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판매 주 고객인 택시업계 텃새에 진출 애먹어
그랩 지분 투자 동남아시장 진출 카 헤일링 등 적극적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카 헤일링, 카셰어링, 카 풀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미래 시장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카 헤일링, 카셰어링, 카 풀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미래 시장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공유경제. 물건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모든 경제 주체에게 이익을 나눠준다는 장밋빛 전망을 안고 출발했지만 특정업계의 반대와 일자리 문제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어 공유경제가 안착하기에는 낙관하기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유경제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자동차업계다. 스마트폰 앱을 기반으로 자동차를 공유하는 카셰어링과 스마트폰을 이용 차량을 호출해 동승하는 라이드헤일링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완성차업계가 렌터카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거나 차량공유 업체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뛰어들고 있다.

◆車업계, 차량공유 서비스 너도나도 진출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공유 시장 규모는 지난해 360억 달러 규모로 2030년엔 2850억 달러로 8배 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 최대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는 2030년에는 카셰어링 시장이 전체 자동차산업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차량공유 확산으로 2030년에는 일반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가 현재보다 최대 연간 400만대 감소하고 차량공유용 판매는 200만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및 일본의 완성차업체들은 이처럼 차량 판매 감소 우려에도 뛰어드는 데는 잠재고객을 확보하는데 그 이유가 있다. 벤츠는 모회사 다임러를 통해 유럽의 차량공유 시장을 이끌고 있다. 다임러는 2008년 독일에서 자회사 '카투고(car2go)'를 설립해 현재 유럽, 미국, 아시아 등 전 세계 26개 도시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BMW는 2011년 '드라이브나우' 자회사로 인기차종인 미니와 BMW 전기차,SUV,세단 등을 앞세워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도요타 역시 공유차량 서비스에 적극적이다. 동남아 지역 최대의 차량 공유 서비스인 그랩(Grab)에 투자금 유치에 참여했다. 앞서 2016년 미국의 차량 공유 스타트업 '겟어라운드'에 투자했으며,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인 우버에도 투자했다.

국내 업체로는 현대차와 SK가 차량공유 서비스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차량 공유경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동남아시아는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으로 평가받으면서 현대차가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1월 동남아시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에 지분투자 등 협업으로 동남아 차량공유 시장 첫 발을 내딛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카 헤일링, 카셰어링, 카 풀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미래 시장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카풀 서비스 스타트업 '럭시(LUXI)'와 공동으로 협업한 모습ⓒ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카풀 서비스 스타트업 '럭시(LUXI)'와 공동으로 협업한 모습ⓒ현대차

◆택시업계 텃새에 주춤하는 현대차

현대차는 국내 및 독일 카셰어링 업체에 수소전기차를 공급한 바 있으며, 미국 카셰어링 업체와 함께 아이오닉EV를 이용한 공동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아이오닉EV를 활용한 카셰어링 서비스를 론칭 했다.

현대차는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을 통해 중소 렌트사들과 손잡고 차량 공유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현재 현대캐피탈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차량을 배달받고, 반납할 수 있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 ‘딜카’를 운영하고 있다. KB증권 강성진 연구원은 “현대차그룹도 2020년까지 V2X (Vehicle to everything)를 상용화하겠다는 등 자율주행차 개발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딜카의 무인화와 자율주행 개발은 결합돼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카셰어링 업체인 그린카에 따르면 2016년부터 작년8월까지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 누적 이용객을 보면 20대 초반(20~25세)이 46.9%, 20대후반(26~29세)26.1%, 30대가 18.5% 순으로 나타났다. 20~30대가 완성차업체의 잠재적 고객이라는 점에서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완성차업체가 차량공유 서비스에 뛰어드는 이유다.

현대차가 해외에서 차량공유 서비스 확장에 나서는데 반해 국내에서는 택시업계 반발이 거세면서 확장에 애를 먹고 있다.

택시업계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우버는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엑스’로 서울에 진출했지만 택시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한국 진출 2년 만에 승차공유 서비스를 포기했다.

승차공유 앱 '콜버스'를 운영하는 콜버스랩도 택시업계 반발에 공유경제 대신 수익을 내는 사업으로 방향을 튼 대표적인 사례다. 승객을 뺏길 것을 우려한 택시업계가 승객을 빼앗기게 되는 상황이 되자 노선이 정해지지 않은 버스 영업은 불법이라며 반발에 나선 것. 택시업계의 텃새가 정작 공유서비스 확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역시 택시업계의 등쌀을 견디지 못했다. 지난달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카풀 업체 2위인 럭시 지분 100%를 인수했다. 현대차는 럭시의 혁신적인 차량공유 비즈니스 모델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작년 8월 50억원을 투자했다. 럭시는 국내 카풀 서비스 선도 스타트업으로, 등록 차량 20만대, 회원 수 78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월~금, 오전 5시~11시, 오후 5시~다음날 오전 2시)대에 운행하려 했지만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에 결국 접었다. 현대차 판매의 주요고객인 택시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헤일링 서비스를 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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