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종목 바뀐 15회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5회 하계아시아경기대회가 지난 15일 폐막했다. 당초 “금메달 70개 이상을 획득해 종합 2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이 출국 직전 정현숙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선수단장이 밝힌 포부. 금메달 58개로 목표치에는 크게 못 미쳤지만, 대회 종반 일본을 가까스로 따돌리며 3개 대회 연속 2위를 지켰다.

이번 대회 특징은 비인기종목의 돌풍과 인기 프로스포츠의 참패로 요약된다. 4대 메이저 스포츠로 불리는 야구·축구·농구·배구 7종목(남녀 포함)에서 한국 대표선수단이 거둔 메달은 고작 금메달과 동메달 하나씩. 남자 축구는 약체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에 5골밖에 넣지 못했고, 심지어 남자 농구는 8강전에서 중국에 완패하면서 메달권에 근접하지도 못했다.

희생번트를 남발하며 사회인야구인으로 구성된 일본 대표선수단에도 7-10으로 진 김재박 감독(현대 유니콘스)의 야구 대표선수단은 ‘도하 참사’ 운운하는 국민적인 분노 속에 입국 게이트까지 바꿔가며 한밤중 공항을 몰래 빠져나왔다. 주축선수들과 불화를 일으킨 남자 농구의 최부영 감독(경희대)은 ‘정신상태가 썩었다’며 말까지 뱉었지만 그 말에 동조하는 사람은 있어도 지도자의 막말을 꾸짖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회 마지막 날 신·구 조화 속에 금메달을 딴 남자 배구만이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비인기종목은 ‘스타 탄생’

스타 탄생은 비인기 기록종목에서 나왔다. 박태환(경기고)은 3일 남자 자유형 200미터에서 아시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뒤, 무려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 아시아신기록 2개, 한국신기록 1개의 대기록 작성하며 대회 초반 닷새 내내 스포츠팬들을 텔레비전 앞에 묶어뒀다. 준수한 외모로 스타로 자리 잡은 박태환은 대회 MVP도 거머쥐었다.

▲ 장선재(대한지적공사)
수영이 끝나자 사이클이 시작됐다. 장선재(대한지적공사)는 10일 남자 4㎞ 개인추발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이틀마다 4㎞ 단체추발과 50㎞ 매디슨에서 금을 보탰다. 1982년 뉴델리 대회 때 도로단체에서 금메달을 딴 아버지 장윤호 감독과 대를 이은 금메달 가족으로 관심을 끌었다.

박성현(전라북도청)은 여자 양궁 2관왕과 함께,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아시아경기대회 개인전을 휩쓸며 사상 첫 양궁 그랜드슬램을 올렸다. 양궁 강국인 우리나라 선수가 그랜드슬램은 처음이라는 것이 이채롭지만 그 이유가 국내 선수끼리의 경쟁이 너무 치열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원희(한국마사회)는 한국 유도의 건재함을 알렸다. 유도 남자 73㎏급에서 ‘한판승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증명하듯 상대 선수를 차례로 한판승으로 제압하며 금메달을 확보했다. 이원희 역시 이번 금메달로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아시아경기대회를 모두 석권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육상에서는 박재명(태백시청)이 빛났다. 핀란드에서 데려온 에사 우트리아넨 코치의 조련을 받으며 일본의 무라카미 유키후미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건 박재명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의 유용성을 한국 육상이 입증한 사례로 남았다.

야구·축구·농구·배구와 같은 구기종목이지만 비인기종목으로 분류되는 핸드볼도 모처럼 눈길을 끌었다. 남자 핸드볼은 준결승에서 개최국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편파판정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핸드볼 대표선수단은 3, 4위 결정경기를 보이콧하는 것을 한때 검토할 정도로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이란에도 27-31로 지면서 24년 만에 처음으로 노메달에 그쳤고, 이에 앙갚음하듯 여자 핸드볼은 아시아경기대회 5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프로·기초종목 불균형

정 단장은 대회가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3회 연속 종합 2위 목표는 이뤘지만 메달 예상에 있어 방심했던 것 같다”며 “한국 스포츠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에 대한 전환점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프로선수 차출에 대한 논란과 기초종목 육성에 대한 문제는 한국 스포츠계가 해결해야 될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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