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LED TV 빛샘현상 줄자…늘어나는 ‘블랙아웃’
블랙아웃 고장 원인은?…LED 패키지 '발열'
OLED 넘어가는 시기, 과도한 단가절감이 낳은 무리수
LG경제연구원 보고서…LED TV, ‘LG이미지 실추 가능’

@ LG LED TV 피해자모임 카페
@ LG LED TV 피해자모임 카페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LG 보급형 LED TV에서 화면이 꺼져버리는 이른바 ‘블랙아웃’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LG는 지난 여름 빛샘현상만 AS 대상에 추가했을 뿐 블랙아웃에 대해서는 여전히 손을 놓고 있다. 다음 내용은 LG LED TV의 블랙아웃 피해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업계와 학계의 연구 논문 등에 나온 LED 고장 원인 분석자료를 통해 블랙아웃이 LG 측이 방열문제를 검증하지 못한 채 제품을 출시했다는 근본적인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LG가 고가의 OLED TV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LED TV 단가절감에만 급급해 소비자를 '농락' 혹은 수리책임을 전가하는 대기업으로서 전형적인 '모르쇠' 행태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 빛샘현상 줄자…LG LED TV 늘어나는 ‘블랙아웃’

5일 LG LED TV 피해자 모임 네이버카페에 따르면 지난 9월 6일자 본지 기사(LG LED TV, 'LCD 대체 보급용'…‘블랙아웃’은 고장아닌 결함?) 이후 6개월 동안 게시된 소비자 각종 피해글 1000여개 가운데 약 180개가 전부 블랙아웃에 관한 피해였다. (수리가 가능한) 빛샘현상은 10개 안팎에 불과했다.

직하형 LED TV 종류별로 LA계열이 63건, LN계열 51건, LB계열 32건, 이외 26건 등이다. 직하형 LED TV는 확산 렌즈가 LED칩을 감싸고 있는 구조로 상대적으로 LA계열과 LN 계열이 LB계열에 비해 확산렌즈가 작고 바짝 붙어있다. 블랙아웃 발생률은 LAㆍLN계열이 66%로 LB계열(18%)보다 3.5배가 많았다.

반면 지난해 여름 직후인 9월 6일까지 500건 집계시 확산렌즈가 떨어져 생기는 빛샘현상이 90%가량(450건)이었고 블랙아웃은 11%(38건)에 불과했다. 빛샘현상은 LA·LN계열에서 10건 이하로 발생했고, 주로 렌즈가 큰 LB계열에서 발생했다.

카페 관계자는 “작년 9월 빛샘현상 거품이 빠지자 LB계열 위주였던 피해량이 현저히 줄었지만, 블랙아웃 현상은 LAㆍLN계열을 중심으로 직하형 방식(LB계열 포함) LED TV에서 고루 증가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카페가 마치 LG 민원업체라도 된 느낌이었다"며 "앞으로 과거 LG가 대량 판매한 LED TV 물량의 피해사례는 계속 추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LG, 블랙아웃 지금까지 외면…유투브 수리 '간단'

수많은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언론에서도 다뤄지자 LG는 이 빛샘현상에 대해서는 2년 이상 제품도 렌즈를 바꿔주는 AS 정책을 냈다. LG 측은 고장원인에 대해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접착제가 녹았던 이유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LG는 블랙아웃은 수리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시 카페 관리자는 “막 AS기간인 2년이 지난 LED TV에서 블랙아웃 현상이 늘고 있다는 것이 본래 문제가 됐던 부분”이라며 “LG는 소비자보호원과 한 차례 원주지역 한 피해자 집에 방문해 제품을 검사했다고 발표했고, 이후 공인이라도 받은 듯 블랙아웃 수리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화결과 소보원과 LG전자 측은 모두 "블랙아웃은 고장원인이 매우 다양하므로 규명할 수 없고, 따라서 특정 결함이라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 블액아웃은 LG LED TV가 염가로 대량 수출됐기 때문에 '글로벌(?)'하게 널리 퍼져있다. 유튜브(Youtube) 사이트 검색해 보면 외국인 소비자들이 직접 LG LCD TV를 교체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십개의 동영상에 조회수만 합쳐도 수백만건에 달한다. 블랙아웃에 대해서 거의 70%가 백라이트 교체에 대한 수리법 소개영상이며, 20~30%는 메인보드 문제 단선에 따른 부품교체다. 동영상에 나온 90%이상의 수리판 위에는 LG로고가 보인다.

수리과정 역시 LG측 주장과 같이 전혀 복잡하지 않다. 여러개의 동영상을 살펴본 결과, 수리과정은 전압측정기 하나로 수리가 완결됐다. 30개 가량의 LED 칩 중 불이 들어오지 않는 1~2개를 찾아 칩을 교체하거나 메인보드의 경우에는 각 부품(파워서플라이 등 각 트랜지스터)을 정상흐름을 측정해 미달하거나 '0'일 경우 해당 부품만 교환하는 것이 전부다. 한 수리업체 관계자는 "사실 LED칩과 부품 하나하나 점검해 짚어 수리하면 가격을 절감할 수 있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부품 통째로 교환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LG센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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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LG측은 블랙아웃에 대해 백라이트 어레이 바를 교체함으로써 (임시)수리를 대체하고 있다, AS기간 2년 기준으로 2016년 3월 6일 이전 LG LED TV를 구입한 경우 재료값과 서비스비용을 포함한 약 9만1000원을 지불하고 수리를 받아야 한다. 메인보드는 40만원가량이다. 이전 시점까지 LG측 다수의 기사들은 어레이바를 제외한 전체 패널을 교체하면 70만원을 제시하다가 소비자의 항의에 40만원으로 뒤늦게 낮추는 등의 헤프닝도 10~20%(카페 사례 통계)가량 발생했다. 만약 TV가 고액일 경우, LG는 감가상각비를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돌려주는 경우도 몇 있었다. 한 제보자는 "신혼혼수로 180만원에 LA계열 LG TV를 장만했으나 1개월이 지나지 않아 전혀 나오지 없었다"며 "LG측에 환불을 요구했으나 거절했고, 감가상각을 제외한 비용이라며 수십만원을 제시했다"고 토로했다.

또 피해자들 사례를 살펴보면  2014년 이전 구입한 소비자가 많았는데, 이중 블랙아웃이 2,3번까지 반복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숙박업을 하는 한 소비자는 "방마다 놓기 위해 10대를 구입했는데 3년동안 기기별로 두세차례 수리했다(2년은 무상, 1년 유상)"며 "연이어 구매했기때문에 시리얼넘버까지 이어져있다"고 AS에 대한 불만을 호소했다. LED 카페 관계자는 "어레이 바를 교체해 수리를 받았다고 해도, 오래지 않아 문제가 재차 발생할 것"이라며 "여전히 리콜을 주장한다"고 말했다.

◆ 블랙아웃 고장 원인은?…LED 패키지 '발열'

LED TV 블랙아웃 원인은 LED칩의 발열문제로 직결된다. 이미 2011년부터 LED 고장에 대한 분석 논문이 나왔다. 공통적인 원인은 고출력의 LED칩 자체보다 발생하는 열을 감당하는 칩을 둘러싼 패키지의 문제다. 아주대에서 나온 가속실험(빠르게 시간을 진행)한 결과 급격한 열화는 패키지 내의 실리콘 젤의 변색과 패키지의 기포 등과 같은 고장에 의해 발생한다. 즉. 고온과 습도가 관건으로 실리콘 젤의 변색(노랑), 패키지 내 미세기포의 발생이다. 패키지 내 흡습과 팽창 현상이 발생하면서 전자의 이동도를 빠르게 활성화시켜 전기적 고장(단선)을 일으킨다는 것이 유력한 설명이다. 이 과정은 온도가 높을수록 효율이 높아지며, 온도는 직접적으로 LED칩의 광원 수명과 밝기를 감소시킨다. 결과적으로 ‘기포에 의한 크랙’, ‘열화에 따른 패키지 변색’, ‘과전류로 인한 단선’으로 크게 나뉜다. 곧, 콘덴서에 전해져 수명이 급격히 단축되거나, 메인보드까지 이전돼 문제를 야기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사용시간이 지나 문제가 발생한 제품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어레이 교체가 아니라 패널 자체를 교체하는 것이 사실상의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메인보드 고장 역시 LED의 고열로 인해 발생한다. 인쇄회로기판(PCB)에는 저항콘덴서, 파워서플라이, 다이오드 등이 사용되는데. 소자의 접합부(정션) 온도는 부품의 정상적 동작과 신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150도를 넘어서면 고장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즉, 단선과 단락이 발생한다. 학계에서는 전해콘덴서의 수명에 대한 언급이 많다. 전해콘덴서 역시 전하를 충전ㆍ방전시켜 전류를 일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지만, LED를 사용하면 전해콘덴서 내 전해액이 계속 증발하기 때문에 수명이 급속하게 짧아진다. 다시 말해, 콘덴서가 수명이 다해 열이 발생하면서 PCB내 반도체 소자와 알미늄 방열판 등 각각의 소재가 열팽창계수차로 힘(응력)이 발생해 납땜이 떨어지는 '냉납'현상이 발생한다. LED업계에서는 제조업체가 원가 절감을 위해 값싸고 수명이 짧은 전해콘덴서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열화량 기반의 LED 가속수명시험 분석 @아주대학교 논문
열화량 기반의 LED 가속수명시험 분석 @아주대학교 논문

이런 이유로 LG LED보급형 TV가 정식 방열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한 LED발열관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년이 지나지도 않아 (카페내용과 같이) 다수의 결함이 발생했다면, 제조사에서 충분히 실험을 거치지 않은 채 제품을 출시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아직도 고장원인을 모른다니 말이 되나”고 조언했다. 그는 “이 제품 뿐 아니라 LED 방열문제는 여전히 해결중인 업계 내 과제”라며 “2012년 당시 제품을 대량 출시했다는 것은 의혹을 살만하다”고 덧붙였다.

◆ OLED 넘어가는 시기 과도한 단가절감이 낳은 무리수?

2012년 하반기 LG전자가 출시한 LED 직하형 TV는 LED에서 OLED로 넘어가는 전환 시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징검다리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이었다. 이전 LED TV가격이 2000~3000개가 백라이트에 붙어 500만원가까운 고가의 LED TV를 보급형으로 바꾸면서 60~70개로 줄여 LED 위에 확산렌즈를 얹히고, 도광판을 끼워넣어 단가를 대폭 낮출 수 있었다. LED칩도 과거 Mid-power에서 고출력인 High-power로 변경됐다. LG는 이 보급형 TV로 당시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 한 가전마켓싸이트에서 TV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2013년 LG전자 보급형 모델 42인치 LN계열이 1위였고, 2위가 32인치 LB계열, 3위가 50인치 LB계열로 LG LED 직하형 TV가 시장을 휘어잡았다. 4위, 6위를 모두 LG LED TV제품이었고, 5위에 삼성 40인치 TV가 올라있었다. 당시 삼성이 주력으로 했던 도광판 가장자리에 LED를 배열한 엣지형은 직하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장이 적고 TV두께도 얇았지만, 화면 밝기가 직하형이 더 밝았고 무엇보다 가격이 비쌌다.

이성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LG LED 보급형 TV를 염가형, 반값 TV라 전제하고 “TV업체들은 고사양 제품을 내어놓고 일정시간 이익을 향유하다가 High-end 제품을 Low-end으로 확산시키는 Portfolio 전략을 취했다”며 “고사양 신제품을 출시하여 다시 높은 가격을 고객으로부터 받고 기존의 제품은 판가 하락을 반영하여 Low-end 제품군으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 현재까지의 일반적인 Portfolio 전략”이라고 LG의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 사설 수리업체가 말하는 LG 보급형 LED TV

20여 곳의 사설 수리업체에서는 LED TV 직하형 TV수리건은 사실 수년전부터 끊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삼성은 엣지형에 비해 대부분의 수리 대상은 LG전자 직하형 LED TV였다. 취재 결과 LED TV업계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LED TV 수리에 대해 다수의 사설업체 기사들은 첫 번째로 어레이바 교체를 들었고, 그 외 메인보드, 콘덴서 나아가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을 꺼려해 패널 자체를 교체한다고 말했다. 교체 부품에 대해 한 수리기사는 “부품 구매 통로는 LG전자 서비스 측”이라며 “부품이 왜 계속 나오는 지 정확한 경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 LG서비스센터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다는 한 업체사장은 “LG에서 필요한 부품만 아는 사람을 통해 조달하거나, LG에서는 내부적으로 리퍼제품이나 부품은 상당수 재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당장 필요한 경우 중소기업 제품으로 교체하는 경우도 많은데, LG서비스에서 넣어주는 리퍼제품 역시 중국 등지 제품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는 “고가의 LED TV 제품 수리 의뢰는 주로 해외직구인 경우가 태반”이라며 "LG가 해외에서 저렴한 인건비로 관세를 절약하며 생산 판매하는 전략으로 구매자가 가져온 패널 제조국을 보면 중국, 동남아는 물론 들어보지도 못한 곳까지 찍혀있다”며 “LG서비스센터에서 해외직구 수리는 매우 까다로워 사설업체로 모두 돌아온다”고 전했다. 한편 .또 한 수리기사는 “수리량이 이정도면 리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LG전자 관계자는 "블랙아웃 등은 보급형 LED TV의 문제로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현재까지 LG 직하형 LED TV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가속실험을 통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검증절차를 거친다"고 해명했다.

◆ LG경제연구원 보고서…LED TV, ‘LG이미지 실추 가능’

지난 2012년 현재 LG LED TV 소비자의 피해 상황을 예견한 듯한 보고서 내용이 있었다.

한 제보자의 2017년 7월 구입 LED TV. LG는 환불을 거절하고 감가상각비만 제시. 피해자 카페에는 LED 직하형 TV는 작년모델까지 여전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 제보자
한 제보자의 2017년 7월 구입 LED TV. LG는 환불을 거절하고 감가상각비만 제시. 피해자 카페에는 LED 직하형 TV는 작년모델까지 여전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 제보자

이성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등 각 지역에 특화된 염가형 TV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당면할 수 있는 Risk에도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상할 수 있는 Risk의 예로는 기업 브랜드 이미지의 약화를 들 수 있다. 다시말해 염가형 제품군으로 인해서 기존에 고급 제품 브랜드로서의 이미지가 실추될 가능성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에 유의해야 할 점 중 하나는 기업들은 원가절감을 위해서 무조건 제품의 사양을 낮추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 Spec-down은 반드시 지역 고객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고객들이 기존 고가 TV제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들을 잘 고려하여 제품을 만들 필요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제품의 가격은 충분히 낮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할 만한 소구점은 반드시 가지고 가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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