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호남 차지하기 위한 양당 ‘프레임 전쟁’ 본격화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민주평화당이 피차 창당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을 향해 선제공격에 나섰다.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민주평화당이 피차 창당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을 향해 선제공격에 나섰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신4당 체제’의 캐스팅 보터 정당으로 주목받게 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창당 초반부터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그저 두 당의 창당 과정에서 불거진 양측 갈등의 앙금일 뿐이란 평도 있지만 곧 있을 지방선거에 있어 양당의 지지 기반이 일부 중첩되는 특성상 어느 한쪽의 충격이 불가피하기에 일찌감치 신경전에 돌입한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평화당이 호남 출신 의원들로만 이뤄져 있다 보니 호남에서의 선거 패배는 향후 당의 존폐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호남 공략을 중시하는 바른미래당 측에 선제 타격을 날리며 ‘프레임 전쟁’에 들어갔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아 어느 쪽이 승기를 잡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법정까지 가게 된 박지원·안철수의 ‘보수야합’ 프레임 공방

창당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최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서로 충돌한 끝에 아예 언제 같은 당 소속이었냐는 듯 이젠 법정에서 맞붙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먼저 화두를 던진 건 박 의원인데, 그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제가 알기로는 합당 전에 안 전 대표와 남경필 경기지사 두 분이 두 차례 만났다”며 “이 자리에서 남 지사가 안 전 대표에게 ‘주적이 누구냐’고 물으니 ‘문모 민주당’이라며 ‘홍모, 한국당은 아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바른미래당은 합당하면서 자유한국당은 청산 대상이라고 밝혔으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미 언론에선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를 한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며 “우리가 우려하는 보수대통합의 길로 접어든다면 우리도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마자 거론된 당사자인 안 전 대표와 남 지사는 즉각 이에 반박하는 입장을 표명했는데, 한국당 소속인 남 지사는 20일 “저는 평소 주적이란 표현을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다. 소설은 이제 그만 쓰시라”며 “주적이란 표현을 하자면 정치공작으로 국민을 선동하는 낡은 정치인들이 저의 주적”이라고 박 의원에 일침을 가했다.

안 전 대표 측도 같은 날 “주적이란 단어 자체를 써본 적도 없다.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타인 간 대화를 가상으로 인용해 ‘카더라 식’으로 유포한 것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데 이어 밤늦게 안 전 대표가 직접 페이스북에 글까지 올려 “구태공작정치를 떠나보내고 창당했는데 아직도 낡은 흑색정치가 횡행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더 이상 국민들은 속지 않는다. 이쯤에서 박 의원이 직접 사과하고 해명하라”고 거세게 압박했다.

특히 안 전 대표가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박 의원을 몰아붙이자 박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최소한 두 분이 만난 사실은 부인하지 않고 주적이란 말로 시비를 한다. 진짜 거짓말만 하는 안철수”라며 “그 정도 갖고 법적 검토 운운한다면 서울시장 당선도 어렵지만 서울시장에 당선된다고 해도 법적 검토하다가 다 끝난다”고 ‘지연전’ 의도까지 드러내면서 맞불을 놨다.

◆ 호남 출신 양당 의원들, 선거 앞두고 ‘외나무다리 혈투’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호남 출신인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주적이라 칭했다고 주장한 박지원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강력 대응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호남 출신인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주적이라 칭했다고 주장한 박지원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강력 대응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이렇듯 박 의원도 도리어 강공으로 맞서자 결국 호남 출신인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마저 21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박 의원을 겨냥 “호남 지역주의까지 선동한 게 부족했던 건지 이제는 흑색 마타도어까지 동원한다. 한국당과의 연대 운운하며 결국 이번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에 대한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라며 “정치권 모두 여야를 떠나 반드시 뿌리 뽑고 추방해야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실제로 20일 의총 당시 박 의원은 “이분들은 통합을 하면서 처음부터 국민을, 국민의당을, 국민의당 당원을 속였다. 어떤 경우에도 한국당과 함께 하지 않는다고 했던 소위 중재파 의원들, 잔류한 그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이런 걸 과연 용납할 수 있는가 하는 답변을 (중재파가) 할 차례”라고 사실상 바른미래당 내부를 흔들려는 시도를 한 바 있던 만큼 이번엔 중재파 출신인 김 원내대표가 앞장서 역공에 나섰다.

물론 격한 맞대응은 민평당의 존재감만 부각시켜줄 수도 있는 만큼 일견 무대응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호남을 지역구로 둔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의 경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보수야합으로 비쳐지게 되면 호남지역에서 상당히 불리해져 자칫 지방선거 패배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뜨거운 감자’인 당 정체성 부분을 정면 조준한 박 의원의 선제공격에 좋든 싫든 강경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그래선지 바른미래당은 21일 논평을 통해 “고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바른미래당과 안 전 대표의 명예를 실추시킨 박 의원에 대해 엄중한 수사 및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힌 뒤 박 의원을 서울남부지검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처럼 법정공방으로까지 비화되자 22일 박 의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보수대연합이 어떤 식으로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게 보고 있다. 서울시

 

장, 경기지사를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이 단일화하면 민주당도 쉽게 봐선 안 된다”고 일각의 ‘묵시적 연대설’에 한층 힘을 실었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의원은 판을 키우려는지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이 그렇게 간다고 하면 우리 민평당과 민주당도 한번 생각해 볼만한 문제가 있지 않느냐 하는 얘기들을 의원들 간에 삼삼오오 나누는 건 사실”이라며 “우리 진보개혁 세력에게서 분열이 돼 있고 저 보수세력에서 뭉쳐 있다고 하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만한 여지가 있다”고 민주당과의 선거연대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만의 하나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원내교섭단체조차 갖추지 못한 민평당을 더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거대 정당과 손을 잡아 선거 결과에 대한 부담을 경감하면서도 양당제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 벗어나고자 ‘바른미래당-한국당’ 선거연대 가능성을 일종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더욱이 바른미래당은 민평당과 달리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갖춰 지방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보니 민평당이 법적 공방 부담을 불사하고 호남 민심을 뒤흔들 견제구를 먼저 던진 게 아니냔 평도 나오고 있다.

◆ 교섭단체 못 이뤄 다급한 민평당, 선거 전 선제공격 나선 듯

이런 불안감은 민평당 내에서도 어느 정도 읽히고 있는데, 이용주 의원은 22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이라든지 다른 정당이 하는 걸 보면 국회를 3당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그런 태도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어 그건 적절치 않다”며 “그래서 저희들이 원내교섭단체 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원래는 6~7월 정도까지 가능하다고 봤는데 좀 더 조속히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 공동교섭단체 구성해볼까 하는 의견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어떻게든 교섭단체 구성을 앞당겨 추진할 의지를 드러냈다.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왼쪽부터) 박주현, 이상돈, 장정숙 등 바른미래당 내 비례대표 출신 의원 3명의 출당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민주평화당으로 가길 원하는 이들의 거취도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왼쪽부터) 박주현, 이상돈, 장정숙 등 바른미래당 내 비례대표 출신 의원 3명의 출당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민주평화당으로 가길 원하는 이들의 거취도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뿐 아니라 통합 이후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조차 민평당행을 원하는 비례대표 3명을 출당시켜주지 않는 쪽으로 선회했고 손금주, 이용호 의원도 장고 끝에 민평당이 아닌 무소속을 택했다는 점에서 당초 비례대표 의원 등을 포함시켜 원내교섭단체를 이루려던 민평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까지 시작된 현 시점에서 급한 대로 정의당 등 군소정당과의 공동교섭단체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9석의 바른정당과 그 몇 배나 되는 의석수를 가진 국민의당이 통합하는 과정에서도 정체성과 각 사안에 대한 정책적 입장을 놓고도 시각차를 드러낸 끝에 당헌당규에 넣지 않기로 합의했을 만큼 각 당의 시각차는 분명히 존재하기에 당장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는 정의당에 반해 회의적으로 보는 민평당 간 결합은 아무리 정치공학적 차원에서의 공동교섭단체를 추진한다 해도 설령 같은 진보진영일지언정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조바심이 났는지 줄곧 민평당행을 피력해온 비례대표 출신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22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나와 “합당이나 당이 갈라지는 이런 경우 비례대표 의원이 당선되었을 때의 당이 아니지 않나. 충분히 헌법재판소에서 다퉈볼 수 있다”며 “민평당의 법률지원단 변호사 몇 사람이 현재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데 조만간 헌법소원을 제기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양당 간 또 다른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다만 민평당은 원내교섭단체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민주당과 한국당이 현재 원내 1당 자리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어 당장 지방선거 출마로 인한 한 석의 의석수 이탈도 뼈아픈 여당 측에서 하반기 의장 선출을 앞두고 민평당과의 통합을 고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일부에선 민주당 내 주류인 친문재인계 측에선 호남 중진 출신이 모인 민평당과 통합해 내홍이 재발할 리스크를 안기보다 ‘빠진’ 의석수를 채울 정도의 몇몇 의원들만 포섭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기에 이 같은 전망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어 어떤 형태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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