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한 D-1 5대그룹 중 소유·지배구조 개선 삼성만 아직
수십조 달하는 자금 마련 지배구조 개편에 시간 더 필요

현대차그룹이 4조5000억원을 들여 현대모비스를 인적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제 5대그룹 중 남은 삼성만 남게 됐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현대차그룹이 4조5000억원을 들여 현대모비스를 인적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제 5대그룹 중 남은 삼성만 남게 됐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이제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달 30일까지 순환출자 개선을 요구한 시한을 하루 남겨둔 가운데 하루 전 현대차그룹이 4조5000억원을 들여 현대모비스를 인적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제 5대그룹 중 남은 삼성만 남게 됐다.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공정위가 밝힌 시한대로라면 내일(30일)이에 대한 개선안을 내놓아야 하지만 현 삼성 사정을 놓고 보면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여 삼성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재계 5대 그룹인 LG, SK, 롯데에 이어 현대차가 순환출자 개선 시한 마감 하루를 앞두고 소유·지배구조 개편을 내놓으면서 이제 시장은 삼성을 바라보고 있다.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해결해야할 현안은 간단하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자산매각, 사업재편 등을 통해 계열사 간 지분 구조를 단순화해야한다. 또 공정위 순환출자 규제에 따른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도 정리해야 한다.

◆삼성생명·화재, 삼성전자 지분 정리 문제는 ‘자금’

지배구조 정리를 위해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8.27%, 삼성화재는 1.45%를 각각 보유 중이다.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를 보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의 형태로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거느리고 있는 형태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지분 17.08%)의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3대주주로 4.65% 지분을, 삼성생명의 2대주주로 19.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주식은 10%로 제한된다. 올해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각하면 지분율이 높아져 양사가 보유한 지분 10%를 넘을 것을 보여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100%자사주 소각을 마치면 금융계열사 중 삼성전자 지분율은 삼성생명 7.61%→8.77%, 삼성화재 1.33%→1.53%로 늘어나고 합산, 현 8.94%에서 10.3%로 증가하게 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최근 삼성전자 지분 10% 초과분을 올해 안에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금융당국에 전달한 만큼 삼성물산 등이 일부 인수해야 한다.

김준섭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상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을 일부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29일 종가 기준(245만2000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14조원이다. 삼성전자 상장주식수는 1억2,838만6,494주로 예를 들어 초과한 0.1%만 잡아도 12만8386주에 해당하며, 규모만 3148억원에 달한다. 초과 지분 0.3%를 매입하는데 약 9300억원이 소요된다. 문제는 삼성전자 주식이 고가여서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경우 물량을 받을 대상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삼성물산이 서초사옥을 삼성 계열사가 아닌 제3자에게 매각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매각대금만 최소 6000억원 이상을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입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에 쓰일 것이란 얘기지만 0.2% 늘어나는 데 그쳐 지배력 강화에 한계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물산의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12월말 기준 2조9931억원으로, 이 자산을 모두 투입한다 해도 지분 1.2%를 추가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외에도 삼성물산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 20% 가치는 1조3000억원~1조6000억원으로 주요 자산을 매각해 현금성 자산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사들여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선택하기 쉽지 않은 방안이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사들여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선택하기 쉽지 않은 방안이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삼성SDI, 삼성물산 지분 404만주 처리 관건

삼성SDI가 5개월 이내에 삼성물산 지분 404만주(2.1%)도 처분해야 한다. 29일 종가 기준(13만7000원) 5534억원에 이른다. 공정위는 유예기간 종료 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 시정명령과 과징금, 형사처벌 등 제제조치에 들어간다. 삼성SDI 관계자는 “해석지침의 적법성 여부와 무관하게 유예기간 내 해소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꺼번에 5534억원 물량이 나올 경우 주가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주가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다른 계열사가 지분을 매입할 경우 또 다른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할 수 있어 곤란한 상황이다. 또 기관 투자자나 일반 투자자에 넘기면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사들여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선택하기 쉽지 않은 방안이다. 상장사 주식을 자사주로 매입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사야하는데 상법상 주주평등 원칙에 따라 상장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공개된 시장에서 매입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삼성SDI 보유지분을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기관을 대상으로 한 블록딜을 추진하거나 백기사 역할을 해온 KCC가 매입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삼성SDI가 주식을 처분하면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는 7개에서 4개로 줄어든다.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팔게 된 데 대해 최치훈 대표는 “부정적 영향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지분 매각 주체가 아니기에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 “주주 가치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