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시장 출마에 與野 모두 ‘경계 시선’ 집중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그동안 6·13지방선거 출마를 장고해오던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마침내 4일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것을 공식 천명하며 본격 등판함에 따라 기존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안철수 “제가 野 대표”…출마선언부터 기선제압 나서

안 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저는 의사, 교수, IT전문가, 경영인으로 성공한 경험을 가진 정치인”이라며 “위선과 무능이 판치는 세상을 서울시에서부터 혁파하겠다”고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바꾸자 서울! 혁신경영 안철수’란 슬로건 하에 스마트 도시, 미래인재 키우는 교육도시, 일자리 넘치는 창업도시, 디지털 행정혁신, 따뜻한 공동체 도시 등 크게 5개 공약을 내건 안 위원장은 7년 전 자신이 후보직을 양보했었던 박원순 현 서울시장을 겨냥한 듯 “서울시장직이 다음 선거를 위해 인기 관리하는 자리가 돼선 혁신할 수 없다”며 출마를 공식화한 첫날부터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그는 박 시장과의 관계를 놓고 이른바 ‘양보론’이 거론되는 데 대해 “제가 양보를 받아서 뭘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7년 전에는 박 시장이 잘할 거라 믿고 양보했었다. 그러나 서울은 지난 7년간 제대로 변화해야 할 시기들을 많이 놓쳤다”고 박 시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안 위원장은 “서울시민 역시 과연 예산이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쓰이고 있는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내가 당선된다면) 32조원 규모의 서울시예산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관리될 것이다. 예산은 만 원짜리 한 장도 헛되이 쓰이지 않을 것이고 서울시 주변을 맴도는 ‘예산 사냥꾼’들은 더 이상 설 곳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후보가 서울시를 바꿀 수 있을지, 혁신시킬 수 있을지, 편안하고 안전한 서울을 만들 수 있을지 등을 놓고 시민들께서 판단해 줄 것”이라며 강력한 맞수가 될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어떤 분이 됐든 서울을 혁신하고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어느 사람인지, 그것으로 경쟁하면 저는 충분히 자신이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무엇보다 안 위원장은 당 지지율이 낮다는 현실은 인정하면서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에 대해선 “야권 연대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없다. 기득권 양당은 우리가 경쟁하고 싸우고 이겨야 될 대상”이라고 선을 그었는데, 대신 “표는 한 곳으로 모아야 힘이 되고 의미가 있다. 야권의 대표선수로 나선 안철수로 힘을 모아주시길 호소드린다”고 강조하고 있어 사실상 야권 지지자들에게 바른미래당으로 ‘전략적 투표’를 해달라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그래선지 안 위원장은 오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공천 확정될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향해서도 “지금 서울에 살지 않는 분이 갑자기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시는 건 서울시민에 대한 아주 큰 실례”라며 “서울시민들의 매일매일 생활에 대한 이해나 서울시가 갖고 있는 구체적 문제에 대한 고민들이 있는 분이 나서야 되는 게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이라고 미리부터 견제구를 던졌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한국당을 지지하는 20% 정도의 부동층 표심의 향방과 관련해서도 이날 “이번 6·13 선거 핵심은 견제와 균형”이라며 “20% 부동층도 서울시민이다. 과연 우리 서울 시민의 삶을 누가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가 정파를 넘는 판단 기준이라고 밎는다”고 밝힐 정도로 한국당 유권자들을 흡수하겠다는 의사 역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처럼 안 위원장이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가운데 당 차원에서도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는데,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역시 같은 날 안 위원장 출마 회견 직전 출연한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만한 후보가 아직 없다. 저는 (승산이) 굉장히 높다고 본다”며 “한국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한 청산과 극복의 대상이지 연대와 연합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야권 연대 가능성을 재차 일축했다.

다만 안 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이날 당내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불안한 모습도 일부 감지됐는데, 그간 민주평화당으로 가길 원했던 박주현·이상돈·장정숙 비례대표 의원 3명은 안 위원장 출마 선언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안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의 민의를 왜곡하는 보수합당을 추진하고, 이를 원치 않는 비례대표 3인을 아직까지 볼모로 잡고 있다”며 “안 위원장은 민의를 입에 담을 자격도, 천만 시민의 대표에 도전할 자격도 없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 與 박영선·우상호, 박원순보다 ‘安 때리기’ 힘 싣는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원순 현 서울시장(좌), 박영선 의원(중), 우상호 의원(우)의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원순 현 서울시장(좌), 박영선 의원(중), 우상호 의원(우)의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같은 안 위원장에 대한 공세는 비단 당내 수준에 그치지 않았는데, 일찍이 치열한 경쟁을 이어오던 민주당 후보들은 결선투표제 도입에 이어 ‘안철수 등판’이란 또 다른 변수마저 등장한 데 대해 당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직 시장 프리미엄을 안고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박 시장에 비해 일단 당내 경선부터 넘어야 하는 박영선, 우상호 의원의 경우 한 목소리로 안 위원장에 공세를 펼치며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박영선 의원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보육정책’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안 위원장을 겨냥 “대통령을 꿈꾸다가 중도에 포기하거나 대통령 선거에 나가서 패한 사람들이 경쟁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일침을 가했고, 우상호 의원도 똑같이 정론관에서 ‘교통정책 공약’ 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위원장의 출마 선언문을 꼼꼼히 확인했는데 후보로서 준비가 잘 안 돼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혹평했다.

이들이 같은 당 소속인 박 시장보다 ‘안 위원장 때리기’에 나선 데에는 아직 예비후보일 뿐 경선이 남아 있다 보니 야당 후보인 안 위원장을 공격함으로써 마치 경선을 통과한 ‘확정된 후보’와 같은 효과를 내는 한편 의도적으로 박 시장을 소외시키겠다는 전략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면에서 안 대표에 대한 공세는 결국 박 시장을 의식한 행동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박 의원은 지난달 30일 정책발표 기자회견 직후 안 위원장의 출마에 관련해 “안 위원장이 등장하면 박 시장 입장에선 양보론 부담이 있어서 굉장히 불편해질 것”이라며 “선거판이 한번 출렁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여기에 우 의원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양보프레임이 결코 작은 게 아니다. 박 시장이 안 위원장을 정확하게 공격하고 공세적으로 선거운동하기가 어렵다”며 “민주당의 전체 판세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해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수세적인 선거보다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캠페인을 펼칠 수 있는 우상호가 적합하다”고 주장해 박 시장을 압박했다.

이렇듯 ‘양보프레임’으로 자신을 압박하자 그간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박 시장도 안 위원장이 공식 출마를 목전에 둔 지난 2일 “세월이 흐르고 (안 위원장과는) 당적도, 서 있는 위치도 달라졌다”며 “누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지 판단하는 몫은 시민에게 달려있다”고 응수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안 위원장이 이번 출마 기자회견에서 ‘양보프레임’에 기대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해 박 시장의 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박빙 수준의 접전이 이뤄지게 되면 ‘최후의 카드’로 재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한국당, 보수 표심 분열 경계 속 安 출마 ‘평가절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사실상 낙점된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사실상 낙점된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여당 뿐 아니라 야권 역시 각 당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안 위원장 출마에 하나 같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우선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인물난을 겪어왔던 한국당에선 자당 표심까지 노리고 있는 안 위원장에 대해 분명하게 경계하는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인지 안 위원장 출마 선언 하루 전인 지난 3일까지도 한국당에선 바른미래당에 야권 연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는데, 정진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합쳐서 30%가 되지 않는 지지율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모두 후보를 내는 것은 자멸을 초래할 뿐”이라며 “야권 선거연대를 위한 논의의 장을 열자”고 적극 손을 내밀기도 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바른미래당이 선거연대를 고사한 채 자체 선거준비에 나서자 한국당 역시 일전을 각오하겠다는 듯 홍문표 사무총장이 4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나와 “우리가 많은 경륜과 경험을 가진 후보를 선택해 서울시장 후보로 내놓을 때에는 당선을 보고 내놓는 것이지 중도하차한다든지 단일화를 한다든지 그렇게 해서 제1야당으로서 후보를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중도 포기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뿐 아니라 홍 총장은 안 위원장이 보수 표심을 흡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안 후보를 저희들 입장에선 보수라 보지 않고 중도적인 입장이라 본다. 어떤 선거든 까고 보면 중도표는 없다”고 꼬집은 데 이어 “(바른미래당) 30석에서 80%가 호남분들 아니냐. 누가 보든 보수라고 보겠나”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그는 대구에 있던 김 전 지사가 왜 서울에 출마하느냐는 데 대해서도 “서울시장은 많은 경륜과 경험이 없으면 하기가 어려운 자리”라며 “(김 전 지사) 이분이 국회의원 세 번하고 또 바로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에서 도지사를 두 번씩 하시고, 많은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분”이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앞서 서울시장 후보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들이 모두 거부한 끝에 내놓은 후보이다 보니 홍 총장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안 위원장 등판이 몰고 온 여파가 장차 선거판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 것인지 그 결과에 벌써부터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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