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규택 총무가 23일 민주당을 `빨치산 집단’에 비유했다가 파문을 의식, 곧바로 ‘파티잔(Partisan), 즉 집단이라는 파티(Party)의 의미지 `지리산 빨치산’이 아니다’고 순발력 있게 해명했지만, 국회 파행을 막지는 못했다. 시작 전부터 하루 종일 파행됐던 국회 본회의는 서청원 대표와 이 총무의 사과로 이날 저녁8시50분께 속개,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을 2시간 동안 실시했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국민에게 대단히 죄송하며, 시간을 못지킨 데 대해 국무위원에게도 죄송하다’고 말했고, 이 총무도 신상발언을 통해 ‘용어의 선택과 발음의 잘못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에 불참해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한 데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유감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본회의는 전국구 의원직을 계승한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의 의원선서를 받고 질의에 들어갔고, 첫 질문자인 민주당 김원길 의원이 세풍사건을 거론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또 쓸데없는 소리한다’ ‘책임회피 하지 말고, 홍삼(弘三) 비리나 밝히라’고 반박하기도 했으나 더 이상 충돌은 없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 총무 발언에 대한 사과 주체를 놓고 신경전을 거듭하다 국회 파행에 따른 비난여론과 양당의 8.8 재보선 지원 일정을 의식, 수석부총무간 절충을 통해 서 대표가 사과하는 선에서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서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늘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 총무의 `파티잔’ 발언이 `빨치산’ 발언으로 와전된 데 대해 당 대표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잠시나마 국회가 파행된 데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게 생각하며 국회는 어떤 일이 있어도 파행돼선 안 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양당 총무단은 곧바로 접촉을 갖고 이날 저녁 본회의를 열어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을 실시키로 하고 본회의 직전 각각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소속의원들에게 합의사항을 설명했다. 한나라당 의총에서 이 총무는 ‘엄청난 언어선택의 잘못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이에 대해 김종하 의원은 ‘뭘 사과했다는 것이냐’고 따지기도 했으나 별다른 토론 없이 10여분만에 끝났다. 민주당 의총에서도 정균환 총무는 ‘우리가 당초 요구한 것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본회의에 임하자’고 제안했다. 한화갑 대표는 그러나 인사말에서 ‘오늘 아침 TV를 보니 이회창 후보가 한국 경제를 말하면서 `현 정부가 한국을 망쳤고, 경제를 망쳤다’고 말했다면서 ‘이 후보의 편협하고 무식한 경제관을 알려야 한다’고 이 후보에 대한 강공 기조를 이어갔다. 그는 ‘비즈니스 위크 등 세계 유수 언론이 우리 경제회복을 평가하고 12월 대선에서 개혁적 사람이 대통령이 안되면 우리 경제가 후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면서 ‘이 후보가 경제를 몰라서 그런 얘기를 했다면 대통령될 자격이 없고, 민주당과 정부를 방해하기 위해 그랬다면 역시 도덕적으로 대통령될 자격이 없다’고 공격했다. 민주당은 23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의 ‘빨치산 발언’을 매카시즘적 정치테러’로 규정, 강력히 성토하면서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사과와 이 총무의 총무직 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이 후보에 대한 ‘과잉 충성경쟁’에서 비롯된 결과로 몰면서 공세의 초점을 이 후보에게 맞췄다. 이 협 최고위원은 ‘빨치산 발언은 과거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과 우리의 피땀어린 투쟁을 용공조작으로 몰던 세력이 그 투쟁성과를 역전시켜 과거로 되돌리려는 반민주적 발상’이라며 ‘경기고, 서울대를 나온 엘리트 지배사회를 위해선 대중참여 민주주의는 꼴 사납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채정 정책위 의장은 한나라당을 ‘정치 파괴집단’으로, ‘빨치산’ 발언을 ‘정치 테러’로 규정하고 ‘마치 다 집권한 것처럼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찌른다’며 ‘1당 독재의 회귀본능을 드러냈다’고 공세를 폈다. 송영길 의원은 ‘지난번 송석찬 의원의 이 후보 부친 친일경력 발언때 제일 먼저 단상으로 뛰쳐나간 사람이 이 총무인데, 그때 원고를 빼앗는 등 과잉충성경쟁을 통해 총무직을 낙점받은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본회의장 안에서도 (이 후보와 한나라당 의원 관계가) 마치 ‘조폭두목에게 인사하고 잘 했다고 등 두들겨주는 것처럼 보여 자괴감이 느껴졌다’며 ‘한 파벌 보스를 위해 국회를 선거운동장화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경재 의원도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우리당 의원들은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대공분실로 끌려갈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이제 김정일이 우리당 명예총재라고 할 판’이라고 가세하고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당해도 싸다. 대통령아들이 난리치고 대통령후보를 바꾸니 마니 하고 8.8 재보선 후에 무슨 외연을 확대하니 마니 하니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당내 비주류를 겨냥했다. 하지만 전용학 의원은 ‘우리는 민주화운동하는 시민사회단체가 아니라 정치집단인데 상대와의 게임에서 밀리고 있다’면서 마늘협상 은폐의혹을 둘러싼 정부내 책임전가 양상을 비판하고 ‘환경이 불리한 탓도 있지만, 우리의 의지와 성의가 부족한 측면도 있으므로 모든 문제에 대해, 특히 정책에 대해 새로운 입장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적극적인 정책차별화를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은 이 총무의 ‘빨치산’ 발언’으로 국회가 파행하자 의원간담회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따라 열어 이 총무가 사과하며 조기수습을 시도했다. 이는 8.8 재보선을 앞두고 임시국회라는 효율적인 대여공세의 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회창 대통령 후보도 이날 낮 당소속 보건복지·환경노동위원들과 오찬 간담회 도중 이 총무로부터 간단히 상황보고를 받았지만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서청원 대표 주재로 열린 최고위원·당3역회의에서 ‘국회 파행을 막기위해 이 총무가 억울하지만 사과하자’고 결론을 내렸고, 이 총무는 곧바로 기자실을 방문, 사과했다. 그는 ‘순간의 실수로 본회의가 안 열리고 국회가 정상운영되지 못한 데 대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유감으로 생각하며 사과한다’면서 ‘필요할 경우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다시 사과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남경필 대변인도 ‘우리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며, 전향적인 자세로 대처할 것’이라며 ‘이제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고, 국회가 열리느냐 안열리느냐는 전적으로 민주당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논평을 통해 ‘부정부패 등 숱한 실정에 대한 국회 추궁을 모면하기 위해 `할리우드 액션’으로 국회를 파행시키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면서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어제 영등포을 지구당 개편대회에서 우리당을 `범죄정당’이라고 매도했던 노무현 대통령 후보야말로 후보를 사퇴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역공했다. 이에 앞서 열린 의원간담회에서 이 총무는 ‘발음을 잘못한 것을 트집잡아 본회의를 거부하는 것은 말이 안되며, 재보선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듯 보이자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며 ‘사과 대신 해명을 할 용의는 있다’고 사과거부 입장을 밝혔었다. 또 남 대변인이 ‘민주당이 8.8 재보선을 앞두고 권력비리가 밝혀지면 참패가 예상되는 만큼 국회를 안하려는 의도’라면서 ‘민주당식 논리라면 노 후보도 어제 영등포 지구당 발언으로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일부 의원들은 ‘노후보를 사퇴시키면 안 된다’고 ‘농담’으로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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