털이 그 이익을 다 취하고 있다.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되는 포털 시스템을 국회에서 개선하겠다”고 네이버를 정조준한 데 이어 “댓글제도도 바꾸겠다. 순위조작으로 여론조작이 가능한 댓글제도도 국회에서 입법개정을 통해 바꾸겠다”고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여야 양측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끝을 모르는 확전 양상으로 치달아가면서 6월 개헌을 위해선 이날이 최종시한인 국민투표법 개정 등 여러 현안 처리는 결국 어려워지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제 곧 남북정상회담까지 앞둔 상황에서 여당이 계속 ‘버티기 전략’으로 일관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타협안을 거꾸로 제시할 것인지 불과 일주일 남은 4월 국회의 향방에 모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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