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돌아온 '언니가 간다' 의 고소영

‘까다롭다’ ‘도도하다’ ‘살쌀하다’ 등의 수식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 고소영.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꼬이게 한 첫 사랑을 바꾸고자 12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30세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언니가 간다' 에서의 코믹한 그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낯설고 또 한편으로는 신선하다. 4년만에 청바지를 입고 그 모습을 드러낸 고소영은 30대 중반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상큼발랄했다. 데뷔 초 ‘청춘스타 고소영’의 모습 그대로 말이다.


영화 ‘이중간첩’ 후 4년동안 CF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소영의 모습은 크게 낯설지 않다. 데뷔 이후 꽤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건만 이미지 변신에 크게 성공한 작품이 없었던 그가 코믹 멜로 영화 '언니가 간다'(감독 김창래, 제작 시오필름)에서 단독 주연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고소영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나정주
‘언니가 간다’ 에서 고소영이 맡은 나정주는 잘못된 첫사랑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꼬였다고 생각하는 서른 살의 디자이너 보조이다.
시간여행을 통해 12년 전 과거로 돌아가 잘못 채워진 첫 단추를 다시 제대로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는 왈가닥 ‘언니’ 역.
고소영은 나정주가 평소 자신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편안하게 연기했다며 은근히 자신감을 내비췄다.
“공포영화였던 ‘아파트’ 때는 배역을 소화하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큰 어려움 없이 재미있고 편하게 찍었어요.
영화 속의 나정주가 평소의 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평소 친구들과 까불고 장난치고 소리지르고... 그렇게 놀기 때문에 연기하기가 자연스러웠어요.”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자르며 와인 한잔에 도도함을 뽐낼 것 같은 고소영이지만 실제로 친구들과 포장마차를 즐겨 찾으며 특히 김밥, 오뎅, 만두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전했다.
지극히 ‘서민적인’ 것을 즐긴다는 고소영이지만 30대 중반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변함없는 외모가 그를 더욱 차갑고 새침하게 보이게 한다.
하지만 고소영에게 이제 ‘아줌마’ 란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특히 서른 살 캐릭터를 연기하며 영화 속에서 ‘아줌마’ 라는 호칭을 들었을때 마음에 와 닿았다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섭섭했어요(웃음). 하지만 영화 진행 상 꼭 들어야 했던 말이었죠. 솔직히 여자로써 나이가 드는 것이 무섭다거나 하진 않지만, 나를 누나라고 부르던 초등학생이 ‘아줌마’ 라고 부른다면 겉으론 의연한 척 하겠지만 마음속으로는 상처가 될 것 같아요.”
물론 ‘늙지 않기’ 위해 시간을 정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름다운 여자’로 늙어간다면 아줌마라도 행복할 것 같단다.
때문에 혹 영화에서처럼 개인적으로 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있냐는 질문에도 여성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20대 중반’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대답한다.


연륜속에 묻어나오는 진실한 연기자 되고 싶어

4년 동안의 공백때문이었을까? 한간에는 고소영이 연기를 그만둔다는 터무니없는 소문도 나돌았다. 물론 ‘밥숟갈 뜨는 힘이 있는 한 배우를 하고 싶다’ 까지 배우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고소영은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오는 진실된 연기를 하고 싶다고 전한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을 보며 장쯔이가 공리를 못이긴다고 생각했어요. 공리의 카리스마는 연륜 속에서 가능한 것이거든요. 나이가 들어도 매력적인 역이 있으면 계속 연기할 거예요”
차갑고 철 없어 보이는 고소영의 이미지는 왜곡된 기우였을 뿐. 직접 만난 그는 솔직함과 깊은 마음을 지닌 매력적인 배우였다.
아직 연륜이 묻어나올 만한 긴 세월의 경험을 가진 배우 고소영은 아니지만, 진실된 연기를 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이는 모습은 여전히 톡톡 튀며 아름다웠다.
사진 맹철영 기자 of_photo@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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