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 자회사 적자 자본잠식으로 경영난 심각
희토류 기술 강탈 논란 ‘오너家 리스크’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일진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일진그룹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일진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일진그룹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일진그룹이 내부로는 실적부진과 외부로는 중소기업 희토류 기술 탈취 논란으로 힘겨운 한해를 보내고 있다. 올해 창립50주년 맞은 일진그룹이 내우외환으로 시름하는 모습이다.

일진그룹은 부품 및 소재 전문기업으로 국내외에 40여개 계열사를 둔 재계 50위의 중견기업이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일진금속공업(현 일진전기)을 모태로 ‘원조 벤처인’으로 불리며 지금의 일진그룹을 일궜다. 허 회장은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바이오를 손꼽고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 사업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일진그룹 초음파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알피니언)이 경영난을 겪고 있어서다. 지난해 개별기준 영업손실은 166억원으로 전년보다 79.2%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206억원으로 36.6% 증가했다.

사측에 따르면 신제품 출시 지연으로 매출이 이월됐고, 개발비 등 투자 증대에 따른 비용 증가, 해외 지적재산권(IP)관련 수수료 증가한 영향 탓이라는 설명이다. 자본잠식도 심각하다.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의 자본금은 약 399억원으로 작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약 104억원에 달해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역시 후발주자들과의 기술격차가 줄고 대외수출 환경이 녹록치 않아 올해 목표 달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매출과 이익 중심의 사고전환 △숫자 중심의 사고전환 △장거리 마라톤식 사고전환을 주문했지만 일선 현장을 돌아본 허 회장은 실적 부진의 우려를 전하며 다시 한번 신년사 내용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 희토류 기술 탈취 논란도 일진그룹 행보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허 회장이 희토류 관련 벤처기업의 기술을 강탈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검찰이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벤처기업은 브즈맥으로 이 회사 대표인 김유철 비즈맥 대표는 지난해 허 회장과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허 회장의 상식을 넘은 강탈 행위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잠재 손실을 가지게 된 게 고소장을 제출하게 된 이유다.

이와 관련 일진그룹에 따르면 서부지검에서 이미 내사 뒤 무혐의로 종결된 사안으로 그룹 차원의 별다른 입장은 없는 상태다. 오히려 김 전 대표가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허 회장 관련 사안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일진그룹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논란의 발단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진그룹의 제안으로 2014년 11월 김 전 대표는 일진그룹과 손잡고 합작사 ‘일진IRM’을 설립했다. 일진그룹이 51%, 김 전 대표가 49%의 지분을 갖고 경영권은 일진그룹이 행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일진IRM이 비즈맥에 20억원을 빌려주는 대가로 김 전 대표의 49% 지분에 질권이 설정됐다.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김 대표는 해임 통보를 받은 것 외에도 일진IRM이 보유한 생산기계와 기술이 차남 허재명 씨가 대표로 있는 일진머티리얼즈로 넘어갔다.

일진그룹의 기술탈취 의혹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가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언론에 따르면 박찬종 변호사가 비즈맥 김유철 전 대표의 무료 변론에 나서면서 이번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변호사는 도 넘은 대기업의 갑질 등 적폐 행위 재발 방지를 위해 무료 변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