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빌딩 팔고 사는데 재미 붙인 외국자본

경제가 어지러운 탓인가? 돈 많은 외국계 자본들이 한국의 주요 대형빌딩들을 야금야금 사들이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발맞춘 추세라 무심하게 보아넘길 수도 있지만 기분이 씁쓸한 것은 사실이다. 외국계 자본들이 국내 대형빌딩을 싹쓸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들어온 론스타, 골드만삭스, GE캐피탈 등 미국계 1세대 자본에 이어 최근에는 싱가포르투자청과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계 자본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있다. 빌딩 매입 가장 활발한 싱가포르 자본 론스타, 골드만삭스 등 미국계 자본들은 외환위기 직후 매입했던 빌딩들을 최근 매도하는 등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지만, 비미국계 자본들은 임대수익에 초점을 맞추고 무차별적으로 빌딩을 사들이고 있다. IMF 직후 국내 빌딩 매입을 주도했던 론스타는 영등포 동양증권 빌딩에 이어 SKC 사옥을 매도했고, 최근엔 1조원 규모의 역삼동 스타타워 매도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IMF 직후 국내 빌딩을 매입한 미국계 자본의 대다수가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였다"라고 분석하며, "그러나 최근 비미국계 투자자금은 시세차익이 아닌 임대관리를 통한 연 7~8%의 임대수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싱가포르투자청 등 싱가포르 자본. 싱가포르투자청은 지난 1월 모건스탠리로부터 무교통 코오롱 본사 빌딩을 760억원에 사들였다. 또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 회사인 MPI는 최근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를 총 430억원에 매입했다.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주로 연기금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GRA도 중구 순화동 삼도에이스타워, 서린동 광주은행빌딩, 강남구 역삼동 한솔빌딩 등을 사들였다. 유럽계 자본 가운데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부동산 투자회사 로담코가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로담코는 이미 여의동 중앙빌딩을 210억원에 매입했다가 272억원에 되팔아 60억원 이상의 매매 차익을 챙겼다. 현재 로담코는 역삼동 로담코 빌딩을 비롯해 다수의 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로담코는 지난 3월 부동산 신탁업 본인가를 받은 다올부동산신탁과 함께 올해 20곳, 1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계 자본 공세에 맥 못추는 국내 자본 또한 라살 등 독일계 자금은 최근 테트라건설이 우선 매입대상자가 된 강남 데이콤 사옥 매각(역삼동 사옥)에 대거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독일 자금도 본격적으로 국내에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독일 연기금인 DIPA를 비롯한 유럽계 연기금 및 펀드들이 국내 부동산관련업체와 함께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으며, 이미 도심 내 투자대상 물건을 확보하고 투자 수익률등 투자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계 자본 중에서는 투자은행인 맥쿼리은행이 지난해 1월 론스타가 보유한 영등포 동양증권 빌딩을 850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계 자본 중에서는 빌딩관리회사인 교리츠가 국내 빌딩 임대관리 시장에 영역을 확대하면서 입지를 확대해 가고 있다. 교리츠는 이미 종로구 순화동 포스코 더샵에 대한 임대관리를 맡았고, 최근엔 하나은행 소유의 서울 중구 남대문로 2가 옛 서울은행 본점을 서비스레지던스로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자본들은 외국계 자본의 공세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왜냐하면 좋은 매물이 나와도 자본력이 달려 입찰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 부동산 전문가들은 외국계 자본 중 상당수가 건물 매입 시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고 있어 국내 자본의 부동산 취득이 힘들다고 전했다. 한 전문가는 "데이콤 사옥 매각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외국자본이 국내 빌딩 매입에 있어 높은 입찰가를 제시해 국내 업체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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