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긍정적 신호” 호평…野 “회담 결과 예측 어려워져” 우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위해 베이징에서 만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위해 베이징에서 만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같은 전격적 행보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물론 향후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정치권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이번 방중 행보는 비핵화를 공언하며 미국과 대화 테이블에서 마주할 뜻을 밝혔던 김 위원장이 최근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대화 전부터 초강경파인 존 볼턴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 진용을 오히려 매파들로 재편하는 점을 의식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이는데,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속속 성사된 가운데 자칫 ‘차이나 패싱’을 우려한 중국에서도 그동안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내심 바랐던 만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의 만남 역시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움직임에 당장 정치권에서도 저마다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는데,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워온 문재인 정부가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김정은, 남북·북미 대화 전 중국 방문한 이유는?

중국 관영매체 CCTV는 28일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초청으로 처음 베이징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졌다면서 김 위원장이 “김일성 및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라고 역설하는 한편 “중국 동지들과 자주 만나 우의를 더욱 두터이 하고 전략적 의사소통, 전략 전술적 협동을 강화하여 조중 두 나라의 단결과 협력을 굳건히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간 냉랭했던 북중 관계가 적극 개선되는 신호로 보이는데, 시 주석 역시 김 위원장의 북한 방문 초청을 흔쾌히 수락한 것은 물론 “최근 한반도 정세에서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과 북한의 당과 정부 노력의 결실”이라며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이렇듯 갑작스레 조성된 북중 간 밀월 관계는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압박을 가하고 있는 미국과의 협상이 설령 결렬됐을 때에도 미 측의 무력 대응을 막을 안전판을 마련하고 정세전환의 주도권까지 쥐려는 김 위원장의 의지와 그동안 대만·남중국해 문제는 물론 무역문제로도 최근 충돌 중인 미국을 흔들겠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사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주도해 마련한 남북·북미 간 대화의 장에 이제 전통적 후견을 자처해온 중국이란 새 변수마저 등장했다는 점에서 한층 결과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 야권, 북중 밀착 기류에 대체로 우려 입장 내놔

그래선지 정치권에선 이번 방중이 향후 회담에 미칠 영향을 놓고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의 방중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핵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운전면허도 없는 문재인 정권이 어설픈 운전으로 운전대는 김정은에게 넘겨주고 뒷좌석에 앉아 핵무기 쇼를 구경만 하면서 자신들이 운전하고 있다고 강변하는 모습”이라며 “한미동맹을 이완시키고 중국을 국제 제재에서 이탈하게 한 문 정권의 남북 위장 평화쇼는 1938년 9월 뮌헨 회담을 연상시킨다”고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또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시간을 좀 더 벌어보자는 (북한의) 철저한 계산이 깔려있다. 이미 혼란에 빠진 대북압박 국제 공조 체제를 한 번 더 흔들어 중국의 지원을 확보해 북한이 처한 경제위기의 숨통을 트이게 하겠다는 전략”이라며 “문 정권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임하는 강경한 입장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비단 한국당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 역시 유승민 공동대표가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중국이 만약 제재와 압박의 수위를 낮춰버리면 비핵화 목표는 멀어지고 북한도 핵미사일 완성 시간을 벌게 되며 미북 갈등은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이런 움직임이 우리 안보 목표인 전쟁 방지, 완전한 비핵화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결정적 고비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 대표는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중국을 움직여 대북 제재와 압박을 낮추려는 의도”라며 “중국을 접촉해 진상을 파악하고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전략 수립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우리 정부에 촉구했다.

같은 당 박주선 공동대표 역시 “현재 미중 간 무역 마찰, 대만·티베트 문제 등 긴장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북 제재의 효과는 중국이 그 키를 잡고 있다. 중국이 사실상 양 정상회담에 대한 후견인 내지 조종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면 이 정상회담의 방향과 결과에 대한 예측이 지극히 어려워진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정부에선 정상회담에 대해 장밋빛 예측과 성과를 미리 홍보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대단히 잘못됐다”며 “정상회담이 상당히 미묘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고 관측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바른미래당은 신용현 수석대변인 논평으로 “지금 미중간의 무역분쟁 격화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제 공조에 영향을 주거나 비핵화를 위한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과 합의한 바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비핵화의 실질적 행동과 변화를 보일 때까지 중국 정부가 국제공조를 굳건히 지킬 것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심지어 민주평화당의 조배숙 대표조차 28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북한과 중국의 밀착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주변국 움직임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모든 외교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정부에 당부했다.

◆ 정부여당과 野 일각선 긍정적 시각 드러내 대조적

다만 같은 당 소속인 박지원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을 놓고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나라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저는 궁극적인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본다”며 지도부와 시각차를 내비쳤고, 정동영 의원까지 김 위원장의 북중관계 개선 분위기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에도 도움이 되고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빅딜을 시도하는 데도 도움 되는 긍정적 신호”라면서 호평하고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정 의원은 “북한이 지난 7년 동안 동굴 속에서 웅크리고 있었다면 이제 광장으로 나올 채비, 본인들이 얘기한 대로 ‘체제안전보장이 된다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 핵을 포기하고 정상국가의 길을 걷기로 결단했다면 그 모든 수순이 이해가 되는 것”이라며 “그만큼 간절하게 이제 고립과 소외에서 벗어나서 바깥으로 나오고 싶다는 이런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우원식 원내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 입장에서도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의 궁극적 목표인 남북 간 영속적 평화체제 구축이란 전제 조건이 흔들릴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사실상 환영 의사를 표했다.

여기에 발맞춰 정부에서도 같은 날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는 김 위원장이 25~28일 방중해 중국 지도자들과 회담한 것을 환영한다”며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에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공식적으로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회담에 변수가 될 수도 있는 북중 밀착 움직임을 정부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엔 청와대까지 나서서 분명히 선을 그었는데,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김 위원장) 방중 사실을 발표한다는 것을 사전에 통보받았다는 것과 더불어 ‘방중에 관련해 사전에 통보받았다’까지가 팩트”라고 말했고, 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김 위원장의 방중 자체는 특별열차가 출발할 때부터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면서 논란을 일축했다.

이렇게 정부여당과 야권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어느 쪽의 전망이 적중할 것인지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일단 양제츠 중국공산당 정치국위원이 오는 29일 방한해 북중정상회담 결과를 우리 정부에 설명할 계획인데다 같은 날 판문점 통일각에서 남북 간 고위급 회담도 열리게 돼 이를 통해 어느 정도 향후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