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투운동 확산에 정치권 ‘흔들’…충격파 어디까지?
[기획] 미투운동 확산에 정치권 ‘흔들’…충격파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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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성폭력 처벌법’ 경쟁적으로 발의…지방선거 공천기준도 강화
한국여성단체협의회 3.8 세계여성의날 기념행사 '하나의 함성'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 등 주요정당 지도부가 참석해 미투운동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국여성단체협의회 3.8 세계여성의날 기념행사 '하나의 함성'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 등 주요정당 지도부가 참석해 미투운동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촉발된 미투운동이 문화예술계로 옮겨 붙더니 급기야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돼 그 충격파가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무엇보다 미투 폭로로 도마에 오른 안 전 검사장에 대한 영장청구조차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이를 상회하는 제2, 제3의 대형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줄줄이 터지면서 정치권까지 패닉에 빠진 분위기다.

특히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김지은 비서의 성폭행 폭로 사건은 그동안 지지율 순항 중이던 여당까지 발칵 뒤집어 놓으면서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불거진 예상외의 사태에 너도 나도 황급히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각에선 미투운동마저 저마다의 ‘진영논리’에 따라 해석하면서 성폭력 문제를 정치 사안으로 비화시키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정국은 미투운동의 후폭풍 때문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혼돈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 안희정 사건 일파만파…與, 몸 낮추며 발 빠른 대응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그동안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난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기로 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자신의 싱크탱크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소속 한 연구원이 1년여에 걸쳐 수차례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회견 하루 전날 밤 폭로함에 따라 이날 오후 예정됐던 회견을 급거 취소했다.

대신 안 전 지사는 기자회견 취소 결정과 관련해 “국민과 도민께 사죄하려고 했지만 모든 분들이 신속한 검찰 수사를 원하고 있어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는 것이 우선적 의무라 판단했다”며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 달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문자만 보낸 채 다시금 잠적했다.

앞서 대북 특사단이 발표한 예상외의 방북 성과와 청와대에서의 5당 대표 안보 회담으로 잠시 외교안보 이슈에 집중되는 듯했던 정국 상황 역시 안 전 지사 관련 성폭력 피해자가 추가 등장하고 안 전 지사의 기자회견은 아예 취소되면서 또 다시 들끓어 오르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복당을 신청하고 정계 복귀를 서두르던 정봉주 전 의원까지 지난 2011년 자신을 지지하는 여대생을 강제 추행했다는 의혹이 전날 한 매체를 통해 보도되자 당일 예정됐던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돌연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혀 이제 여론의 의심어린 시선은 정치권 전체로 향해가고 있다.

그래선지 각 정당은 발 빠르게 이번 사태에 대응하고 있는데, 안 전 지사 파문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민주당에선 우선 추미애 대표가 직접 나서서 거듭 사과하며 7일 안 전 지사를 바로 제명시킨 것은 물론 성폭행 피해자를 도리어 비난하는 듯한 표현을 해 구설에 오른 당내 부산시의원 출마예정자나 전북도당 간부에 대해서도 즉각적으로 제명·해임 등의 중징계를 내리는 등 사태 수습에 총력을 쏟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사회적 약자나 여성인권에 관련된 민감한 사안임을 의식한 듯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 대표부터 “우리 당은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당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진실을 덮거나 외면하는 정무적 판단을 일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여기에 유승희, 진선미 등 여당 소속 여성의원들도 관련법을 앞 다투어 대표 발의하며 피해자 중심으로 성폭력 범죄를 다루겠다는 뜻을 보다 강조해 과거 ‘제 식구 감싸기’식의 구태의연한 정치권 모습과는 분명히 선을 긋는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여당이 앞장선 가운데 정부 역시 지난달 2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미투운동 지지 의사를 표하며 ‘적극 수사에 나서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받들어 기관마다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는데, 검찰은 김지은 전 정무비서가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해 폐쇄회로TV를 확보하고 압수물 분석에 들어갔으며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정부 내 12개 관계부처도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내놓고 이전보다 권력형 성폭력 범죄 처벌수위를 대폭 높였다고 발표했다.

◆ 한국당, ‘미투’ 정치쟁점화 논란 자초해 지지율 하락

하지만 이 같은 정부여당의 신속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일단 정당 지지율 하락만은 피할 수 없었는데, TBS 의뢰를 받아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유권자 1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3월 1주차 정당 지지율 집계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주보다 2.4%포인트 하락하며 2주 만에 상승세가 꺾인 반면 바른미래당이나 정의당 등 일부 야당은 지지율이 상승해 ‘반사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 6일 오후 홍준표 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해 오는 6·13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여성 예비 후보들을 격려하는 가운데 발언 도중 미투운동이 더 활성화돼 좌파가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고 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자유한국당
지난 6일 오후 홍준표 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해 오는 6·13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여성 예비 후보들을 격려하는 가운데 발언 도중 미투운동이 더 활성화돼 좌파가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고 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자유한국당

다만 지난 6일 “더 가열차게 미투운동을 해 좌파가 더 많이 걸렸으면 한다”며 당 대표까지 나서서 반사이익을 노렸던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1.1% 포인트 하락한 18.6%에 머물러 미투운동이 정치 쟁점으로 비화되길 바라지 않는 세간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줬다.

실제로 이번에 지지율이 상승한 바른미래당이나 정의당의 경우 한국당과 달리 미투운동을 정치적으로 보려는 데 대해 비판적 발언을 내놓은 바 있는데,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2일 “이 문제는 여야, 진보·보수, 지역 문제를 떠나 피해자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과정으로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고, 당시 취임인사차 이 대표를 예방했던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도 “어느 진영 가릴 거 없이 적극 나서 시정하고 바로잡아나가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되는 문제”라고 화답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 대표는 안 전 지사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이 6월 지방선거에서 충남엔 무공천해야 한다고 한 한국당 측 주장까지 겨냥해 8일 오전 CP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그런 식의 정치적 공격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비판한 데 이어 같은 날 CBS라디오에 나와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안 전 지사 사건을 기획한 게 아니냐’던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렇다면 피해자가 정치 공작의 도구란 말이냐”고 일침을 가했다.

이미 지난달 24일 진보적 성향의 방송인인 김어준 씨가 미투운동에 대해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라고 발언했던 것만으로도 여당 내에서조차 논란이 일어나며 비판적 여론이 비등했었던 만큼 그런 면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골적으로 반사효과를 기대했던 한국당의 태도는 분명히 역효과를 낳은 것으로 관측된다.

◆ 정치권, 피해자 ‘입법 지원’ 약속은 물론 공천기준서도 ‘성폭력’ 강조

반면 이런 흐름을 포착한 바른미래당에선 이언주 의원이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인 이른바 ‘이윤택 방지법’을 내놓은 것은 물론 8일 BBS라디오에 출연해 “미투운동은 인간의 존엄 그리고 절대권력 관계에서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걸 정치적 진영논리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월 22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미투운동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함께 하겠다는 'with you' 팻말을 들고 있다. ⓒ바른미래당
지난 2월 22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미투운동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함께 하겠다는 'with you' 팻말을 들고 있다. ⓒ바른미래당

또 안 전 지사를 긴급 체포하라고 촉구한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7일 최고중진의원-연석회의에서 아예 “한국당은 미투운동을 일종의 빨갱이 장사로 악용하고 있다”며 한국당의 진영 논리적 대응을 직격한 점도 지지율 상승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류가 형성되면서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날 기념행사엔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등 주요정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모두 자성하는 분위기 속에 진지하게 입법 지원에 나서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또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당 방침에 대해서도 저마다 경쟁하듯 서로 초강경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민주당에선 7일 성범죄 이력이 있거나 연루된 사실이 확인되면 공천 배제는 물론 즉각 출당 및 제명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고, 한국당에서도 5일 지방선거 공천 기준을 발표하면서 여성에겐 이전보다 대폭 개방하는 대신 미투 연루자는 엄격한 잣대로 보고 검증할 계획’이라고 천명했다.

이밖에 바른미래당에선 법원 확정 판결이 아니라 검찰에 미투 관련해 기소만 돼도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언했고, 민주평화당 역시 성범죄 관련자는 철저히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투운동의 여파가 정치권 전반으로 미친 끝에 이젠 지방선거 공천기준에서도 우선사항으로 꼽히고 있어 이번 사태가 당내 윤리적 기준을 다시 바로세우는 정풍운동의 계기로 확실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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