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김상조 재벌개혁…삼성전자 지분엔 고객돈 '4조'
삼성그룹의 총수지배력 약화로 계열사 독립 경영해야
재벌개혁의 ‘선봉’이 삼성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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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이건희·이재용 등 삼성그룹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삼성계열사간 지분고리 개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삼성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끌어온 무리한 이재용 승계 작업으로 계열사 경영에 걸림돌로 추정 돼 왔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에 연루돼 구속,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법조계까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실제 삼성계열사도 이재용 승계와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지난 정부 국정농단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 문제와 삼성생명과 연관시키지 말아 달라”고 몇 차례 강조했다. 이슈에 엮여 골치만 썩는다는 얘기다.

◆ 김기식·김상조 재벌개혁…삼성전자 지분엔 고객돈 '4조'

이중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리가 당장 핵심 이슈다. 총수일가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리는 삼성그룹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금융업계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내, 시가기준으로 소유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공기관인 국민연금도 같은 적용을 받는다. 유독 삼성 금융 그룹인 삼성생명에는 다른 법이 붙어있다. 보험사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취득원가(5690억원)로는 계열사 주식 보유율이 3%가 넘지 않지만, 시가로 적용하면 공정가액이 26조 5000억원 규모로 뛴다. 즉 삼성전자지분 3%가 6조원이므로, 금융당국의 해석에 따라 개정안이 발의ㆍ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약 20조원 이상을 처분해야 한다.

여기에 삼성전자를 사들인 유배당 계약자들의 권리도 포함됐다는 점이 삼성이 꺼리는 부분이다. 과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배당 계약자의 보험료 덕이었다. 당시 판매 상품이 모두 유배당상품만 팔았다. 지분 매각을 하게되면 삼성생명은 유배당 고객들에게 약 4조원 가량의 배당금을 돌려줘야 한다. 금리인상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유배당고객들에게 돌아가는 액수는 적어지기 때문에 과거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소장을 역임했던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생명에 빠른 지분 처분을 요구한 바 있다.

◆ 삼성그룹의 총수지배력 약화로 계열사 독립 경영해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박용진 정무위 국회의원 @ 각 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박용진 정무위 국회의원 @ 각 처

삼성그룹 총수일가는 삼성전자 주식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전부터 삼성미래전략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쥐꼬리만 한 지분의 영향력을 키우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등 국민연금 등 국민의 세금, 개미들을 속여 승계 작업을 했다는 의혹 내지는 비판도 쏟아졌다. 삼성그룹은 국정농단과 관련해 국민연금 등의 동의 없이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있을 수 없었으며, 이 제일모직은 이 부회장이 전환사채를 인수해 전환 후 최대주주로 올라선 에버랜드와의 합병하며 기업공개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마저 간접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됐다. 만약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고리가 끊기면 생명에는 삼성물산(4.27%)과 이건희 회장 20.76% 지분이 남는다. 추가로 이건희 회장의 금융사의 최대주주 적격 여부가 논란으로 남아, 총수일가의 금융계열사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은 희석될 전망이다.

◆ 재벌개혁의 ‘선봉’이 삼성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문재인 정부는 전 정부의 정경유착이라는 과오를 지우기 위해 각 정부부처에 과거 현장에서 재벌문제에 부딪쳤던 활동가들을 모았다.  2일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했다. 김 원장은 19대 정무위 국회의원으로 이른바 ‘재벌 저격수’다. 김 원장을 비롯해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재벌 지배구조와 승계문제와 관련해서는 삼성을 임기 초기부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재벌 적폐의 중심이 삼성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등 여당을 중심으로 전 정권에서 통과되지 못했던 삼성생명 등 관련 법안을 재차 준비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삼성 이건희 차명계좌 과세와 비자금 규명 등 체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 지배구조와 이재용 부회장 승계는 지난 국정감사 때부터 ‘재벌적폐’의 해소에 앞선 선결과제였다. 박용진 정무직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보험업감독규정은 이건희 차명계좌 건과 함께 총수일가가 누리고 있는 삼성맞춤형 쌍끝이 황제특혜”라며 “이 규정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 경실련 출신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 실장은 “배당상품의 계약자에 대한 배당문제도 삼성생명 상장 때부터 제기됐다”며 “조단위 차이가 있어 당장 해소하면 시장의 충격이 크니, 국회에서 법률 개정을 추진해 적절한 방안을 마련해 주면 해결해주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박 위원은 “금융당국의 직권이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같은 장 정책실장의 발언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힘을 받을 전망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때부터 삼성의 지배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입장이 명확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후 공정거래법 상 금산분리 강화를 강조하면서 “은행을 논외로 치면 사실상 비은행권 금산분리 규제가 필요한 유일한 대기업은 삼성 하나뿐”이라며 “(규제에 앞서) 삼성그룹 스스로가 해법을 고민해서 찾도록 한다”고 강도 높은 규제를 한차례 유보한 바 있다.

한편, 김기식 금감원장은 취임 전인 지난 2017년 2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삼성 지배구조에 대한 생각을 피력한 바 있다. "북한을 이해하려면 삼성을, 삼성을 이해하려면 북한을 보면 된다. 둘의 모습이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이다. 3세 세습도 똑같다. 삼성도 일종의 왕가인 셈. 유일한 왕세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지배권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 일인의 경영 승계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해다. 전 두 정권에서 삼성이 낳은 병폐들이 모두 지배구조와 연관이 있다는 해석으로 '이재용 1인 세습'을 위해 그룹 계열사, 주주들, 보험계약자, 국민연금까지 동원된 정황이 이를 방증한다. 

2일 취임하는 김 원장은 주말동안 서울 금감원 연수원에서 현안 보고를 받았고, 자신이 갖고 있던 아이디어 등을 각 부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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