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방송법 처리 문제부터 국회 개헌안에 이르기까지 곳곳 충돌

텅 빈 국회 본회의장의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텅 빈 국회 본회의장의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4월 임시국회가 지난 2일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첫날부터 파행을 겪더니 일주일이 넘은 지금까지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추경안과 방송법 개정안 문제부터 개헌안 합의 등 국회 현안에 있어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이밖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인선과 같은 사안으로도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어 당분간 의사일정을 정상화하기는 난망해 보인다.

◆ 정치권, 국회 정상화엔 공감하나 논의 끝에 결국 불발

사흘간의 국회 대정부 질문 일정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아침 일찍부터 조찬 회동을 함께 가진 데 이어 그로부터 몇 시간 뒤엔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정례회동 자리에서 만나서도 국회 정상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오찬회동으로까지 이어간 릴레이 회동에도 불구하고 팽팽한 신경전만 계속된 끝에 논의는 별 소득 없이 끝나버렸다.

그러다 보니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 개최는 한 주 전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무산됐는데, 이 때문에 당초 계획됐던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도 끝내 이뤄지지 못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시정연설을 언제 하게 될지도 모르는 유감스러운 상황이 됐다”며 “추경안이 의결돼 정부가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국회의 대승적 결단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부가 요청한 추경안 처리에 대해선 그동안 야권이 대체로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인데, 먼저 민주평화당-정의당 공동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의 모임’은 국회 정상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추경에 대해선 그나마 평화당 측이 ‘호남 일자리’ 등 일부 사안과 관련된 조건부 협조 가능성만 내비치고 있는데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아예 추경 반대를 당론으로 하겠다고 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회 파행 쟁점인 방송법 처리를 놓고도 여야는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원내대표는 상임위에 올라온 법안을 모두 논의하자고 하는 반면 야권은 지난 2016년 7월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처리하자고 압박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하여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노회찬 평화와 정의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 본관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하여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노회찬 평화와 정의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 본관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했다.

민주당이 야당으로 있던 박근혜 정부 당시 박 원내수석의 방송법 개정안에선 공영방송 이사회를 여당 추천 7인, 야당 추천 6인으로 구성하고 사장 선임에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실상 야당 추천 이사들의 동의 없인 일방적 사장 임명이 불가능해지는데다 부칙에는 법 시행 3개월 이내에 이사회와 집행기관을 새로 꾸려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보니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 KBS, MBC, EBS 사장도 전부 다시 뽑아야 해 현재 여당이 된 민주당으로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이른바 ‘박홍근 개정안’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임시국회 개최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인데, 두 당 교섭단체의 현재 원내대표인 노회찬 의원은 “방송법 때문에 추경 등 전부 다 거부하는 건 지나치다”라며 “특정 법안이 통과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통합 대안을 빨리 만들고, 일단 4월 국회를 열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바른미래당 역시 ‘박홍근 개정안’이 마지노선이라던 데에서 한발 물러나 일부 타협의 여지를 내비치고 있어 추경 처리 사안과는 달리 숨통이 트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데,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야권이 받을 수 있는 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내놓으라는 최종 제안을 (민주당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10일 “김 원내대표가 가져오라고 해서 제안했다”면서 공영방송 사장 선임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추진하는 방안을 내놓은 우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한 직후 “공영방송 사장 후보들이 공론화위원들을 만나 인사 청탁하고 돌아다닐 것”이라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신 김 원내대표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을 위한 이사진 추천 비율을 이사 3분의 2 이상이 아니라 5분의 3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우 원내대표에게 역제안했는데, 마찬가지로 이번엔 우 원내대표가 거부함에 따라 김 원내대표도 “방송 장악 의지가 있는 (민주당과는) 더 이상 대화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 추경·방송법·개헌 등 모두 접점 못 찾아 ‘시계 제로’

결국 추경 처리 등 현안이 산적해 속이 타던 우 원내대표는 10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간의 협상 진행경과를 발표하면서 “보수야당은 자신들이 말하는 방송장악을 막겠다는 것보단 자기들 영향이 미치는 것으로 유지하는 것 아닌가. 방송 정상화에 역행하는 것을 포기하고 공정하게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여당 제안에 다시 한 번 심사숙고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하면서도 “(이 부분은) 더 논의하고 4월 국회는 이것대로 진행하자”며 일단 의사일정부터 정상화하자고 호소하고 나섰다.

하지만 비단 방송법 뿐 아니라 국회 개헌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보니 하루 빨리 봉합해 국회 정상화에 나서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권 내 ‘뜨거운 감자’가 되어온 개헌 문제의 경우 여당이 국민투표법 개정을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면 야권은 권력 분산을 전제로 한 권력구조 개편 쪽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9일 열렸던 국회 헌정특위 전체회의에서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야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동시투표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해도 100석 이상의 의석을 가졌기 때문에 실질적인 개헌 성사 여부와 관계없는 국민투표법은 오는 23일 전에 분명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시한까지 설정하면서 야권과 충돌했다.

그러자 한국당에선 김성태 의원(비례)이 “여당은 불가능한 6월 개헌을 주장하지 말고 개헌 합의안 도출을 우선해야 한다. 개헌을 원한다면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시키고 국회 주도 개헌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맞받아쳤고, 한국당 측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한국당은 분권대통령·책임총리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반드시 종식시켜 나갈 것”이라며 권력 분산에 무게를 실은 자당 개헌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여당을 몰아붙였다.

개헌 문제에 있어선 여당이 4년 연임 대통령제를 기반으로 한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을 그대로 주장하고 있는 데 반해 야권에선 한국당이 ‘분권대통령·책임총리제’, 평화당이 ‘총리추천제’ 등 대부분 대통령 권력 분산을 요구하고 있어 방송법 처리 등 다른 사안보다도 여당이 홀로 고립되는 모양새라 더더욱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 여야, 대치 끝에 국회 공전 책임 놓고 ‘네 탓’ 공방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우원식 원내대표는 10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9일) 본회의 무산으로 꼭 해야 할 국회 임무도 완수하지 못했다”며 “홍문종 의원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이다. 결국 개헌도 버리고, 추경도 걷어차고, 홍문종 지키기를 위한 방탄국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생각한다”고 추정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우원식 원내대표는 10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9일) 본회의 무산으로 꼭 해야 할 국회 임무도 완수하지 못했다”며 “홍문종 의원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이다. 결국 개헌도 버리고, 추경도 걷어차고, 홍문종 지키기를 위한 방탄국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생각한다”고 추정했다.

이처럼 사안마다 차이는 있어도 해결되는 부분은 없다시피 하니 이제는 국회 공전 사태에 대한 책임 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모든 부분에 있어서 극과 극으로 대립하고 있는 민주당과 한국당 간 설전은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먼저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9일 ‘위헌, 국민투표법 즉각 개정’이란 손팻말을 든 의원들과 함께 의원총회에 참석한 가운데 “어떻게든 대통령 발목 잡아보겠다는 심보만 보이고 있는 야당들에 대해 국민들은 이제 더 눈뜨고 볼 수 없는 한계치에 도달한 것 같다”며 “야당 의원들도 밥값을 좀 해주시길 바란다. 4월 국회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마지막 국회일 것”이라고 야권에 경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하루 뒤인 10일엔 같은 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노골적으로 한국당을 겨냥 “한국당이 개헌을 버리고 추경예산을 걷어차고 ‘홍문종 방탄국회’를 만들겠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며 최근 사학재단을 통해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등의 혐의로 검찰이 홍 의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점까지 꼬집어 압박수위를 높였다.

이렇게 되자 한국당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는데,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홍문종 의원 당연히 국회 체포동의안 넘어왔으니까 처리해야 한다”면서도 “처리할 본회의 의사일정을 안 잡아주는 사람이 3월 달부터 민주당”이라고 맞불을 놨다.

도리어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민병두 의원이 미투 의혹에 휩싸이자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천명했었던 점을 들어 “사퇴처리는 지금 국회의장이 과거 민주당 소속이니까 이리저리 비회기 중에는 의장이 사퇴 수리하면 되는데 수리하지 않고 지금 4월 국회 되니까 교섭단체 간에 민병두 의원 본인 사퇴처리시한을 교섭단체 간에 협의해서 국회 합의되지 않은 국회 본회의에 사퇴처리하지 않는다, 이런 꼼수를 쓰고 있다. 후반기 국회의장 문제 때문”이라며 국회 공전의 책임과 관련해 여당에 역공을 가했다.

이렇듯 양당 간 기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선 여당은 완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한국당은 별 수 없더라도 다른 중소야당들을 통해 우회라도 해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현재 방송법 처리에 있어선 바른미래당이, 추경 처리에 있어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가 국면을 흔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비쳐지고 있어 과연 조정 끝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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