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상승·美 관세부과에 조선사 잇단 수주 후판 가격 인상 영향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후판가격을 톤(t)당 3만원~5만원 가량 인상하기로 했다. ⓒ각사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후판가격을 톤(t)당 3만원~5만원 가량 인상하기로 했다. ⓒ각사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조선사들의 수주 훈풍이 영향을 미쳤을까. 철강업계가 올 상반기 후판 가격을 인상하면서 후판사업 부문 적자 탈피에 시동을 건 반면 조선업계는 모처럼 맞은 단비에 걱정하는 분위기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후판가격을 톤(t)당 3만원~5만원 가량 인상하기로 했다. 후판은 대한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조선3사가 주요 납품처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후판 제조사들은 지난해 10월 하반기분 후판 가격을 톤당 5만원 인상키로 합의한 이후 올해 1월 상반기분 후판 가격을 톤당 3만~5만원 인상하는 방안을 두고 두달 간 협상을 이어갔다. 동국제강은 지난달 말께 조선용 후판가격을 인상하는데 합의했다 후판 가격을 t당 5만원 가량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후판 가격은 65만원에서 70만원으로 오르게 됐다.

철강업계가 지난해 후반기에 이어 올 상반기 후판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상승과 한국산 후판에 대한 미국의 계속적인 관세 부과 영항이 컸다. 이 때문에 이번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했다는 게 철강업계의 입장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분 후판 가격 인상이 단행된 10월 이후 철광석 가격은 중국 주요항 CFR(운임포함인도조건) 기준 톤당 약 27.4% 뛰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몇년 동안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원자재 상승분을 그동안 반영하지 못해 후판 부문에서 적자가 커졌다”며 “올해 후판 가격을 인상했더라도 적자탈피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울상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하반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 연달아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서 모처럼 맞은 잇단 수주에도 걱정이 앞선다”며 “이번 가격 인상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을 미뤄왔다. 2015년 조선업계가 대규모 적자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이후 후판 가격 인상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철광석 및 유연탄 가격이 인상되면서 철강업계의 적자가 불어나면서 더 이상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자 후판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조선업계 역시 2~3년간 동결되다시피 한 후판 가격 인상에 나선 철강업계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 인상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 삼호중공업, 미포조선)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들어 잇따라 수주에 나서면서 업황이 기지개를 켠 것도 후판 가격 인상 명분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조선업계는 선박 건조 비용에 후판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20% 수준인데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적자를 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원유운반선 1척을 팔아 남기는 이익은 선박가격의 1%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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