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러분께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70주년 제주 4·3 추념식이 거행되는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제70주년 제주 4·3 추념식이 거행되는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선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후 12년 만에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모사를 통해 이 같이 밝히며 “저는 오늘 여러분께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다”며 “비극은 길었고,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아픔은 깊었지만 유채꽃처럼 만발하게 제주의 봄은 피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70년 전 이곳 제주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희생당했다”며 “이념이란 것을 알지 못해도 도둑 없고, 거지 없고, 대문도 없이 함께 행복할 수 있었던 죄 없는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을 당했다”고 했다.

이어 “1947년부터 1954년까지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1, 3만 명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념이 그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은 학살터에만 있지 않았고 한꺼번에 가족을 잃고도 ‘폭도의 가족’이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숨죽이며 살아야 했으며 고통은 연좌제로 대물림되기도 했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하며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으며 이를 위해 유해 발굴 사업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계속해나가겠다”며 “유족들과 생존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고도 했다.

더불어 문 대통령은 “아직도 대한민국엔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넘쳐난다”며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하고 불행한 역사를 직시하는 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만 필요한 일이 아니며 우리 스스로도 4.3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말미에 “이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가 돼 공정한 보수와 공정한 진보가 ‘공정’으로 평가받는 시대여야 하며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면, 보수든 진보든, 어떤 깃발이든 국민을 위한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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