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김기식 해임 거부 ‘마이웨이’…대정부여론 악화되며 與 지지율도 동반하락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논란으로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논란으로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 관련 정부여당과 야권 간 공방이 점입가경 끝에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대체로 야권에선 4월 임시국회 개최는 차치하고 이 사안에 거의 모든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반면 김기식 본인은 물론 정부여당에서도 적극 반박에 나서며 여전히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사태는 점점 장기화되어가는 모양새다.

아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김 원장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만 ‘콕 집는’ 핀포인트식으로 ‘출장 의혹’ 역공까지 펴고 있는 상황인데 정국까지 올스톱시킨 외나무다리의 혈투에서 과연 어느 쪽이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쏟아지는 의혹에도 김기식 ‘철벽방어’ 나선 청와대

지난 2일 취임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출장 논란이 불거진 이래 청와대가 마치 대변인을 자처하는 듯 앞장서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에 직접 나서는 것은 물론 연일 이어지는 야권의 맹공에도 꿋꿋하게 버티며 엿새째 임명 철회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못 박고 있어 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야당은 김 원장이 국회 정무위원 시절인 지난 2014년 3월 피감기관인 한국거래소(KRX) 부담으로 우즈베키스탄, 2015년 5월 우리은행 돈으로 중국 충칭·인도 첸나이, 같은 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예산으로 미국·유럽 출장을 각각 다녀왔다면서 부적절한 외유성, 로비성 출장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에선 미국, 유럽 출장 건의 경우 지난 8일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 운영에 대해 당시 김 원장이 문제를 제기하자 자금 지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측에서 현장 점검을 제의해 와 직접 가보게 된 것이라고 대신 해명했으며 김 원장 임명 철회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고려한 바 없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하루 뒤엔 자유한국당에서 김 원장의 출장에 ‘비서도 아닌’ 여성 인턴이 동행했었고, 출장 이후 초고속 승진했다는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자 전날에 이어 김 원장도 직접 입장문을 통해 인턴과 비서 구분을 두지 않고 운영했으며 해당 인사 뿐 아니라 모두 승진시켰었다고 반박했는데, 여기에 힘을 실어주듯 청와대에선 아예 김의겸 대변인의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해외 출장 건들은 모두 공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나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10일에는 한국당에서 국회의원 임기가 3일 남은 지난 2016년 5월 30일 김 원장이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지출 후 남는 공금은 전액 국고 반납해야 되는데도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에 외유성 출장을 나가 항공료, 호텔비, 차량 렌트비 등으로 ‘땡처리’했다고 비판한 데 이어 국회의원 시절엔 그가 직접 국회 사무처에 등록한 ‘더미래연구소’가 피감기관 및 민간기업 대관 담당자 대상으로 고액 강좌를 강요했다고 새로운 의혹을 꺼내들고 맞섰다.

특히 당시 강사진에는 조국 현 민정수석과 도종환 문체부 장관, 김영춘 해수부 장관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강조하면서 야당은 비단 김 원장 개인 뿐 아니라 현 정권 인사 전반을 겨냥해 압박하고 나섰다.

이렇듯 연이어 의혹이 터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도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더미래연구소가 김 의원의 개인적 연구소도 아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27명이 만든 연구소고, 조국 수속 한 명만 강사로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 있다”며 조 수석과 더미래연구소 간 특수 관계 의혹에 대해 부인한 뒤 김 원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어제와 같다”면서 계속 안고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계속된 비호에 아랑곳 않고 야당에선 김 원장이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 아내에게 후원금을 받은 것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관련 금감원 조사를 요구한 것 사이에 연관성이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비롯해 국회의원 임기 만료를 앞둔 5개월 간 김 원장이 남은 정치 후원금을 ‘더좋은미래’에 셀프후원하거나 보좌관 퇴직금, 동료의원 후원 형태로 모두 3억7000만원이나 ‘땡처리’했다는 의혹 등을 계속 제기하며 공세 강도를 더욱 높여갔다.

그래도 청와대에선 김 원장에 대한 이런 의혹들이 추가 폭로된 11일에도 “(보좌관) 퇴직금 주는 건 당연히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법에 문제되는 게 아니잖나”라며 임명 철회 의사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고, 김 원장 본인도 전날 항간에 나돌던 ‘자진사퇴설’을 불식시키려는 듯 삼성증권 사태에서 촉발된 우리사주조합 배당시스템 문제를 규명하고자 15개 상장 증권사 시스템 자체검검에 나섰고 금감원 혁신 추진TF를 꾸리는 등 정상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 靑, 지지율 하락까지 불사한 ‘김기식 고수’는 재벌개혁 때문?

김기식 금감원장 논란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집권여당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동반하락한 반면 그간 맹공을 퍼붓던 야권의 지지율은 대체로 상승하며 상호 희비가 엇갈렸다. ⓒ리얼미터
김기식 금감원장 논란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집권여당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동반하락한 반면 그간 맹공을 퍼붓던 야권의 지지율은 대체로 상승하며 상호 희비가 엇갈렸다. ⓒ리얼미터

하지만 끝까지 버티는 모양새가 결국 역효과를 불렀는지 성인남녀 1500명 대상으로 조사해 12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집계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2.5%P, 응답률 5.2%,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2주 연속 하락한 66.2%로 나타났고, 덩달아 여당 지지율까지 50%선 아래로 떨어져 49.2%에 그친 반면 연일 김 원장을 압박했던 한국당의 지지율은 4주째 상승세를 타면서 19대 대선 이후 최고치인 22.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선거가 고작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 같은 국면 전환 기류는 정부여당에 분명한 적신호로 비쳐지고 있는데, 그럼에도 청와대가 김 원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데에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인선 문제란 차원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재벌·금융권 개혁과 연결된 사안으로 인식하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에 재벌개혁 전문가인 김상조 위원장과 ‘불도저’로 불리는 지철호 부위원장까지 앉혀 재벌개혁에 속도를 내던 현 정부는 국회의원 시절 ‘재벌 저격수’나 ‘금융권 저승사자’란 별명을 가졌던 김기식 원장을 금감원에 배치해 ‘화룡점정’을 찍으려 했던 의도 아니었냐는 것인데, 이런 점을 꼬집는 듯 12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교조·민주노총·참여연대·주사파가 합작한 정권이 문재인 정권이라며 “금융도 좌편향으로 몰고 가기 위해 부적절한 인사를 임명 강행한 것이 김 원장”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심지어 한국당의 공세 뿐 아니라 앞서 거론했던 동 여론조사기관(리얼미터)에서 지난 11일 TBS의 의뢰를 받아 김 원장의 거취를 주제로 성인 500명에게 질문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응답률 6.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재벌개혁에 적합하므로 사퇴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33.4%인데 반해 부적절하니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인 50.5%로 나와 정부여당에 한층 부담을 주고 있다.

이는 지난 10일 김 원장을 뇌물죄, 직권남용죄, 공직자 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정도로 가장 맹공을 퍼붓는 ‘보수야당’의 지도부 인사인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김성태 과거 출장’, ‘안철수 카이스트 출장’ 맞불 공세도 별무소득이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이젠 우호적이던 일부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일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 여론 돌아서며 與野 희비 엇갈려…막판 ‘선관위’ 카드 던진 靑

청와대는 김 원장을 둘러싼 몇가지 쟁점 사항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진)의 판단에 맡겨 결론을 내보자고 12일 제안하고 나섰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청와대는 김 원장을 둘러싼 몇가지 쟁점 사항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진)의 판단에 맡겨 결론을 내보자고 12일 제안하고 나섰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당장 김 원장의 외유 논란이 정치후원금 ‘땡처리’ 의혹으로 확대되던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를 진행 중이던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휴대전화로 같은 당 김두관 의원이 “금감원장 문제 심각합니다. 청와대에...”란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한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된 바 있고, 대체로 여당에 협조적이던 정의당에서도 12일 상무위를 열고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김기식 자진사퇴 촉구’로 당론을 결정하면서 정부여당에 완전히 돌아섰다.

이 뿐 아니라 현 정부 고위직 인사들이 다수 소속된 적 있고 김 원장이 공동 발기인으로 창립해 중책을 역임했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서조차 12일 김 원장 논란과 관련해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 중에는 비판받아 마땅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며 “누구보다 공직윤리를 강조하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던 당사자였기에 매우 실망스럽다”고 입장을 내놓으면서 그간 줄곧 김 원장을 두둔해오던 정부여당만 실로 사면초가 상황에 처했다.

이처럼 점차 궁지에 몰리는 기류 탓인지 민주당에선 이날 김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주차위반 과태료를 정치자금에서 지출했다”며 혼신을 다해 역공에 나서고 있는데, 전세가 역전되고 있는 시점이라 느꼈는지 한국당에서도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같은 날 “제1야당 원내대표를 제물로 삼아 비열한 방식으로 김 원장 구하려는 공작을 벌이고 있다”며 전날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과 김 원내대표의 과거 출장을 비교한 논평을 냈던 제윤경 대변인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공으로 대응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최후의 카드인지 12일 오후 김의겸 대변인의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김 원장을 둘러싼 몇 가지 법률적 쟁점에 대해 선관위의 공식적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조금 전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중앙선관위에 질의사항을 보냈다”며 선관위를 통해 판단해보자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청와대 측은 19·20대 국회 회기 당시 피감기관 중 무작위로 16곳을 뽑아 피감기관 비용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사례를 조사해봤다면서 모두 167차례 중 민주당이 65차례, 한국당이 94차례였고 이런 조사결과에 비춰 볼 때 김 원장이 업무 이행을 못할 정도로 도덕성이 훼손됐거나 일반적인 국회의원의 평균 도덕적 감각을 밑도는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여 여전히 김 원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한편 김 원장을 놓고 열흘 넘게 계속되고 있는 정부여당과 야권의 설전 공방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12일 대검찰청은 “김 원장에 대한 고발서건에 대해 관할을 고려해 서울남부지검에서 병합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는데, 서울남부지검도 곧바로 기업금융범죄전담부이자 공직자 사건, 권력형 비리 등도 다루는 특수부인 형사6부에 사건을 배당해 선관위 판단 뿐 아니라 검찰에서는 어떤 결과를 내놓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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