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일괄 인하에 신라·신세계 철수 카드로 압박
공사 대부분 수익 임대료, 협상 테이블 나설 수밖에
면세점 1승1패 신라·신세계, 매장 확보 시 지각 변동

신라와 신세계의 요구대로 임대료 협상이 타결될 경우 롯데면세점의 빈자리는 신라와 신세계의 경쟁을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하반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을 놓고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신라와 신세계의 요구대로 임대료 협상이 타결될 경우 롯데면세점의 빈자리는 신라와 신세계의 경쟁을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하반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을 놓고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신라와 신세계 중 한 곳이 그 빈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임대료 협상과 관련 공사의 일괄 할인율 적용을 두고 불만이 커 ‘철수’ 카드라는 강수로 공사 압박에 나선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신라와 신세계가 철수할 경우 롯데와 함께 공사 전체 수익의 절반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신라와 신세계의 입장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공사는 7월 전까지 사업자 선정 및 영업 준비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이르면 입찰 공고를 이달 안에 진행한다.

◆인천공항 T1 면세점 임대료 협상 ‘기싸움’ 키 쥔 신라·신세계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이 T1의 일부 사업권 반납을 결정하면서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입찰 공고에 나서지만 실제 면세점 업체들이 뛰어들지는 현재로선 장담하기 쉽지 않다. T1의 높은 임대료 탓에 중견 중소 면세업체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상황이고, 결국 신라와 신세계가 뛰어들어야 할 판이지만 임대료 협상 문제로 실제 뛰어들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문제는 공사가 임대료를 낮출 수 있느냐다.

공사는 면세점 운영 사업자에 임대료를 일괄적으로 27.9% 인하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신라와 신세계는 공사의 일괄 인하폭에 반대하며 구역별로 다른 인하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공사는 구역별로 △서편 43.6% △동편 30.1% △탑승동 16.1% 등 다른 인하율을 적용해 합의 하려다 27.9% 일괄 인하율을 적용 사태를 키웠다.

롯데면세점이 빠진 T1 면세점 자리에 신라와 신세계를 제외한 면세업체들이 뛰어들기란 현재로선 어렵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라와 신세계를 제외한 중견 중소 면세업체들이 인천국제공항 T1 면세점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란 어렵다”며 “경영난으로 내실 강화에 주력하고 있어 입찰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공사(공사)에 위약금을 납부하고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철수를 위한 절차를 마치면서 빈자리를 누가 채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사진 / 시사포커스 DB]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공사(공사)에 위약금을 납부하고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철수를 위한 절차를 마치면서 빈자리를 누가 채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사진 / 시사포커스 DB]

면세점 계약서 제3-1조(특약)에 따르면 ‘제2여객 터미널 오픈 이후 제1여객터미널 및 탑승동 면세사업권의 임대료는 여객 처리 비중 등을 고려해 공사가 별도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부과한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 여객 이전 시 급격한 항공수요 변화, 항공사 이전 방식 등 현재 전망과 다른 많은 영업환경 변화가 있거나 임대료 방식을 달리 정할 사유(여객 이전으로 인한 구매력 차이로 발생한 매출증감 등 발생)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공항공사는 사업자와 협의해서 전문 용역 등을 통해 임대료 납부 방식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임대료 산정 방식은 고정적인 임대료를 지급하는 ‘최소보장액 방식’과 매출과 연동되는 ‘영업요율 방식’으로, 면세 사업자들은 공통적으로 ‘영업요율 방식’의 임대료 산정을 선호하고 있다.

◆면세점에 목메는 공사, 흑자 수익 대부분 면세점 임대료

업계서는 공사가 신라와 신세계가 원하는 협상테이블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데 입을 모은다. 최악은 피해야 하는데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무엇보다 공사 수익의 대부분이 면세점 임대료를 거둬들이고 있어 면세업체들이 철수 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공사의 최근 4년간 수익 매출을 보면 임대료수익(상업수익)이 전체 수익의 절반을 넘는다. 임대료 수익 대부분은 면세점에서 거뒀다. 공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수익은 2조 1860억원으로 이 가운데 임대료수익은 1조2177억원(55.7%)이다. 임대료 수익 중 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호텔롯데(4522억원)를 비롯해 신라(2648억원)와 신세계(752억원) 등 면세업체들의 임대료는 무려 8638억원으로 70.9%에 달한다. 특히 2016년 기준 흑자(당기순이익)를 낸 곳은 여객터미널(9750억원)과 화물터미널(35억원)이다. 여객터미널 사업 수익은 임대료가 핵심으로, 인천공항공사가 순이익 9659억원이다. 임대료 수익이 줄어들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공사로선 면세업체들이 철수를 강행할 경우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공사가 신라와 신세계의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임대료 협상 여부가 관건으로 신라와 신세계가 원하는 방향의 임대료 협상이 결론날 경우 입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각사
임대료 협상 여부가 관건으로 신라와 신세계가 원하는 방향의 임대료 협상이 결론날 경우 입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각사

◆이부진 VS 정유경 인천공항 T1 면세점 격돌하나

만약이지만 앞서 제주공항 면세점 주인을 놓고 롯데면세점, 호텔신라, 신세계디에프 등 3곳이 참여했지만 신세계는 고배를 마셨다. 최종 승자는 이부진 사장이 제주공항 면세점을 품에 안았다. 이부진 사장과 정유경 사장은 면세점 시장을 놓고 1승1패 호각세를 펼치고 있다. 이에 이번 인천국제공항 T1 면세점 입찰에 뛰어들 경우 한쪽이 우세에 놓이게 된다.

앞으로 있을 인천국제공항 T1 면세점 입찰에 양사가 뛰어들 경우 누구 품으로 가느냐에 따라 면세업계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이 발표한 지난해 면세점지점별 매출 자료에 따르면 각 기업들의 지점합산 점유율은 롯데 41.9%, 신라(HDC신라50% 포함) 26.8%, 신세계 12.7%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은 6조598억원이다. 이어 신라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3조4490억 원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1조834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롯데의 인천공항점 매출은 1조1209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주류·담배 매장 매출은 2천5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롯데는 주류 담배 품목을 취급하는 3구역은 유지키로 했다. 이에 따라 신라면세점이 가져간다면 롯데와 신라의 매출 격차는 8000억원대로 좁혀진다. 신세계가 승자가 되면 신라와의 격차를 7000억원대로 좁혀진다. 양사가 각각 1위와 2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양보없는 한 판 승부가 펼쳐질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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