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전성 확보 주장 불구 선진국 수준에 훨씬 미흡-전문인력 확충 등 시스템 보완 절실

최근 햄, 소시지 등 국내에서 시판 중인 일부 육가공 식품에 첨가물인 아질산이 과 다 첨가되어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아질산염을 과 다 섭취 시 혈관확장과 혈액의 효소운반능력 저하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일상 속에 섭취하는 모든 식품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우리의 ‘먹거 리 문화’의 현 주소라고 할 수 있다. 문제 있는 식품으로 인한 건강 손상은 서서히 찾아온다 최근 발생한 식품 관련 문제들과 사건, 사고들을 보면 먹는 것이 두렵다. 작년 12 월초 충청북도 음성군의 한 사육농장에서 사육하는 닭 2만4000마리 중 1만9000 마 리가 12월 5일부터 11일까지 폐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가금 인플루엔자(일명 조류 독감)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가 철새 경유지인 점, 특유의 음식문화, 비 위생적인 생활습관 등을 조류독감 확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바이러스를 보유한 수천종의 철새가 유럽과 중동에서 아시아로 날아들면서 사스와 조류독감 같은 질병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1999년 철새들이 뉴욕에서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를 유발했고 결국 북미 전 지역과 멕시코로 확산된 점에 주목 하고 있다. 야생동물을 먹는 아시아의 음식문화도 신종 전염병과 관련 있다. 홍콩 중국대학교 미생물학부의 존 탐 교수는 “전염병 중 상당수가 돌연변이를 통해 동 물에서 사람으로 전이된것”이라고 밝혔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H5N1는 닭에서 처음 발견됐고 사스는 사향고향이가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야생동물 을 먹는 전통으로 중국 남부지역에서는 문제가 더 복잡해지고 있다. WHO는 가난과 취약한 위생상태가 수천년간 질병을 유발했다고 밝혔다. 조류독감 사건은 식품위생 에 관한 한 우리는 여전히 후진국임을 보여준 셈이다. 더욱이 작년 9월 13일 독일 농산물검사소와 스웨덴 스톡홀름대 공동연구팀은 세 계 39개국에서 생산된 67개 버터 제품을 조사한 결과 한국산 제품에서 가장 많은 다이옥신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식탁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들은 재배와 사육, 가공, 포장, 유통, 판매 과정에서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살충제와 제초제 등 농약의 과다 살포, 유전자 조작, 항생제·인조 사료의 사용, 인공 색소·감미료 등 각종 첨가물과 방부제의 남용, 음 식점의 비위생적인 처리 등이 그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모든 식·음 료품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먹을 게 없다’는 얘기다. 이런 위험한 일들이 앞서 악덕업주에 의해 의도적으로 이뤄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채 대량 생산, 대량 유통, 대량 소비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위험 요소들이 사후에 발견되고 있 을 뿐이다. 광우병이나 O-157같은 신종 질병들이 그것이다. 이런 것 들은 전염 경로를 예측할 수 없고 일단 발병하면 치료 방법도 거의 없다. 이들은 항생제의 남용이나 인공사료가 그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항생 제는 치료 목적보다 비육촉진제로 쓰인다. 항생제의 남용은 살모넬라 등 위험한 내성균을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축산농가에서는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식품으로 인한 건강 손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도 식탁의 안전을 위협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처럼 즉각적으로 결과가 나 타나는 게 아니라 많은 양을 섭취한 다음에 야 만성적인 건강 손상을 입기 때문 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률 가운데 암이 1위를 차지하는 시대가 왔다. 암의 발병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음 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의 순리를 저버리는 재배·사육 방식도 문제 조금 과장하면 ‘살기 위해 먹느냐, 먹기 위해 사느냐’가 아니라 ‘살기 위해 먹느냐, 죽기 위해 먹느냐’로 화두가 바뀐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먹거리의 대량 생산, 대량 유통, 대량 소비 시대에 사는 이상 식탁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 소들을 단박에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죽기 위해’ 먹는 식생활을 이대로 방치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식탁의 위험은 무엇보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농작물 재배 및 가 축 사육 방 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전자를 조작하고 채식동물에게 육식 사료 를 먹이는 것 등이 그렇다. 고강도의 제초제 와 비육제, 성장 촉진제 등도 같은 맥락이다. 그 다음은 관리의 문제 다. 식품의 유해 성분을 파악하고, 허용 기준 치를 마련하고, 검역· 검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의 식품에 대한 안전의식이다. 파 주 음식 물 쓰레기 사건에서처럼 비도덕적인 행태가 반복되는 한 음 식문화의 개선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식 산업에 대한 당국 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한 시점이다. 먹거리가 생명의 에너지가 아닌 죽음의 그림자가 돼가고 있는 지금 국가 차원의 관리·통제 시스템 강화와 적극적인 투자 지원책이 요 구되는 시점 이다. 정부의 검역 시스템 효율화 시급 음식물을 통해 감염되는 질병에 우리는 얼마나 안전할까. 특히 해외 에서 들여오는 축산물, 수산물, 곡류 등은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 걸 까. 정부는 철저한 검역과 관리 시스템을 통해 식품의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해주 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식품 안전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농림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관 련 부처가 업무 분담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분야별 전문 조직 구성이나 업무 분장 실태는 복잡하기 짝이 없다. 정책과 제도 도입 관련 주 업무는 보건복 지부가 맡고 있지만 일반 식품에 대한 검사, 관리 감독은 식품의약품안전청 소관이다. 국내외 축산물 검역과 위 생 관리는 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 검역 원이 책임지고 있으며 식물과 곡류 수입품 검역은 국립식물검역소가 담당하 고 있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 안전청과 농림부 GMO 대책반에서 관리하고 있다. 또한 해산물 수입 검역은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 수산물 품질 검사원이 담당하고 있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복잡한 조직 구성이 불가피하다는 게 관련 공무원들의 얘기다. 그러나 문제 발생시 책임 소관이 분명치 않아 효율적인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정부는 수입 축산물을 비롯한 어류, 곡류 등을 대상으로 까다로운 검역 절차 와 검사 방법을 사용하고 있긴 하다. 가령 쇠고기를 수입 할 경우 8단계의 검역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지의 질병 전염 사항 에서부터 그곳의 검역 시 스템은 얼마나 철저 한가 설문조사를 한 뒤 담당 직원이 파견돼 현지 조사를 한다. 현지 도축장, 가공 공장에 대한 수입 위생 조건이 적합한지를 판정한 뒤 수입 허가를 내린다. 수입 허가가 떨어지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는 들여온 고기가 안 전한지 검사를 한다. 각종 첨단장비와 기술을 동원한 정밀 검사 및 육안으로 색깔과 맛, 향미를 알아보는 관능검사를 실시한다. 대부분 무작위로 선정해 검사하 지만 O-157대장균 같은 특이 병원균이 의심 되는 경우는 전량에 대해 검사 를 한다. 검사 결과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소각하거나 매몰, 반송 조치를 한다. 지난해에 부적합 판정을 받은 비율은 전체의 1%도 안 되는 미미 한 수치다. 수입 수산물에 대한 검역도 마찬가지다. 중국산 납 꽃게 사건은 잊을 만 하면 다시 생기는 단골손님이다. 꽃게에서부터 조기, 민어, 옥돔 등 고가 어류에까지 납덩이를 넣어 무게를 늘리는 얄팍한 상술로 국민의 건강을 위 협하고 있다. 다행히 국립수산물품질검역원에서는 검역 단계에서 이러한 사실을 발견하고 반송 조치를 취하고 있다. 납덩이가 든 꽃게가 처음 발견 됐을 때는 이미 일부가 시중에 유통된 상태여서 관계 당국에 엄청난 질책이 쏟아졌다. 검역원에서 전문 인력과 최신 장비 및 기술로도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그 방식이 너무 원시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초기 납 꽃게 파 동을 겪은 뒤 검역원에서는 금속탐지기(고성능 지뢰 탐지기)를 도입해 납덩 이 포함 여부를체크하고 있다. 설마 하 는 안이한 자세가 화를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사례였다. 해외의 식물과 곡류 수입 절차도 축산물 수입 과정 못지않게 까다롭다. 국립식물검역소에서는 특히 국내 재배를 목적으로 들여오는 재식용 종자나 묘목에 대해서는 배양 실험 등을 통해 위해 병원균 잔류 여부를 판명한다. 문제는 국립식물검역소를 거치지 않고 들여온 식물·곡물류의 경우 다. 강 원도 일부 지역에서 재배돼 문제되고 있는 중국 벼가 대표적 인 케이스다. 중국에서 밀반입돼 재배된 중국 벼는 장차 국내 환경 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예측할 수가 없다. 이러한 밀반입 식물·곡물류에 대한 단속 시스템의 미비는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 국내 수입 문제점 노출 아직 인체에 대한 위해성 여부가 판정나지 않은 유전자조작(GMO) 농산물 의 국내 수입에서도 문제점은 노출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인체에 위해한지 여부를 판정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 농산물이 국내 환경 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관리 시스템은 마련돼 있지 않다. 가령 유전자 조작 옥수수가 들어와 재배됐을 때 생태계에 어떤 피해를 입힐지 아무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된 관 리 시스템을 올 하반기에 구 축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정작 일선에 적용하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뒤늦은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식품의 안전성 보장을 위해 국제식품규제위원회(CODEX)가 권장하 는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제도(HACCP)와 리콜제도 등 선 진 제도를 도입 하고 있다. HACCP란 식품의 원료 단계에서부터 생 육, 채취, 구매, 제조, 가공, 유통, 판매, 요리까지 사전에 특정 위해 요소를 알아내고 방지하고 관리하는 기법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식품 관리 시스템이 미국 을 비롯한 선진국 수준으로 발돋움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 전 문가들의 지적이다. 가령 미국이 2,400여 명의 전문 인력이 식품 안 전에 종사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관련 인력이 10분의 1도 못되는 700여 명 수준이다. 전문 인력의 확충과 함께 다양한 식품 안전 관리 시스템의 보완이필요하 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