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바빠진 정치권…일각선 벌써 공천 잡음도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진행된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1차 회의에서 정성호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진행된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1차 회의에서 정성호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정치권을 휩쓸었던 미투 파문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지방선거가 이제 8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를 위한 여야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일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미투 논란에 휩싸인 인사들과 과감히 선을 긋고 다시 선거 준비에 들어갔다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인물난에 고심하는 가운데 일부 광역단체 지역에 대한 단수 공천 결과를 놓고 내부 반발까지 일어나면서 문자 그대로 설상가상인 실정이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뒤늦게나마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선거 준비에 들어가는 모양새인데, 아직 영입 후보군이 단 한 명도 공표되지 않은 단계다 보니 현재로선 귀추가 주목되는 수준이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공동교섭단체 구성이 마무리되어가고 있지만 최근 거대 양당 주도로 이뤄진 ‘4인 선거구’ 축소로 인해 당선 가능성이 낮아지게 되면서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 민주당, 공관위·전략공천위 구성하며 지방선거 모드로 급전환

미투 운동 여파로 내상을 입었던 민주당이 최근 복당을 신청한 정봉주 전 의원에게 만장일치로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까지 논란 당사자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한편 이제 시기가 시기이니 만큼 지방선거 체제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성호 의원을 위원장, 김경협 의원을 부위원장으로 한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를 구성하고, 김민기 간사위원과 한정애, 박경미, 이재정 의원 등 원내 위원은 물론 김유은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최아진 연세대 정치외교학교 교수, 강수정 변호사 등 외부위원까지 총원 9명이 빠짐없이 모여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첫 회의를 가졌다.

여기서 정 위원장은 공천 원칙을 ‘공정, 공평, 공개’ 3가지 기준이라고 세운 뒤 “다소 출발이 늦은 만큼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며 내달 20일까지 공천을 마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 향후 공직후보자 접수 및 면접 등의 공모절차 일정과 지역별 단수공천 여부, 경선 방식과 일정 등을 결정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공천관리위 뿐 아니라 전날 민주당 최고위는 전략공천위원장에 심재권 의원을 필두로 간사에는 김영진 전략기획위원장을 임명했으며 당내 인사로는 윤후덕 의원, 이수진 중앙당 공동노동위원장이 꼽혔고, 정상호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이근형 윈지컨설팅 대표, 정한범 국방대 정치학과 교수 등이 외부위원으로 선임돼 선거 준비에 본격 돌입했는데, 후보군 역시 먼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속속 윤곽을 드러내며 다른 당보다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우선 서울시장은 경선은 박원순 현 시장과 박영선, 우상호 의원의 3파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경기지사 역시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전해철 의원, 양기대 광명시장 등 마찬가지로 3자 구도가 될 것이라 관측되고 있다.

또 인천지역에서도 19일 김교흥 전 국회사무총장이 출마선언을 하면서 박남춘 의원과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 등 3파전 구도로 흐르고 있는데, 오는 22일부터 중앙당에서 3일간 공천 서류를 접수할 예정이다 보니 아직 확실치 않은 나머지 지역에서도 속속 출마 후보가 분명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 영입 인사 이탈에 김빠진 한국당, 공천 문제로 잡음까지

이런 가운데 한국당에선 사실상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듯 보였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마저 전략공천까지 시사한 홍준표 대표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불출마 입장을 전하면서 또 다시 인물난 문제에 발목이 잡힌 분위기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기류를 의식했는지 홍 대표는 20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6·13지방선거 중앙-시도당 맑은공천 연석회의에서 “오늘 언론에도 일부 나왔는데, 한국당이 인물 기근이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선거를 할 만한 핵심적 인물 한두 사람씩만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경쟁정당인 민주당까지 겨냥 “더불어민주당은 (후보) 풍년인가. 깜냥도 안 되는 사람들이 나와 설친다고 인물 풍년인가”라며 “어중이떠중이 모아 인물군이라고 한들 국민에게는 감흥이 없다. 전부 미투운동 걸려서 집에 가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장제원 수석대변인마저 전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처장 외에도 유력 후보를 복수로 접촉하고 있어서 조만간 발표할 일이 있을 것”이라며 “다른 분이 가시화되면 말하겠다.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는 등 ‘인물난을 겪는 게 아니라는’ 인상을 주고자 모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래선지 한국당은 17곳의 광역단체 중 먼저 부산, 인천, 울산, 충북, 제주 등 5곳에 대해선 지난 16일 비공개 최고위를 통해 단수추천지역으로 결정하고 서병수 현 부산시장, 유정복 현 인천시장, 김기현 현 울산시장, 박경국 전 안전행정부 제1차관, 김방훈 제주도당위원장을 후보로 선정해 의결했으며 19일에는 공관위가 비공개 회의를 통해 경기지사 후보엔 남경필 현 경기지사, 대전시장 후보엔 박성효 전 의원, 강원지사 후보엔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1차관을 공천하기로 내정하는 등 속속 후보 선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천 결과에 불복한 인사들이 일부 탈당까지 불사하며 당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는 건데, 부산시장 출마를 준비해온 이종혁 전 최고위원은 19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때면 오만한 공천을 하는 정당에 이제는 아웃을 선언할 때”라며 한국당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 당의 단수추천 방침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탈당 소식을 접한 홍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측근도 깜이 돼야 선거에 내보낸다. 깜도 안 되는 사람을 무리하게 공천한다면 사천”이라고 반박한 데 이어 같은 날 열린 지방선거 중앙-시도당 맑은 공천 연석회의 자리에서도 “이종혁은 부산의 조원진”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홍 대표는 “왜 무소속 출마가 계속되고 있나. 조속한 공천만이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하는) 사람의 힘을 빼고 당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며 “늦어도 5월 중순까지는 공천을 완료해야 야당으로서 선거를 해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오히려 한층 후보 선정을 가속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발맞춰 장 대변인도 19일 이 전 최고위원의 무소속 출마에 개의치 않는다는 듯 “한 지역 경선에서도 떨어진 상황인데 부산 시민들에게 납득이 안 될 것이고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공천 기조에 흔들림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천 결과에 반발하는 후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자칫 보수 표심 분열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논란이 일었던 5곳의 단수공천 발표 이후 20일엔 경기지사, 대전시장, 강원지사에 대한 공천 결과가 흘러나오자 당장 이 지역 예비후보들이 홍 대표를 성토하고 나섰는데, 경기지사 후보에 도전했던 김용남 예비후보는 남경필 현 지사로 전략공천 됐단 소식에 “깜도 안 되는 당 대표”라며 “2선으로 물러나 백의종군하라”고 홍 대표를 압박했고, 대전시장에 출마했던 박태우, 육동일 예비후보 역시 박성효 전 시장을 공천하기로 한 당을 향해 “대전시장 후보 공천이 어떤 절차와 방법에 의해 결정됐는지 공개하라”고 거세게 따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바른미래당, 평화당 등 ‘4인 선거구’ 축소 상황에 격앙

한편 바른미래당에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인 20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1주일에 최소한 두세 번 정도 인재영입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아직 단 한 명도 마땅한 후보를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예상외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안 위원장은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와 관련해선 “제가 결심이 섰다면 우선 서울시민께 보고드릴 테지만 이제 막 맡은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결과를 내는 것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는데, 그러면서도 지난 2011년 자신이 박원순 현 시장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후보에서 물러났던 ‘양보론’과 관련해선 “결심한다고 해도 무슨 (박 시장으로부터) 양보를 받아서 뭘 해보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기초광역의원 선거구획정 규탄대회에서 참석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기초광역의원 선거구획정 규탄대회에서 참석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과 별개로 지방선거일이 다가오기 전부터 중소정당으로서의 한계를 분명히 느낄 만한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데, 민주당과 한국당 등 거대 양당들이 중소정당도 당선될 여지가 있는 4인 선거구보다는 2인 선거구안을 고수하며 곳곳에서 4인 선거구안이 좌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경북에선 3인 선거구가 6곳이나 줄어든 반면 거대 양당이 분점하기 용이한 2인 선거구는 9곳이나 늘어났고, 경기도의회에선 고작 2개뿐이던 4인 선거구마저 끝내 쪼갰으며 대구 역시 4인 선거구 6개를 12개의 2인 선거구로 쪼갠 것은 물론 심지어 서울시의회에서도 서울지역 기초의원 선거에 4인 선거구는 한 곳도 없게 만든 결과가 나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군소정당 입장에선 선거에 들어가기 전부터 불리한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이날 바른미래당 소속의 서울시의원들은 일찌감치 이날 서울시의회 의장석까지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으며 민주평화당에선 소속 국회의원들까지 국회 로텐더홀 앞에 모두 모여 ‘기초광역의원 선거구획정 규탄대회’를 개최하고 거대 1, 2당의 횡포를 규탄한다고 역설했지만 결국 서울시의회에서도 4인 선거구안은 사라지면서 이들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후보 발굴에도 바쁜 판국에 이처럼 4인 선거구까지 대부분 없어지게 되면서 당선은 이전보다 한층 어려워짐에 따라 더더욱 후보를 찾기 어려운 ‘역설적’ 현상이 일어날까봐 중소야당들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전긍긍 애가 타고 있는데,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떤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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