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 직원 10년 근속자 이동 동의안하면 4급 임용 제외
올해부터 5배수 후보 늘려, 특진자 포함 등 인사기준 모호
실적 위주, 조합장 줄세우기 우려…인사업무협의회에 반발

@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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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용인지역 농협에서 장기근속 5급 직원이 전직 명령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4급 승진 자격을 박탈하도록 하는 인사 조항이 있어 농협 직원들이 반발에 나섰다. 14일 용인지역 포곡농협 앞에서 400~500여명의 조합원들은 규탄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13일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이 입수한 용인시 인사업무협의회가 각 단위농협에 보낸 2017년도 의결사항 안내문에는 “5급 장기 근속자 인사 교류(이동) 거부 시 승진 임용 제외한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시행일은 ‘2017년 정기인사 발령일부터’다.

해당 조항은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로 전직을 거부하는 직원은 승진인사 시 서열 명부상 승진임용 대상자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임용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으로 퇴직을 원하지 않는 이상 5급 직원은 사실상 전직을 강요받게 된다.

협동조합노동조합 관계자는 “각 지역농협은 급여체계마저 제각각인 완전히 다른 법인으로 회사에서 부서나 지점 이동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라며 “4급으로 승진을 못한 장기근속자들을 강제적으로 재배치하려는 부당인사 조치”라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올해 86명의 인사이동이 있었는데. 5급이 41명으로 절반이상이 원치않는 전직을 했다”며 “장기근속자들을 전직시키기 힘들게 되자 ‘악의적인 조항’을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농협 승진이 농협중앙회를 주관으로 한 임금피크제와도 관련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작년부터 용인지역 10개 농협가운데 4곳이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수지·기흥 농협 등에서 명퇴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5급 직원 10명이 4급으로 승진했는데. 이중 8명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에서 나왔다. 관계자는 “농협중앙회 입장에서는 임금피크제를 계속 권유하고 있다”며 “이번 승진이 주로 임금피크제 시행 농협에서 나온 것과 중앙회의 입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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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4시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용인시지부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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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번 인사 중 특이한 점은 승진자 총 10명 중 3명의 특진자가 나온 점이다. 용인지역에서 작년까지는 동일한 자격조건의 잣대로 평가된 5급 상위 10명의 후보군이 승진했지만, 올해부터 서열명부 1배수에서 5배수로 승진후보군을 5배 늘리면서, 특진자들이 후보군에 포함됐다. 특진자들은 주로 농협중앙회에서 하달되는 영업목표 등 실적이 뛰어난 직원들로 따로 자격시험을 보지 않고 후보군에 속했다. 지역 농협의 특진기준은 대출, 보험, 예금 등 각종 목표 등을 달성하는 등 부서별로 다양하다.

관계자는 “승진시험 등 자격자체가 무의미해졌고 결과적으로 조합장이 입맛에 맞는 (실적 등에 따라) 직원을 승진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농협중앙회가 내린 시책 등에서 농협 내 지역조합원들을 상대로 일반은행과 같은 실적 경쟁을 조장하고, 승진을 이유로 발생하는 조합장에 맞춘 줄세우기 문화가 확대되는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농협 직원들의 의구심을 없애려면, 인사업무협의회나 중앙회가 이번 승진인사에 대해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있지만 거부하고 있다”며 “인사업무협의회가 사용자 단체로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과 인사조치와 관련한 교섭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각 지방 농협들도 인사문제가 있으나 ‘쉬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적 절차를 거쳐 농협 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3권을 제대로 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승진 조항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전직은 근로자의 동의할 경우에 해당하고, 회사가 업무와 관계없는 부서로 이동하거나, 좌천시킬 경우에 사후구제가 가능하다”며 “이번 농협 승진의 건은 회사가 당장의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노동법상 구체적 규율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용인시지역농협인사업무협의회 관계자는 “용인시 농협에 들어올 때 모두 같이 입사해 각 지역농협으로 배치되는 것이므로, 인사이동을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며 “시내와 시외 농협 간 고른 발전차원에서도 인사이동은 바람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각 10개의 농협이 직원 승진명단과 고과내용을 중앙회 시지부에 올리면, 서열을 매겨 다시 인사업무협의회에 통보, 회의를 통해 각 농협간 직원 인사조치를 하는 방식으로 타 조합의 직원 인사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용인 등 근로조건이 좋은 곳에서 직원이 이탈하자 반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인사업무협의회 관계자는 “4급 승진 자격 제한 조항은 한달전에 농협중앙회에 검토를 받았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며 “더는 문제가 없도록 공공기관에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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