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 앞두고 구조조정에 딜레마 빠진 정부
금융논리 보다 산업측면 강조 ‘구원’되는 성동ㆍSTX조선
금융논리로 접근한 금호타이어 해법 결국 해외 재매각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전북 지역 경제 악영향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외치는 시민단체들과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반대 고공농성 중인 노조[사진 / 시사포커스 DB]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외치는 시민단체들과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반대 고공농성 중인 노조[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경남 지역 경제와 직결된 성동ㆍSTX조선과 광주와 전북에 각각 본사와 생산기지를 두고 호남 지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금호타이어와 한국지엠 회생 여부가 올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일자리 창출을 기치로 내걸은 문재인 정부가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자칫 일자리 프레임에 갇혀 구조조정 수술을 차일피일 미룰 경우 이들 업체의 부실을 키울 것이란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구조조정에 들어가 대량 실업이 발생할 경우 지역 경제가 더 침체될 것이란 우려도 높아 섣불리 칼을 빼기도 쉽지 않다. 일단은 지방선거가 끝나기 전까지 끌고 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경남의 성동·STX조선과 호남 금호타이어·GM 군산공장 희비도 가릴 것으로 전망된다.

◆청산에서 회생으로 가닥 잡은 성동ㆍSTX조선

경남 지역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성동ㆍSTX조선의 기류가 지난해 연말부터 바뀌면서 청산에서회생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모양새다. 중견 조선소인 성동ㆍSTX조선은 수주절벽으로 수주잔량이 급감하면서 심각한 상태에 내몰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총계는 STX조선이 1조1,755억원, 성동조선은 2조5,000억원 수준이다. 조선사의 호전 가능성의 바로미터인 수주잔량이 급감한 탓에 회생 기미가 보이지 않자 퇴출위기에 내몰렸다. 청산가치가 존속가치가 높다는 금융논리를 내세운 것. 하지만 정부가 금융 논리로만 결정하지 않고 산업 측면의 영향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퇴출 위기에서 한시름 놓은 상태다.

정부는 삼정KPMG로부터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두 회사에 대한 경영컨설팅 보고서를 전달받고 최종 구조조정 방안을 결정한다. 일단 두 회사 모두 청산 보다 회생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선 두 곳 모두 회생하는 것에 우려감이 크다. 한때 조선업계를 주름잡은 일본은 조선업 불황기에 경쟁력 없는 한계기업을 과감히 퇴출시키고,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대형 조선사 간 통합 및 인수 등의 노력으로 현재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판단 및 개입은 철저히 배제됐다. 청산가치가 높은 성동ㆍSTX조선에 대에 인력 구조조정을 배제한 회생에 무게를 둔다면 불황 시 또 다시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지적이다.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노조는 구조조정 정책 추진 시 고용이 보장된 정상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자본잠식에 빠진 성동조선은 통영ㆍ고성 지역 전체매출액의 29%, 수출의 78%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 선거를 3개월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인력 구조조정에 섣불리 나서기가 부담스런 측면이다.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의 추가 자금 투입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그나마 STX조선은 중소형 상업선에서 경쟁력을 보여 성동조선보다 나은 편이다.

경남 지역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성동ㆍSTX조선의 기류가 지난해 연말부터 바뀌면서 청산에서 회생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뉴시스
경남 지역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성동ㆍSTX조선의 기류가 지난해 연말부터 바뀌면서 청산에서 회생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뉴시스

 

◆해외 매각되는 금호타이어…지역 여론 악화

전남 광주에 본사를 두고 전북 군산 지역에 생산기지를 두며 두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금호타이어와 한국지엠은 경남의 성동ㆍSTX조선 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금호타이어 역시 존속가치가 청산가치 보다 낮다. 광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금호타이어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로 있다 지난해 분리돼 더블스타로의 재매각 가능성이 높아졌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중국법인의 부실이 자금의 사태를 불러와 중국기업인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해외매각은 노조 동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벌써부터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역 정서와도 배치된다는 점을 강조한터라 중국 더블스타로 넘어갈 경우 광주공장이 폐쇄되고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노조는 판단하고 있다. 노조는 2일 광주공장 인근 송신탑에 올라 고공농성 중이며 총파업도 불사할 태세다. 사측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자구안대로 노조 설득에 공을 들여왔는데 갑자기 해외매각 방침을 밝히면서 뒤통수를 맞은 분위기다.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판을 뒤엎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온다.

일각에선 형평성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STX조선과 성동조선에 채권단이 지원액만 각각 6조5000억원, 3조7000억원이다. 금호타이어에 지원한 채권단 액수는 3조7000억원이다. 조선업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보니 회생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금호타이어 역시 광주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생각한다면 회생 방안으로 해외매각이 아닌 다른 대안을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지역 여론이 해외매각에 부정적이어서 산업은행 및 정부가 이를 감내할지가 지금으로선 쉽지 않다는 점이다. GM사태로 촉발된 해외기업 자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 이번 산업은행의 결정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광주지역 경제계 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중국에 매각되면 향후 광주공장과 곡성공장 폐쇄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근로자도 이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어 지역 여론이 악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근로자만 광주공장 2천여 명, 곡성공장 1천800여 명 총 3900여명으로 190여개의 협력업체가 포함된 수치다. 두 공장의 매출액은 2조원 이상으로 지역내 총생산(GRDP)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사태 이후 지역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근로자의 대부분이 실직할 경우 사실상 지역 경제는 파탄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사태 이후 지역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근로자의 대부분이 실직할 경우 사실상 지역 경제는 파탄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악화되는 지역 민심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사태 이후 지역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앞서 전라북도 송하진 도지사는 “지엠 군산공장은 군산경제의 제조업 생산의 6.8%, 수출의 20%를 좌우하고 도민의 기와 자존심을 살려주던 기업이었다”며 “한국GM은 경영정상화를 명목으로 정부에 3조원을 요구하며 군산공장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며 비난했다.

현재 노조 외에도 군산지역 시민단체들은 군산공장 정상 가동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헛구호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군산공장을 5월말 폐쇄하기로 결정한 GM본사 방침은 뒤바뀌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정부도 군산지역을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및 고용 위기 지역으로 지정하면서 공장 폐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에 군산지역 근로자의 대부분이 실직할 경우 사실상 지역 경제는 파탄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2일까지 군산공장 직원들의 희망퇴직 900여명 이상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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