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 체제로 출발…캐스팅 보트 역할 주목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안철수 통합추진위원장, 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 김동철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손을 맞잡고 만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안철수 통합추진위원장, 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 김동철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손을 맞잡고 만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13일 합당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통해 당명과 정강정책, 당헌을 확정짓고 같은 날 출범대회까지 개최해 지난했던 양당 통합을 드디어 완전하게 마무리 지었다.

그동안 통합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양당에서 속속 탈당을 감행하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끝내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갖춘 30석의 제2야당을 새로이 출범시킴으로써 당장 1석이 아쉬운 거대 정당 사이에서의 균형추 역할을 톡톡히 이뤄낼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당초 예상됐던 규모보다 의석수가 적잖이 줄어들어 결국 ‘마이너스 통합’ 아니냐는 지적도 여전한데다 통합 직전까지 정강정책에 ‘진보·보수·중도’나 ‘햇볕정책’ 등의 표현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진 끝에 일단 모두 제외하는 방향으로 대강 봉합함에 따라 향후 이념적 정체성과 관련된 사안을 놓고선 당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아직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긴 이르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바른미래당, ‘명운 걸린’ 지방선거 각오 다지며 첫 출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열고 주요 당직자 인선을 비롯한 합당 안건을 의결했으며 이미 공언했던 대로 양당의 통합이 이뤄지자마자 안 대표는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이에 따라 초대 지도부는 바른정당 측의 유 대표와 국민의당 측의 박주선 국회 부의장이 공동대표를 맡는 형태로 구성됐는데, 일단 오는 6월 있을 지방선거가 당의 성패를 가늠해볼 바로미터가 되는 만큼 이들에게 있어 가장 먼저 계획을 세워야 할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그래선지 유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성공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공동대표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미 말씀드린 대로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저는 바로 (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그는 같은 날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당원 1000여명과 함께 가진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도 “박주선 대표님과 함게 6·13지방선거를 책임지고 치르겠다. 전국의 모든 광역과 기초 지역에 바른미래당의 후보를 내겠다”며 “지금부터 인재를 발굴하고 좋은 후보를 내는 일을 시작하겠다”고 적극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 11일 유 대표는 이미 지방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선거 직후 사퇴할 의사를 밝힌 바 있기는 하지만 대선을 전후로 계속된 탈당에 시달렸던 바른정당에 비추어 창당 후 첫 선거 결과가 향후 신당의 생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거듭 배수진을 치고 전력투구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양당 통합 마쳤지만 정체성 등 ‘불안요소’도 여전

하지만 지방선거 준비에 들어가기 전에 아직 하나로 통합되지 않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사무처, 지역위원회 등에 대한 조정 작업이 있어야 하는데, 당장 촉박한 일정상 선거 때까지는 양당의 실무조직을 통합 병행해 운영하는 식으로 임시 매듭 지어버려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당의 지역위원장들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바른정당 간 마지막 통합 절차를 하루 앞둔 12일만 해도 지상욱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이 국민의당에서 ‘중도’를 ‘진보’로 수정하라 요구한 점을 꼬집어 “이런 식으로 가면 결렬될지 모르겠다”면서 통추위에서의 정강정책 논의를 일시중단했을 정도로 상호 견해 차를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간 마지막 통합 절차를 하루 앞둔 12일만 해도 지상욱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이 국민의당에서 ‘중도’를 ‘진보’로 수정하라 요구한 점을 꼬집어 “이런 식으로 가면 결렬될지 모르겠다”면서 통추위에서의 정강정책 논의를 일시중단했을 정도로 상호 견해 차를 좁히지 못했다.

비단 실무조직까지 포함한 통합 작업을 거론하기 이전에 그간 당명과 당색, 정강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이르러서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엔 여전한 정체성 차이가 계속해서 드러났었는데, 심지어 양당 간 마지막 통합 절차를 하루 앞둔 12일만 해도 지상욱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이 국민의당에서 ‘중도’를 ‘진보’로 수정하라 요구한 점을 들어 “이런 식으로 가면 결렬될지 모르겠다”고 밝혔을 정도로 긴장된 분위기가 흘렀다.

결국 이념적 표현을 모두 제외하는 절충안으로 충돌 상황을 회피하기는 했으나 ‘개혁보수’를 줄곧 강조해오며 무엇보다 정체성을 중시해왔던 그간 유 대표의 모습에 비쳐 바른미래당으로 바뀐 뒤에도 이 사안을 양측 사이에 확실히 매듭짓지 못할 경우 자칫 내홍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물론 정체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 국민의당 의원들 대다수가 이미 민주평화당으로 나갔다는 점에서 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란 지적도 있지만 설령 ‘우클릭’ 분위기로 흐른다고 해도 당내 호남 출신 의원들이 잔류해 있다 보니 지방선거 전 호남 민심을 고려한 이들이 당의 보수화에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무리란 주장도 적지 않다.

실제로 호남 출신 중진의원으로 유 대표와 함께 바른미래당의 초대 대표를 맡게 된 박 부의장은 이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수락연설에서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과는 “항간에서 우려하는 극우보수, 국정농단 세력과 함께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은 반면 통합에 반대해 나간 민주평화당을 측을 향해선 벌써부터 “협치 실현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저희 당과 선의의 경쟁과 긴밀한 협력을 제안드린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동지들의 분열은 저희들의 부족하고 미흡한 역량과 자세에도 일말의 원인이 있다”면서 “언젠가는 함께 해야 할 사명과 책임을 인식하면서 다시 함께하는 그 날을 고대한다”고 민평당 측과의 통합까지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내놔 여당 견제에 더 방점을 뒀던 바른정당 측 연설과는 시각차를 내비쳤다.

◆ 원내 1당 쟁탈전 속 바른미래당 ‘존재감’ 선명해질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121석의 더불어민주당과 116석의 자유한국당이 현역의원의 지방선거 출마까지 자제할 것을 당부하며 원내 제1당 자리를 놓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3번째 원내교섭단체가 된 바른미래당으로선 내부 문제는 차치하고 출범 자체만으로 원내 존재감을 분명히 각인시키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거대 양당이 원내 제1당 자리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바른미래당 창당으로 기존의 원내 구도 역시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거대 양당이 원내 제1당 자리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바른미래당 창당으로 기존의 원내 구도 역시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물론 민평당 입당을 원하는 비례대표 의원 3명이 아직 있어 사실상 사안에 따라 27석의 정당으로 비쳐질 수도 있겠지만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의 의석 수 격차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상황에서 비록 민평당이 있다지만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갖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원내 구도가 보다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인지 끝내 교섭단체 자격을 얻는 데 실패한 민평당에선 13일 최경환 대변인 서면논평을 통해 “분당, 당명 취소 등 우여곡절 끝에 창당한 바른미래당의 미래에 우려가 많다”고 견제구를 던졌는데, 비례대표 3명 출당 요청 등을 비롯해 일단 바른미래당에 저자세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 만큼 강공은 펼치지 못한 채 “바른미래당은 박근혜 탄핵에 찬성했던 정당으로서 촛불혁명 완수에 힘을 보태야 할 시대적 사명이 있다”며 한편으론 협력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는 바른미래당과 민평당 중 어느 쪽이 원내 구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캐스팅 보트 정당’이 된 것인지 증명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도 있는데, 지난 6일 민평당 창당대회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지도부 모두 어느 누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데 반해 민평당은 이날 출범대회에 정인화 사무총장이 참석해 축하 인사를 전하는 등 ‘한 수 접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자신감이 반영되어서인지 이날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바른미래당 출범대회 인사말을 통해 “중도개혁세력의 힘을 하나로 모아 강력한 대안 야당이 되어야 한다”며 “대안야당으로 역할을 공고히 하고, 더 많은 개혁세력과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 진전을 이뤄내겠다”고 향후 세 확장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하지만 그동안 창당에만 집중하느라 지방선거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었기에 바른미래당 역시 첫 시험대가 될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인지 초대 지도부로선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거대 양당 사이에서 한때 지지율 난조로 벼랑 끝까지 몰렸던 두 정당이 통합을 계기로 국면 전환을 확실하게 이뤄낼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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