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 자회사 적자 자본잠식으로 경영난 심각
희토류 기술 강탈 논란 ‘오너家 리스크’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일진그룹이 내부로는 실적부진과 외부로는 중소기업 희토류 기술 탈취 논란으로 힘겨운 한해를 보내고 있다. 올해 창립50주년 맞은 일진그룹이 내우외환으로 시름하는 모습이다.
일진그룹은 부품 및 소재 전문기업으로 국내외에 40여개 계열사를 둔 재계 50위의 중견기업이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일진금속공업(현 일진전기)을 모태로 ‘원조 벤처인’으로 불리며 지금의 일진그룹을 일궜다. 허 회장은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바이오를 손꼽고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 사업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일진그룹 초음파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알피니언)이 경영난을 겪고 있어서다. 지난해 개별기준 영업손실은 166억원으로 전년보다 79.2%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206억원으로 36.6% 증가했다.
사측에 따르면 신제품 출시 지연으로 매출이 이월됐고, 개발비 등 투자 증대에 따른 비용 증가, 해외 지적재산권(IP)관련 수수료 증가한 영향 탓이라는 설명이다. 자본잠식도 심각하다.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의 자본금은 약 399억원으로 작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약 104억원에 달해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역시 후발주자들과의 기술격차가 줄고 대외수출 환경이 녹록치 않아 올해 목표 달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매출과 이익 중심의 사고전환 △숫자 중심의 사고전환 △장거리 마라톤식 사고전환을 주문했지만 일선 현장을 돌아본 허 회장은 실적 부진의 우려를 전하며 다시 한번 신년사 내용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 희토류 기술 탈취 논란도 일진그룹 행보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허 회장이 희토류 관련 벤처기업의 기술을 강탈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검찰이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벤처기업은 브즈맥으로 이 회사 대표인 김유철 비즈맥 대표는 지난해 허 회장과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허 회장의 상식을 넘은 강탈 행위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잠재 손실을 가지게 된 게 고소장을 제출하게 된 이유다.
이와 관련 일진그룹에 따르면 서부지검에서 이미 내사 뒤 무혐의로 종결된 사안으로 그룹 차원의 별다른 입장은 없는 상태다. 오히려 김 전 대표가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허 회장 관련 사안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일진그룹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논란의 발단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진그룹의 제안으로 2014년 11월 김 전 대표는 일진그룹과 손잡고 합작사 ‘일진IRM’을 설립했다. 일진그룹이 51%, 김 전 대표가 49%의 지분을 갖고 경영권은 일진그룹이 행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일진IRM이 비즈맥에 20억원을 빌려주는 대가로 김 전 대표의 49% 지분에 질권이 설정됐다.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김 대표는 해임 통보를 받은 것 외에도 일진IRM이 보유한 생산기계와 기술이 차남 허재명 씨가 대표로 있는 일진머티리얼즈로 넘어갔다.
일진그룹의 기술탈취 의혹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가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언론에 따르면 박찬종 변호사가 비즈맥 김유철 전 대표의 무료 변론에 나서면서 이번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변호사는 도 넘은 대기업의 갑질 등 적폐 행위 재발 방지를 위해 무료 변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