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칼럼니스트
김영일 칼럼니스트

최근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문제 폭로로 우리나라에서도 미투(Me too) 운동이 촉발된 이후 사회 각계각층에서 연일 성(性) 피해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물론 이름만 듣고도 알 수 있는 유명인사, 배우, 연예인, 성직자들까지 구설에 오르내리며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등 사회 전반을 뒤흔드는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미증유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작 성범죄의 범주나 희롱과 추행, 폭행 등의 정도에 따른 차이 등에 대해선 아직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지 않아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인식이 낮은 안타까운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재확인하게 됐다는 점에서 먼저 이에 대한 개념정리부터 정확히 짚고 가고자 한다.

우선 성폭력(性暴力)이란 성폭행과 성추행, 성희롱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개념으로 강간 뿐 아니라 희롱, 성기노출, 추행 등의 여러 형태의 성범죄(性犯罪)나 성적(性的) 불이익 등을 모두 포함한, 물리적이든 비물리적이든 성적인 가해 행위만 있어도 성폭력으로 정의된다.

또 성폭행(性暴行)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물리적인 폭력행사와 함께 성관계를 목적으로 실제로 강간을 하거나 강간을 시도한 것을 뜻하는 데 반해 성추행(性醜行)은 물리적인 힘이 동원되어 신체적인 접촉까지 있으며 신체적으로 성욕의 흥분, 자극, 또는 만족을 목적으로 강제로 타인에게 성적인 수치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받게 만드는 경우로 그 의미가 국한된다.

이밖에 성희롱(性戱弄)은 신체적인 접촉은 없으나 말이나 행동 등으로 이루어지며 타인에게 정신적·신체적으로 성적인 불쾌감과 피해를 주어 성적인 수치심이 들게 하는 것을 뜻한다.

법적(法的)으로는 성추행과 성폭행은 형법상의 범죄(犯罪)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에서 그 죄의 범위를 정하고 있으며, 성폭력은 신체적, 물리적 폭력 행위에 관련되기 때문에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에 해당이 된다.

반면 성희롱은 어디까지를 수치심을 느낀 것이라 봐야 할지 모호한 면이 없지 않지만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에 직장 내 성희롱 신고자나 피해자에게 불이익한 처우 금지규정을 두면서 무엇이 불이익한 처우인지를 어느 정도 구체화?명확화 하였고,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벌칙을 강화하였으며 형법상의 모욕죄나 노동법 등 각각 개별적인 관련법 등에 의해서도 처벌받도록 규정이 마련되어있다.

비단 사법적 처벌 뿐 아니라 성폭력 범죄는 최근 빈번하고 지속적인 교육 등으로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비쳐져 왔으나 실상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여전히 성에 대한 오해와 그릇된 통념들이 사회에 만연되어 있어 이런 경향이 일견 성폭력을 부추기거나 아무렇지 않은 듯한 분위기로 흐르게 만드는 문제를 계속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강간은 그것을 허용하는 문화에 의해 부추겨지고, 사전에 계획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성폭력이 꼭 여성에만 한정된 문제는 아니지만 여성 인권이 열악한 인도나 파키스탄의 경우 이 같은 사례가 적지 않아 종종 우리나라에서도 국제뉴스 등을 통해 성폭력의 심각성을 새삼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 아동에 대한 성폭력은 그 어떤 경우보다 사회 전체에 매우 심각한 충격을 주는데, 일례로 오는 2020년 말 출소할 예정인 조두순이 일으켰던 ‘나영이 사건’은 영화로 만들어졌을 만큼 당시 사회적 반향이 상당했을 뿐 아니라 어느새 아이들조차 성범죄자들의 표적이 되어버린 현실에 모두가 개탄을 금치 못했다.

지금까지 확인됐던 바와 같이 성폭력이 단지 개인과 개인 사이의 범죄 차원이 아닌, 사회 전체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는 이유는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분위기 역시 성범죄 증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다 성폭력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불신감을 조장하는 후폭풍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폭력 대책 및 예방 역시 기본적으로 사회전체의 문제라는 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성폭력은 남녀 모두의 인권 침해임을 올바로 인식하고 사회의 성차별적 관행과 제도를 변화시키는 노력이 부단히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성범죄에 관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농담으로 여기는 한 마디라도 상대방에게는 성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하며 성범죄에 있어선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피해자 관점이 우선되는 만큼 성폭력으로 여겨질 만한 행동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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