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GM 요구사항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
GM ‘철수’카드 쥐고 정부 쥐락펴락 최악 경우 철수도 가능
정부, 실사가 먼저 지구전으로 GM전략 대비

GM군산 공장 폐쇄 발표 이후 GM과 정부간 협상 전략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GM군산 공장 폐쇄 발표 이후 GM과 정부간 협상 전략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GM군산 공장 폐쇄 발표 이후 GM과 정부 간 협상 전략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GM은 출자전환에 대한 보유지분율 만큼 산은 지원, 신규투자와 공장에 대한 담보 설정 허용, 외국인투자기업 지정 등의 세제 지원 등 네 가지를 요구하며 한국지엠 부실을 털고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속도전을 내고 있다. 이같은 GM의 요구사항은 며칠 사이 이뤄진 것으로 한국GM공장 폐쇄 이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전략으로 보여진다.

반면 한국 정부와 산은 GM에 뒤통수를 맞아 부랴부랴 협상 전략을 마련 중이다. GM요구 사항에 대한 맞춤식 전략으로 대응하며 지구전에 나서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GM본사의 치밀한 ‘철수설’ 전략 통하다

GM의 전략이 하나씩 노출되면서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도 급작스런 조치가 아닌 한국 정부의 반응에 따라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미 한국지엠 철수설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입가에 오르내렸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철수설’에 대한 한국지엠의 답변요구에 카젬사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로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GM본사는 한국지엠 적자가 누적되면서도 산업은행이 갖고 있던 비토권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며 사업을 영위했다. 작년 비토권 방어막이 사라지면서 기회를 찾은 것,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원년을 삼은 올해 철수설은 현실로 다가왔다. 최근 미 트럼프 대통령은 군산 공장을 폐쇄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환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군산공장 폐쇄 직후 배리 앵글 사장은 “GM이 다음 단계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월 말까지, 이해 관계자와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노조에 대한 압박카드로 노사 합의 여부에 따라 군산을 제외한 공장에 대한 지원에 나설지 아니면 본격적인 철수 준비에 나설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일단 GM본사는 여유로운 입장이다. 한국지엠은 GM본사 입장에서 ‘꽃놀이패’에 가깝다. ‘철수’ 카드를 쥔 GM은 얼마든지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 일자리 기치를 내건 정부로선 만에 하나 GM이 철수하면 15만개 달하는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고 곧 다가올 지방선거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어 최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이점을 GM본사가 노려 철수 카드로 전방위적인 압박 태도를 취한 것이다.

일자리를 볼모로 잡아 여론전도 속도전을 펴고 있다. 배리 앵글 사장은 20일 국회를 방문해 “한국에서 지속해서 사업을 하고 싶다”는 발언으로 철수의 뜻이 없다는 것을 내비친 것, 결국 노사 합의가 이뤄지면 사업을 계속 할 수 있으니 정부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정부가 지원을 못한다 하더라도 GM은 아쉬울 게 없다. GM은 이미 오래 전부터 수익이 나지 않은 사업은 철수하는 경영전략을 펴왔다. 이 때문에 수조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지엠 철수를 고집해도 나쁠 게 없다는 점이다.

한국지엠 공장 전경.[사진 / 시사포커스 DB]
한국지엠 공장 전경.[사진 / 시사포커스 DB]

◆마땅한 카드 없는 정부, 先 실사로 ‘지구전’ 대응전략 마련

반대로 정부는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은 대목이다. GM 패를 보고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우선 정부는 GM의 네 가지 요구 사안 중 신규 투자는 조건이 맞으면 하고, 차입금 출자 전환 요구는 거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앞서 GM은 본사가 한국GM에 빌려준 27억 달러를 주식으로 바꿔 출자로 전환하는 대신 산업은행이 5천억 원을 부담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담보 설 정 허용도 먹튀만 도울 수 있어 반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같은 강경기조는 마냥 GM의 요구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일단 정부는 한국GM에 대한 실사를 마친 후에야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GM의 실사 기간은 3∼4개월쯤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늦어도 5월말~6월말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실사가 우선이고, GM측의 자구안이 나오면 요구안이 합당한 지, 근거가 있는 지를 판단해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도 지난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GM의 요구안 제시 이전에 투명하고 객관적인 실사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GM의 요구사항을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것은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어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정부의 한국GM에 대한 공적자금·세금감면 지원 여부에 대한 국민여론을 지난 21일 조사한 결과 ‘GM이 타당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시할 때에만 정부 지원에 찬성한다’는 조건부 지원 의견이 55.5%로 나타났다.

GM 자체적으로 타당성 있는 경영정상화 계획이 있어야만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는 여론으로 GM의 경영정상화 계획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정부의 기조가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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